태그 : 선물
2009/07/02   아버지와 지미헨드릭스, 그리고 트래킹화 [10]
2009/03/28   지름남녀 : 질렀으되 혼나지 않는 방법 [68]
2008/12/30   [리뷰] 진짜 명품의 소형 플래시 [6]
2008/12/24   [리뷰] 윈드밀 고산 라이터 [11]
2008/12/21   생일선물 리뷰(예고) [4]
아버지와 지미헨드릭스, 그리고 트래킹화
사람과의 관계는 참 다양하다. 그 중 가장 신기한 관계는 하루가 멀다고 연락하고 만나다가 특별히 싸우거나, 서로의 종교나 정치관, 세계관을 비난하지 않아도, 채무와 그에 대한 변제와 상관없이 소원하고 멀어지는 관계일 것이다. 이런 관계를 닮은 옷도 있다. 어떻든 한 때는 마르고 닳도록 입다 어느 순간 입지 않게 되어버린. 다들 이런 옷들이 한 두벌씩은 있을 거다. 내게도 그런 옷이 있다. 바로 아래 사진과 같은, 옷장을 정리하다 발견한 카고스타일 청바지다.
이 바지를 입지 않게 된 것은 살이 많이 빠진(거의 10kg 가까이를 덜어냈다) 시점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그 전까지는 정말 하루가 멀다고 입고 다녔고. 사실 이 바지는 내가 산 것이 아닌, 아버지의 선물이다. 갑자기 살이 불어 갖고 있는 바지 중 가장 큰 것을 주로 입고 다니다 보니 금새 헤지고 떨어진 아들의 바지를 보고(뭐. 이게 패션이라는 것은 세대에 따라 우주적인 시각차가 있으니) 보다 못한 아버지의 조치(?)인 셈. 이 바지를 사는 순간 아버지 모습을 생각했다. 평생 양복 입고 직장생활을 하셨으니 청바지는 잘 모르실 테고, 할인 매장이 옹기종기 모여있는 곳에서 가장 그럴싸해 보이는 매장에 들어가 헛기침 두어 번 하시고, 누군가에게 아들의 외모를 설명하고 적당한 것을 골라달라 하셨을 터. 물론 계산은 현금으로 하셨을 거다. 여전히 카드사용은 빚더미에 올라 앉기 딱 좋은 소비 수단이라 생각하시는 전직 은행원이니까.
처음 바지를 보고 사이즈를 확인하기 위해 안쪽의 탭을 보다가 발견한 태그. Hendrix라는 이름과 이미지를 봐서는 Jimi Hendrix일 것이며, Jimi Hendrix를 모르는 사람이라면, 별 의미가 없는 태그였을지도 모르겠다. 음악을 좋아하는 아들을 위해 음악을 잘아는 아버지의 선물은 분명 아니다. 아버지에게 음악이라고는 남들 다 아는 클래식, 트로트 몇 곡뿐이며, 일요일마다 ‘전국노래자랑’을 즐겨 보는 평범한 취향의 소유자기 때문이다. 오래간만에 이 태그를 보는 순간 아버지께 고맙고 죄송한 생각이 들었다.

아버지는 사업 크게 하다 한 순간에 거리에 나앉게 된 망한 집안의 장남이 대부분 그러하듯,할아버지 대신 법적 소송과 동생들 공부 뒷바라지에 꽤 오랜 시간을 보내셨다. 하지만 부단한 노력으로, 두 아들이 아무 걱정 없이 공부만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셨다. 물론 두 형제 모두 공부보다 다른 것에 신경 쓰며 살았지만, 학비와 집안을 걱정해야 했다면 Jimi Hendrix는 물론 Jim Morrison, Janis Joplin이 얼마나 위대한 뮤지션인지 Ella Fitzgerald의 목소리는 얼마나 아름다운지, 포르쉐 911의 엔진은 왜 뒤쪽에 있는지도 알 수 없었을 것이다. 뿐인가. 즐겨 쓰는 온라인의 대화명 역시 다른 것이었을 확률이 높고, 지금과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을지 모른다. 아버지는 처한 환경에 따라 쉽게 사치가 되어버리는 가치를 알고, 즐기게 해주셨고 어떻게 사는 것이 정말 멋지고 아름다운 삶인지를 직접 보여주셨다. 나는 이렇게, 누구에게나 존경스러운 아버지께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 철없던 시절 아버지께 반항하느라 정신 없었기에 남보다 몇 배는 더 크고, 많이 해야 할 - 도 못하는 못난 아들이다. 이런. 그룹 N.EX.T의 ‘아버지와 나’ 가사처럼 멋진 포스팅을 하려 했지만 불효자의 아버지 생각은 언제나 이런 식으로 신파밖에 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젊은 시절, 여행은 꿈도 못 꾸신 아버지. 며칠 후 중국 여행을 가신다는 이야기를 듣고 조금이라도 가볍게 다녀오시라 트래킹화 하나 샀다. 함께 가시는 어머니께는 시원한 여름 모자를 드릴 것이다. 아버지가 사주신 청바지와 그 청바지의 태그에서 스포이드처럼 취향을 빨아올릴 수 있는 여건이 되는 생활의 증여에 비하면 가격도, 의미도 적은 일상적 선물일 뿐이다. 부모님이 가실 때 가장 많이 우는 자식은 가장 효도를 하지 못했던 자식이라 했던가. 지금의 나라면, 당신이 가진 후 저 바지 부여잡고 대성통곡이다. 그러지 않기 위해 지금이라도 노력해야겠다. 이미 대성통곡은 거스를 수 없는 수순이고 대성통곡 중 기절이나 하지 않으려면.

글을 쓰는데 목과 심장이 계속 따끔거린다.

PS. 아버지, 감사합니다. 그리고 존경합니다.





by bikbloger | 2009/07/02 21:25 | Early Editorial - 생각 | 트랙백 | 덧글(10)
지름남녀 : 질렀으되 혼나지 않는 방법
어제 클리앙을 보니 어떤 유부님께서 225만원 짜리 렌즈 지르시고, 30만원이라 말씀하셨는데 와이프님이 관련 커뮤니티 흥신을 통해 실제 가격을 알게 된 사건이 있었습니다(현재 관련글은 삭제). 뭐. 이런 일이 여러 번 있었죠. 비슷한 예로 아래와 같은 것도 있죠(아래 이미지는 클릭하시면 제대로 보입니다).


위와 같은 상황에서 견적 정확히 뽑으시는 분들… 영화 스포일러 발설보다 훨씬 나쁜일 입니다. 가정의 행복을 저해하는 일이니까요. 분명 결혼하시면 같은 입장인데... 적당히들 하심 좋겠습니다. 가장 좋은 것은 비싸지 않은 것이라고 이야기 하는 것이겠지만.


200만원 넘는 렌즈를 30만원으로, 1000만원에 육박하는 자전거를 80만원으로, 60만원 짜리 이어폰을 3만원으로… 제 사촌동생 녀석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30만원 가량의 건프라를 3만원이라고 했다가 집들이에 온 부하직원이 격하게 감동했고, 제수씨는 부하직원에게 유도 심문을 통해 가격을 알아냈습니다. 물론 결과적으로 사단이 났죠. 10배 뻥튀기가 이 정도인데, 지름의 액수가 크다면 더 큰 문제가 생기겠죠? 물론 걸리지 않으면 됩니다만, 인터넷 시대에는 거의 불가능 한 일입니다. 그렇다고 하늘에서 돈 비가 쏟아질 것도 아니죠. 결국 유부남은 아무 것도 지르지 못하는 운명인 걸까요? 물론 합법적(?) 지름의 방법은 있습니다.

대부분의 여친님이나 와이프님들께서는… 남자들이 왜 카메라와 렌즈를 지르는지에 대해 이해하지 못합니다. 130만 화소 폰카로도 즐겁게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싸이에 올려서 주변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죠. 하지만 이런 멘트를 날리는 방법이 있습니다.

‘너를 더 예쁘게 찍어주고 싶어서 샀어’

실제로 ‘널 위해 준비했어’류의 가증스런 멘트 하나로 꽤 오랫동안 지름을 인정받고 있는 분도 있지만, 분명 한계는 있습니다. 즉, 지름의 후속타로 지속적 내공 향상이 따라줘야 한다는 문제도 있습니다. 또 다른 지인은 카메라 기변도 심하고 렌즈 지름도 만만치 않은데, 이분의 여친은 제게, ‘카메라를 보고 웃어야 하는데, 남친이 새 카메라나 렌즈로 바꿈질 했는지를 보게 된다’는 고통을 호소하기도 합니다. 하지만 궁극의 방법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여친님이나 와이프님께 사진과 카메라 배우게 하는 것입니다.

백화점의 문화센터도 있지만 각 구청에서 운영하는 사진 관련된 강좌들이 있습니다. 강의료는 대부분 5만원 내외, 한달 정도 과정입니다. 무턱대고 사진을 찍는게 아니라 뭔가를 좀 알고 사진을 찍게 되면 왜 DSLR은 똑딱이보다 비싸고 무거운지, 그리고 결정적으로 왜 DSLR은 렌즈를 사야 하는지를 알게 됩니다. 언젠가는 출사를 가야 하니 DSLR을 빌려달라고 – 배우기 전에는 무겁다고 싫어했던 -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이야기한 자전거도 그렇고, 이어폰도 그렇고 자동차도 마찬가지입니다. 그것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에 왜 그렇게 비싼지 알 수 없었던 것 뿐이죠.

이렇게 되는 경우 ‘동반지름에 의해 패가망신이란 주화입마의 지경’에 빠지게 될 위험도 있습니다만, 아무래도 여자들은 남자에 비해 제어력이 강하기 때문에 크게 걱정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제조사의 DSLR로 사이 좋게 렌즈를 나눠 쓰는 커플. 생각만해도 멋집니다(예. 여친의 손을 잡고 보란 듯이 용산에서 PC용 부품을 구경하는 것이 로망인 IT 오덕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물론, “우리 여친님과 와이프님은 막귀, 막눈, 막X라 안 먹힌다”고 이야기 하실 분도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막귀, 막눈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개발되지 않았을 뿐이죠. 조금씩 조금씩 업그레이드 시켜 주시면 됩니다. 일단 A를 들려주고, B를 들려줍니다. B의 소리에 익숙해질 무렵 다시 A를 들려주면 어떤 차이가 있는지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죠. 아마 위에서 이어폰 걸리신 분도 처음부터 UM3이 아니라 번들 이어폰에서 젠하이저 MX400으로, 소니 888로, 오디오테크니카 CM7ti로, B&O A8 등으로 차근차근 올라 갔다면 괜찮았을 수도 있습니다. 사실 지름은 단 한번에 목적지까지 날아 가는 것이 비용 낭비를 하지 않는 길이지만 실제로 쉽지 않고, 조교(?)는 당하는 사람이 따라오는 것을 보고 천천히 진행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입니다(직접 해본 결과 그렇습니다).

그리고 여성분들에게 드리는 이야기.

여성분들 중 먹는 걸로 스트레스를 푸는 분들 있으시죠? 남자들의 지름욕도 이와 비슷합니다. 물론 생활 수준에 비해 너무 고가의 물건이라면 문제가 되겠지만, 매달 받는 용돈 쪼개고 모아서 간신히 하나씩 지르는 남편들의 심정도 이해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너무 다그치지만 마시구요. 예전에 모 사이트에서 본 이야기인데… 어떤 분은 포르쉐(모델에 따라 1~2억 하는 스포츠카입니다)가 너무 가지고 싶어서 20년 거치 적금을 들어 돈을 모았다고 합니다.
#2007년식인데... 이렇게 생겼습니다. 종류가 워낙 여러가지지만 사진 속 물건이 가장 기본이죠. 그리고 돈 많은 분들은 시승 한번 해 보고 나서 그 자리에서 계약서를 쓸만큼 멋진 자동차입니다. 많은 남자들의 로망중 하나입니다.

20년의 로망을 이루었을 때, 아니, 꾸준한 노력으로, 인고의 세월까지는 아니라도 원하던 것을 손에 넣었을 때의 그 느낌은 다이어트의 궁극적 목표 삼아 벽에 걸어둔 스키니진 속에 무리 없이 다리가 쑥 들어갈 때의 쾌감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간절히 바라고 원하는 것이라는 공통점도 있습니다.

‘화성여자, 금성남자’ 책 이야기들 많이들 하시는데… 책 내용에 대해 공감하신다면, 그리고 남편과 남친이 바뀌기를 바라는 만큼 그들의 지름 – 물론 생활의 수준을 넘지 않는 범위 내에서 – 공감해 주시면 어떨까요? 어차피 못 지르게 해도 지를 것은 다 지릅니다. 원래 남자들이 그렇거든요. 만약 남자들에게 뭔가를 지르고 싶으면 집안일을 하라고 하세요. 지독히 집안일 싫어하는 사람도 군말 없이 할겁니다. 사실 여자를 속이고 싶어하는 남자들은 많지 않거든요. 물론 사랑도 더 깊어질 겁니다.




by bikbloger | 2009/03/28 12:47 | Early Editorial - 생각 | 트랙백 | 핑백(2) | 덧글(68)
[리뷰] 진짜 명품의 소형 플래시
지난번 예고대로 얼마 전 생일선물로 받은 아이템의 두번째 리뷰. 이 아이템은 INOVA의 Microlight로 제품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제품은 라이트다. 여러 개의 LED를 사용하거나 통상적인 3파이 대신 5파이의 밝은 LED를 사용하는 자동차용 제품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동급’에서의 비교라면 이 제품의 밝기와 편의성을 이길만한 제품은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제품은 위 사진처럼 포장 되어 있다. 본 블로거가 그리 좋아하지 않는 블리스터(Blister) 패키지다. 소위 업자들은 취급하기 편한 방식이며, 제품의 도난 방지에도 용이하지만, 사용자 입장에서는 패키지를 여는 것이 쉽지 않고, 자칫 손을 다칠 염려가 있다. 또한 중고 거래를 많이 하는 사람에게도 환영 받지 못하지만, 실용성을 강조하는 미국 제품들의 특징을 대변하는 포장방식이다.
어렵사리 패키지를 뜯으면 제품이 등장한다. 위쪽에는 다양한 곳에 걸어둘 수 있는 강철 클립이 있고, 가운데 부분을 누르면 아래쪽 LED가 점등된다. 이 제품은 총 4가지의 기능을 갖고 있다. 한번 누르면 가장 밝은 불빛, 두번을 누르면 보통 불빛, 세번을 누르면 발광, 네 번을 누르면 시그널 모드라고 하는데, 어떻게 사용하는지는 당췌 모르겠다. 일반적인 기능과 서바이벌에 관련된 기능의 컨버전스라 할 수 있을 듯
마이크로라이트지만 발군의 밝기를 갖고 있다. 이런 류의 제품에서는 밝기가 깡패. 현재 본 블로거가 사용중인 맥라이트(동일한사이즈의 LED에 무려 3개의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하는)와 큰 차이가 없다. 게다가 필요에 따라서는 조금 덜 밝은 빛을 선택할 수 있어서 좋다. 배터리는 연속 동작시 15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 필요할 때 잠깐잠깐 사용하는 제품으로서는 충분한 배터리 사용시간이다. 물론, 긴급시에는 이 시간이 짧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털어서 먼지 나지 않는 사람 없듯이, 리뷰해서 단점 없는 제품 없다. 이 Inova Microlight는 하나의 버튼으로 실행/정지와 함께 4가지 기능 선택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것이 또한 단점이 된다. 꺼져 있는 상태에서 버튼을 한번 눌러주면 가장 밝은 빛이 들어온 상태인데, ‘일정 시간’이 지나고 버튼을 누르면 꺼지지만, 어떤 때는 다음 기능(보통 빛)으로 넘어간다. 이 ‘일정 시간’에 대해 가늠이 잘 되지 않는다. 물론, 사용하는 사람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는 부분이니 완전한 단점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실 잡기능으로 사람들을 현혹시키기 힘든 단순 기능의 제품일수록 성능이 부각될 수 밖에 없다. 4가지면 많지 않냐고? 요즘 PMP와 전자사전들의 기능과 비교하면 사실 4가지는 새발의 피속에 흐르는 적혈구의 레벨 정도일거다. 지난번 윈드밀 고산 라이터처럼 이 제품 역시 제조사의 연구와 노력이 아낌없이 투입된 물건이다. 많은 제품을 만나고 사용하면서 느끼는 것이지만, 의미 그대로의 명품을 만나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이것을 해내는 회사들이 있으며, 이들의 공통점 중 하나는 ‘타협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산다는 것도 비슷하다. 불의, 게으름, 옳지 않은(못한 것이 아니라) 것과 타협을 하지 않는 삶, 그것이 명품 인생일 것이다.





by bikbloger | 2008/12/30 10:50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덧글(6)
[리뷰] 윈드밀 고산 라이터
개인적으로 담배를 피우기 시작한지 15년 정도가 지났고, 그 동안 숱한 라이터들이 나를 스쳐갔다. 흡연초기, 겉멋에 경도되어 스스로 구입했던 지포라이터는 물론, 영화하던 선배가 영화공부 열심히 하라고 준 라이터(그 선배가 존경하던 영화감독의 이름이 가득 새겨진)도 있었다. 물론, 여자에게 선물 받은 것도 있었지만 지금은 모두 잃어버렸다. 그 중 가장 안타까운 것은, 담배를 피우지 않는 친구의 아버님께서 ‘적당히 피워라’고 말씀하시며 건네주신 지포 라이터. 그 물건은 당신께서 월남 참전 당시 미군에게 선물 받은 – 겉면에는 Fuck** Vetnam 이라는 문구까지 새겨진 – 귀한 물건이었다. 물론 지금은 술집이나 업소의 이름이 새겨진 판촉용 라이터를 사용하고 있지만.
지난 번 생일 선물 아이템 리뷰예고의 첫번째 제품인 라이터다. 이 제품은 윈드밀(Windmill)이라는 일본 회사의 고산(高山)라이터로 정식 명칭은 W-Flame Air Control System FIELDER라는 다소 긴 이름을 갖고 있다. 윈드밀이라는 회사는 바람이 불어도 불이 꺼지지 않는 파란색 불꽃의 터보라이터로 잘 알려져 있다. 물론 이 고산 라이터는 터보라이터는 아니지만 독특한 시스템이 포함되어 있다.
위 사진은 케이스다. 어떤 상황에서라도 담배에 불을 붙일 수 있는 이 라이터의 강인함을 상징하는 이탈리언 레드 + 블랙이 조화된 박스 패키징, 내부에는 라이터 각 부의 명칭이 설명되어 있다. 중간에 ‘Air controlling ring’이란 글자가 보이시는지? 이 라이터의 독특한 시스템은 바로 이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의 환경과 높은 지역과의 가장 큰 차이는 기압이다. 그래서 산에 가서 밥을 하면 밥이 설익고, 라이터 역시 잘 켜지지 않는다. 통상 1000m 이상의 고도에서는 공기 중 산소의 양이 저하되고 개스와 산소의 혼합 비율이 변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이 라이터는 고도 조절에 따라 점화에 필요한 산소량과 가스의 혼합 비율을 조정해 어떤 조건에서도 ‘담배를 피울 수 있게’ 해주는 하드코어 흡연자를 위한 라이터다.
일단 이 물건의 디자인은 듀퐁과 같은 고가형 라이터처럼 순금, 순은 등 재질의 차이나 장식을 위한 요소들은 철저히 배제되었다. 뚜껑을 열고 버튼을 눌러 불을 켜 담뱃불을 붙이는 본래의 목적에 충실하다. 본체에는 목걸이 줄을 걸어둘 수 있는 고리도 있다. 중단부에 있는 조절링은 앞서 언급한 Air Controlling Ring으로 0, 1500, 3000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현재 위치의 고도에 따라 이 링을 돌려 맞춰주면 불이 제대로 나온다는 이야기다. 0부터 3000까지는 총 5단계로 대략 0, 750, 1500, 2250, 3000m의 해발 고도를 기준으로 하고 있다. 아래쪽 링은 예의 불꽃 크기 조절링이다. 매뉴얼 상에는 불꽃의 크기가 25~30mm 정도 되는 것이 가장 적당하다고 되어 있으나 개인적으로 조금 올려서 사용하는 중이다.
뚜껑을 열면 터보라이터의 전유물인 코일이 보인다. 실제로 이 라이터에서 불이 나오는 부분은 코일 바로 앞쪽의 동그란 노즐이다. 이 노즐에서 불이 나올 때 코일은 지속적으로 불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물론 이 라이터의 불꽃은 터보라이터의 불꽃처럼 아래를 향해 켜도 꼿꼿이 한 방향을 향하는 직진성도 없고, 지포라이터처럼 끈기있는 불꽃이 아니기에 바람이 불면 불은 쉽게 꺼진다. 다소 불편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라이터의 역할은 높은 곳에서 시원한 바람과 함께 담배 한 가치 피우는 것을 쉽게 해주는 것이 제 역할이니 불이 쉽게 꺼지는 것에 대해 응당 욕을 먹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2개의 노즐을 이용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개스 소모가 많다. 완전히 충전을 해도 대략 2갑의 담배에 불을 붙이면 또 다시 충전이 필요하다.

바닥면에는 개스 주입구가 있고 여기에 한통 당 1500원 정도의 일반 개스를 넣어주면 된다. 윈드밀의 전용 개스를 구해보려 했으나 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아무래도 지포라이터보다는 보급이 덜 된 까닭일 것이다.

라이터 리뷰지만, 라이터의 역사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동시에 라이터는 담배를 피우기 위한 도구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내용은 매우 부실하다. 그래서 아래는 조금 추가해보는 내용이다.




위 사진(더 많은 사진과 내용은 여기로)을 보면, 담배는 나름 형식과 격식(?)을 갖춰 꽂혀 있지만 라이터는 그렇지 않다. 분명 담배를 꽂아둔 그릇과 잘 어울리는 디자인에 봉황으로 장식된 화려하고 묵직한 라이터가 세트였을 것이지만, 그는 300원짜리 불티나를 썼다. 물론 지금 봉하마을에서도 마찬가지일 것이고. 바로 이 캡처 사진이 그가 땅에 발을 붙이고 정치를 했던 datongryung(인터넷 검열 때문에 이렇게 표기)이었다는 증거였다면 확대해석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광기 어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이름 모를 어느 미군, 그리고 친구 아버님께 담배 한 모금의 위안과 평화를 누릴 수 있게 해줬던 월남 지포라이터처럼, 300원짜리 라이터의 주인이 그리워진다.


PS. 어떻게 datongryung이 담배를 피울 수 있냐고 생각하시는 분들. 분명 있을 거다. 또한 큰 문제라 분도 있을 거다. 이 정도가 문제라면 국민 상대로 사기치고, 속이고 기만하는 것은 대체 얼마나 큰 문제일지 궁금하다.


by bikbloger | 2008/12/24 10:59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덧글(11)
생일선물 리뷰(예고)
생일은 11월 중순입니다만... 저를 포함한, 자주 만나는 '업계 3인'의 개인/공적 일정이 바빴던 관계로 12월 송년회를 겸해 12월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아래 사진은 업계의 지인에게 받은 선물입니다. 가장 왼쪽부터 새로텍의 꽃가라 외장하드, 윈드밀의 라이터, 이노바의 LED 라이트 등입니다(프린터 무한 리필 잉크도 있는데... 이거는 덩어리가 좀 커서 ^^;)

순서대로 리뷰를 올려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니 생일선물로서 받는 사람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는 물건들입니다. 세 가지 물건 모두 애용하고 있다지요.



by bikbloger | 2008/12/21 21:49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핑백(2)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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