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플래닛 테러 + BPF 2008
지난 3월 15일, 홍대 롯데시네마에서 열린 BPF 2008(블로그 링크)을 다녀왔습니다. BPF란 Blog Play with Film의 약자입니다. 말 고대로 블로거를 위한 영화관련 행사였습니다. 오후 1시부터 '블로거가 뽑은 다시 보고 싶은 영화 상영회'로 정가형제의 '기담'이 상영되었습니다. 다 아시다시피 공포영화입니다만... 구성의 치밀함이나 재미적 요소가 남달랐습니다.
보통 공포영화들은 무서운 장면 - 관객이 놀라게 해주길 바라는 장면 -에서 다양한 효과들을 동원합니다. 음악 소리나 비명소리의 게인을 다른 부분보다 훨씬 높게 잡는 경우라든가, 기타 다양한 방법을 동원합니다. 그래서 이런 영화들은 소리를 빼놓고 보면 그닥 무섭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하지만... '기담'은 이런 짝퉁스런 방법이 아닌 정공법을 택했더군요. 오히려 그렇기에 공포영화의 미덕인 '무서움'은 덜했습니다만... '기담'은 공포영화에서 보기 힘든 구성을 갖고 있습니다. 앞에 나온 장면과 뒤에 나온 장면이 연결되는 것 등이 그것이죠. 잘 만들었습니다. 아쉽게도 흥행은 못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블로거와 함께 하는 요절복통 영화 토크쇼'가 있었습니다.

3M흥업의 최광희님(사회), 현 청년필름 대표 김조광수님, '천하장사 마돈나'의 이해영 감독님, 독립영화 배급지원센터 소장이신 원승환님이 패널이었습니다. 영화인으로서 다른 감독의 영화를 블로그에서 까는 문제, 투자 때문에 힘들다는 말을 할 수 없는 감독의 심정 등등 과거 영화쪽에 살짝 발을 들여놨던 제 입장에서는 안타까운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그리고 패널들의 '라디오 스타'를 우습게 만드는 자폭성 발언 등도 재미 있었습니다. 처음 시작하는 부분에 원승환님의 '살려주세요'라는 한마디가 왜 그리 절절하던지요. 독립영화는 영화의 미래며, 주류 영화를 썩지않게 해주는 방부제입니다.

바로 이어진 블로그 프리미어 시사회에서는 로드리게즈 감독의 '플래닛 테러'가 상영되었습니다. 원래는 <아임 낫 데어>가 상영될 예정이었습니다만... 중간에 상영작이 바뀌었죠. 물론, 플래닛 테러도 작년 크리스마스인가 연말인가 한번 상영된적이 있었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본 영화는 아니었죠.

배경적인 설명을 드리자면, 개인적으로도 상당히 친한 로드리게즈 감독과 타란티노 감독은 합동 프로젝트 <그라인드 하우스>(무휴영화관, '동시 상영'이라는 뜻)를 기획했습니다. 그 중 한편이 타란티노 감독의 <데쓰 프루프>고, 또 한편이 바로 이 영화, <플래닛 테러>입니다.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은 <데스페라도>, <황혼에서 새벽까지>, <스파이 키드>, <씬 시티>를 만든 감독입니다. 예. 그렇습니다. 기본적으로 '동시 상영관'이라는 것 자체가 B급 문화입니다.
아. 이 영화 장난 아닙니다. 피칠갑도 이런 피칠갑, B급도 이런 B급은 아무나 못만들 것 같습니다(생각 같아서는 C급 혹은 D급 판정을 주고 싶은 정도). 물론 이 C나 D는 '나쁘다'는 의미가 아니라 B급 보다 한단계 진일보한 장르적 충실성을 의미합니다.

일단 이 C/D급의 설정은 영화 처음부터 시작합니다. 시작부터 화면에는 비가 내리고... 사운드는 오락가락 합니다. 그러다 처음 시작은 'Machete'의 예고편입니다. 아주 하드코어한데... 사실 이 예고편 조차 실제로 상영할 영화가 아닌 영화의 일부입니다. 그 다음부터는 끝까지 피칠갑이 난무합니다. 왜냐면... 좀비 영화니까요. 이상한 개스에 의해 사람들이 좀비가 되고, 좀비가 되지 않은 사람들은 우여곡절 끝에 파라다이스를 찾아낸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입니다.



그리고 로드리게즈는 새로운 영웅본색을 만들어 냅니다(영화 중간에도 영웅본색 이야기가 잠시 나오는 것으로 봐서는... 관객들이 이것을 알아주길 바랬을 수도...) 바로 영화 포스터에 나오는 멋진 여성이죠. 영화에 등장하는 팜므파탈은 소위 '치명적 매력'을 갖고 있는 동시에 강합니다. 하지만 포스터 속의 주인공은... 아예 신체의 일부가 강력합니다. 츠카모토 신야의 '철남'과 비견될만한 포스입니다. 영웅본색의 기억을 떠올려 보면 화려한 쌍권총 액션(무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만큼)이 영화 전편에 난무했는데, 이는 한참 뒤에 '이퀄리브리엄'으로 이어집니다. 그리고 '플래닛 테러'에서는 아예 성(性)을 바꾸고 강력함을 한층 업그레이드 합니다. 마치 스트립 댄스를 추는 것처럼, 유연한 동작으로 좀비를 무찌릅니다(나중에 이 무기는 더 강력히 업그레이드되며, 팜므 파탈의 극치를 보여줍니다).

스토리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이야기 하지 않겠습니다. 자. 그렇다면 이 영화 추천이냐 아니냐... 한번 구분해 봅니다.

1. 스토리가 중요하다
네. 이런 분 있습니다. 비추입니다. 스토리 라인 따라가기도 힘든 영화에서 사건과 사건간의 느슨한 논리와 서사 구조를 기가막히게 잡아내시는 분들. 이런 분들에게는 비추입니다. B급에 충실하다 보니 논리구조는 그만큼 느슨합니다.

2. 좀비, 피칠갑은 나의 힘
이런 분에게는 추천입니다. 정말 질리도록 나와주시고 아주 잔혹한 장면도 가득합니다. 만족하실 수 있습니다.

3. B급 매니아
역시 충분히 만족하면서 즐기실 수 있습니다. 단, 웰메이드 B급이 아닙니다. 말 그대로 B급입니다. 물론 그 안에서 감독의 의도를 눈치챌 수 있습니다만.

영화가 끝나고, 경품 추첨이 있었습니다.

저는 운 좋게 인디스페이스의 '한정판' 머그컵(20명), 무려 3명에게 주어지는 '나이키 운동화'에 당첨되었다죠. 그런데...Staff중 한분이 '나이키 매장 모든 곳에서 사이즈에 맞는 것으로 교환해준다'는 이야기를 하셨는데... 이대 나이키 매장에서는 교환이 안된답니다. '최초 구매처에서만 교환이 된다'고 하는데... 이거 어찌해야 하나요?

아쉬운 점

1. 프로그램 선택의 문제...
쎈 영화 동시에 두편 상영은... 심장 약한 분들께는 다소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저와 함께 갔던 지인은 영화 두편보고 그로기 상태였다는...

2. 행사장 위치 안내
롯데시네마에 들어서면 영화관은 8층이라는 안내 배너가 있습니다. 엘리베이터에서 다들 8층으로 올라갔습니다(저도 그랬죠). 그런데 행사장은 10층... BPF 2008 포스터에만 10층이라는 글자가 적혀있었습니다. 다음에는 배너 큰 놈으로다가 세워주세요.
3. 경품에 대한...
이건 저를 비롯한 몇몇 분의 문제겠습니다만... 받아서 교환하러 가야 하는 것은 좀... 물론 옥션에 싸게 내놓을 수도 있겠습니다만... 그러기에는 이 운동화가 너무 예쁩니다(교환을 시도했던 이대 나이키의 알바언니께서도 보자마자 '와. 예쁘다'라는 탄성을!).

4. 팝콘 + 음료 쿠폰도 주셨는데... 영화보며 팝콘을 안먹는 사람을 위해 음료 2잔으로도 가능했었으면 좋았을 듯 합니다.
물론 B급 영화에서의 팝콘은 일종의 클리셰고 피가 튀는 것처럼 팝콘도 좀 튀어줘야 하는 것은 있습니다만... 팝콘 냄새를 싫어하는 분들도 분명 있는 것이니...



by bikbloger | 2008/03/16 20:10 | Early Editorial - 생각 | 트랙백(6) | 핑백(1) | 덧글(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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