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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15   [리뷰] 쓸만한 펜, LAMY SAFARI 만년필 [38]
2008/01/28   [리뷰]쉽게 지울수 있는 펜 [14]
[리뷰] 쓸만한 펜, LAMY SAFARI 만년필
오늘 새벽 새 맥북이 공개되었더군요. 하루종일 정신이 없어서 지금에야 관련 정보를 봤습니다. 그런데 가격이... 대략 계산해도 1500원을 기준 환율로 한듯. 내심 기대하던 물건이고, 뽐뿌 당할 충분한 요소들이 있지만, 일순간에 봄뿌심을 흐트러뜨리는 가격은 참으로 다행(?)입니다. 네.

의심할 여지 없는 디지털 만능의 시대. 그렇기에 자신의 생각이나 의사를 표현하는 수단 역시 펜이라는 아날로그에서 디지털을 대표하는 PC의 입력장치, 키보드로 바뀌었다. 하다못해 이제는 카드 결제조차 터치스크린 위에 스타일러스 펜으로 서명하는 경우도 많을 만큼 디지털 만연의 시대지만, 펜이 가지고 있는 효용은 여전히 유효하다. 특정 업무의 전체적 Out line을 잡을 때, 타인에게 메모를 전할 때는 물론 디지털이 틈입할 수 없는 순간과 상황에서도 그렇다.
본 블로거는 머리가 좋지 못하기 때문에 기록하고 메모하는 것이 습관이다. 특히 전화 통화를 하면서 그 내용을 휘갈겨 쓰거나 회의나 미팅시 사용하는 막 펜(BIC의 0.7mm 수성펜 이용 중)과 썼던 내용을 깔끔하게 지울 수 있는 Pilot Frixion 펜을 쓰기도 하며 0.5mm의 Pental 샤프를 사용하기도 한다. 또한 주머니에는 언제나 다이어리 작성용인 LAMY Pico가 들어있다. 사실 수십, 수백 만원을 호가하는 필기구는 본 블로거에게 언감생심이지만, 나름 필기구에 대한 욕심이 있으니 소설가 김훈 선생처럼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는 작가까지는 아니어도 그럴듯한 펜 한 자루 정도는 소유하고 싶은 것이다.
이런 연유로 이미 rotring의 Art Pen을 사용하고 있지만 이 펜은 ‘요즘 같은 시대’의 필기용으로서는 실격이다. 펜의 필기감과 같은 본질적 요소 때문이라기 보다 펜의 모양 때문인데 일단 Art Pen은 뚜껑을 펜 뒤에 꽂을 수 없다. 사실 이렇게만 해두어도 펜은 쉽게 굴러다니지 않지만 뚜껑과 펜의 본체가 분리된 Art Pen은 책상 위에서 도록도록 잘도 굴러 다닌다. 책상 위에서 펜 - 특히 민감한 촉을 가진 만년필 - 이 잘 굴러다니는 것은 대형 참사의 단초가 된다. 이런 종류의 펜은 키보드나 마우스를 잡고 있는 시간보다 펜을 더 오래 사용하는 사람들에게 적합하다.

그래서 최근 LAMY의 SAFARI 만년필을 구매했다. 이 물건은 원래 4만원 가량의 물건이지만, 1차 구매자가 원**이를 통해 24,500원에 구매한 것을 다시 12,000의 저렴한 가격에 구매한 것. 원래 유광 화이트 색상은 2007년의 스페셜 에디션이다. LAMY의 SAFARI는 해마다 스페셜 에디션 컬러의 제품이 나오는데, 2006년에는 파스텔 블루, 2008년은 라임 컬러다. 적은 수량을 찍어낸 한정판 개념의 리미티드 에디션은 아니지만, 이미 파스텔 블루와 화이트 컬러는 일반 샵이나 몰에서는 구하기 힘든 아이템이 되었다. 물론 이 펜의 공식 수입원은 원**이를 통해 재고 땡처리를 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LAMY SAFARI의 디자인은 일반적인 만년필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보통 만년필은 둥그런 형태의 몸통과 뚜껑을 갖고 있지만, SAFARI의 몸통은 둥근 형태와 사각형이 섞여있는데 이는 단순한 디자인 요소가 아니라 둥근 형태의 펜이 가질 수 밖에 없는 단점을 개선하기 위한 것이다. 책상 위에 올려 놔도 혼자 굴러서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은 펜 촉을 가지고 있는 만년필에서는 중요한 것이다.
사실 고가의 만년필들이 이런 디자인적 요소를 갖추지 않은 것은 아마 할리 데이비슨의 자존심(혹은 오만함)과 비슷한 것이다. 최신 레플리카와 스쿠터 조차 모두 다 가지고 있는 안전장치 - 기어가 들어가 있는 상태에서 시동이 걸리지 않는 – 에 대해 할리 데이비슨은 관심조차 없는 듯 하다. 이는 마치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얘야. 이것은 장난감이 아니란다’란 의미의 무덤덤한 전언일 수도 있겠다. 고가의 만년필 역시 제대로 사용못하고 책상 위에서 굴려먹는 사람들을 위한 물건은 아니다. 하지만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언제나 배려는 아름다운 것 아닌가. 그것이 감동과 찬사를 이끌어낼 수 있는 것이라면 더더욱.

또한 만년필은 잉크 리필이 필수적이지만 잉크가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몸체를 돌리고 열어 내부를 봐야 한다. LAMY는 SAFARI의 몸통에 2개의 구멍이 내두었고 이를 통해 잉크 잔량을 항상 확인할 수 있다. 중요한 순간에 잉크가 없어 필기를 못하거나 계약서에 사인을 하지 못하는 일은 생기지 않을 것이다. 잉크는 기본적인 컨버터(압력으로 잉크를 빨아들이는 장치)와 전용 카드리지를 사용할 수 있다. 펜의 그립은 엄지와 검지로 잡는 부분이 안쪽으로 들어가 있다. 이 부분의 형상이 매우 적당해 장시간 필기를 해도 손이 아프지 않다.
뚜껑은 심플한 형태의 클립이 붙어있고 상단은 십자(+) 형태의 마무리로 디자인의 단조로움을 피하고 있다.
사실 만년필은 사용자가 반복적으로 쓰면서 길을 들이는 것이다. 일정 시간이 지나면 그 사람의 필기습관에 꼭 맞는 전용펜으로 변모한다. 다행히 1차 구매자는 이 펜을 몇 번 사용하지 않아 전혀 길이 들지 않은 상태였다. EF촉은 가장 얇은 촉으로 메이커마다 잉크가 나오는 두께에 많은 차이가 있다. SAFARI의 EF촉은 대략 0.5mm 의 굵기로 잉크가 나오며 F촉은 0.6~7mm 정도다.

제조사의 특성에 따라 살짝 종이가 긁히면서 약간은 빡빡하게 써지는 필기감의 제품도 있고, 거친 종에에서도 부드럽게 써지는 제품이 있다. LAMY SAFARI는 이 스펙트럼 중에서 약간은 후자에 가깝다. 매끈한 종이(몰스킨, RHODIA의 메모패드나 미도리 노트와 같은)는 당연히 그렇고, 약간 거친 표면의 종이에서도 그렇다. 촉의 재질은 스틸로 금(gold)촉에 비해 필기감이 우수하지는 않지만, 이 정도 가격에 금촉을 바란다는 것은 어불 성설이다.

SAFARI의 필기감은 가격대를 떠나 생각해도 충분히 만족스럽다. 물론 워터맨이나 몽블랑의 만년필 사용자에게는 그렇지 않겠지만 이는 당연한 것이다. 4만 원짜리 만년필이 기십, 기백만원짜리 만년필과 같을 수 없는 것은, 4만 원짜리 이어폰이 기백만원 이상의 음향 시스템과 같을 소리를 낼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일 테니까. 분명한 것은 필기감은 음질과 비슷해 개인의 호불호가 명확하게 갈린다는 것이다. 약간은 날이 선 거친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물 흐르듯 부드러운 느낌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나마 공통적인 평가기준으로 삼을 만한 것도 있으니 바로 ‘가격대 성능비’ – 유식한 말로 하면 ‘돈 값’- 다. LAMY의 SAFARI는 워터맨이나 몽블랑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도 ‘이 펜은 쓰레기야’라는 말을 할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만큼 만족스럽다.
다소 장황하게 LAMY SAFARI를 리뷰 했다. LAMY 제품이 국내에서 정식으로 수입되어 팔리기 시작한지 대략 5년 정도가 되었으니 본 블로거의 주변 지인 중에도 SAFARI 만년필 사용자가 있다. 술을 마실 때는 물론이고 Alan Parsons Project의 ‘Ammonia Avenue’ 같이 조금 슬픈 음악을 들으면 눈물을 흘리는 그녀의 SAFARI는 잉크가 좀 많이 나온다 싶고, 덩치에 걸맞지 않게 섬세한 친구 녀석의 SAFARI는 마치 낯가림 하는 것 마냥, 내가 쓰면 잘 나오지 않는다.

앞으로 내가 열심히 쓸 이 SAFRAI를 다른 사람이 쓸 때 어떤 느낌을 갖게될까.

스펙, 편의성 등 모든 면에서 디지털에 상대가 되지 못하는 아날로그의 위대함이 바로 여기에 있다. 길이 든다는 것. 그것은 사람간의 사랑을 닮았다. 그리고 이는 디지털로는 절대 Sampling 불가능한 영역에 있다. 언젠가 디지털은 이런 영역까지 ‘복사’하게 되겠지만, 아직 그런 경지에 오르지 못했다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며, 지나친 디지털 만연에 대한 안식이다.



by bikbloger | 2008/10/15 22:35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1) | 핑백(1) | 덧글(38)
[리뷰]쉽게 지울수 있는 펜
'글 못쓰는 선비가 붓을 탓한다'는 옛말이 있습니다. 현대적으로 해석해보자면, '프로는 연장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과 통하는 것이겠죠. 의심할 여지없이 정답인 말이지만, 완전하지는 않습니다. 실제로 사진 실력이 없어도 카메라가 좋으면 어느 정도 건질만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글씨를 정말 못쓰는 사람의 경우라면, 펜과 종이의 좋고 나쁨에 따라 글씨가 달라지기도(제가 그렇습니다) 하니까요.

개인적으로 상당히 많은 수의 펜을 가지고 있습니다. 샤프와 연필, 볼펜과 만년필 등등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앞서 언급했던 이유도 있겠습니다만, 어떤 일을 하면서, 그림을 그리면서 즐겨쓰는 펜이 다르고 그에 따라 결과물도 달라집니다. 뭐. 환경에 지배를 심하게 받을 만큼 강한 인간이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최근 재미있는 펜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국내에 들어 온지 꽤 되었고 저는 대략 한달 전쯤에 구매를 해 잘 쓰고 있는 펜입니다. 굳이 말하자면 글씨를 잘 쓰게 도와주는 종류라든가, 소유한 사람의 품격(이라 쓰고 재력으로 읽는다)을 과시하는 펜은 더더욱 아닙니다. 이 펜의 이름은 Frixion Pen입니다.
왜 bikbloger는 이 펜을 소개하는 것일까요? 이 펜에는 다른 펜에는 없는 특징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지울 수 있는 펜입니다. 사실, 기존에도 BIC의 펜 -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데, 청록색 몸체에 뚜껑에 지우개가 달린 - 처럼 지울 수 있는 볼펜 종류라든가, 볼펜 지우개 같은 물건들이 있었으나 종이가 심하게 상하거나 제대로 지워지는 펜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 펜은 감쪽같이 지워집니다. 종이에 묻은 기존 펜들의 잉크를 지우개로 지우는 경우, 남아 있는 잉크가 깨끗이 닦이지 않습니다. 종이의 표면이 우리 눈으로 보는 것처럼 매끈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이 펜은 일본의 전통적 필기구 회사 중 하나인 파이롯트(Pilot)의 제품입니다. 국내에서는 0.3mm 두께의 하이테크 펜으로 유명한 회사죠. 그렇다면 이 지울 수 있는 펜의 원리는 무엇일까요? 비밀은 잉크에 있습니다. 파이롯트는 열에 반응하는 잉크를 만들었습니다. 섭씨 약 65도가 되면 잉크의 색이 사라집니다. 반대로 영하 10도씨 이하로 온도가 떨어지면 다시 색상이 보입니다. 물론 이 고온과 저온은 일반적인 생활의 환경은 아니므로, 일상 생활에서는 원하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잉크의 색이 사라지는데 필요한 온도는 뚜껑부분에 붙은 고무를 종이에 문질러 발생시킵니다. 이 정도로도 섭씨 65도의 열이 난다는 것이 신기하군요. 그럼 실제로 지워지는지 보겠습니다.

예. 잘 지워집니다. 물론 마찰열로 지워도 됩니다만... 더 확실한 방법은 역시 라이터로 살짝 구워주면 더 깨끗이 지워집니다. 다만, 지우고 나도 글씨를 눌러 썼다면 종이가 눌린 것이 보입니다.
글씨를 지운 후에 종이를 잘게 찢어서 버린다고 해도 독한 마음먹고 종이를 붙여 액화질소를 쏘이는 방법을 동원하면 보이게 됩니다. 하다못해 냉장고 냉동실에 넣었다가 빼도 희미하게 보입니다. 또한 글씨를 눌러서 썼다면, 글씨 부분을 연필로 살살 칠하면 내용을 볼 수 있습니다.
이 펜은 일반펜은 물론이고 형광펜도 있습니다. 위 사진 속의 펜은 0.7mm의 굵기입니다. 필기감은 다소 부드러운 편이지만, 잉크의 점성이 강하지는 못합니다. 잉크 잘나오는 수성펜 같은 느낌이랄까요?
개인적으로 두꺼운 펜을 선호합니다(이 편이 그나마 글씨가 빈해 보이지 않습니다). 보통 0.7mm 정도 두께의 펜을 필기용으로 사용합니다만, 이 펜의 0.7mm는 일반적인 필기용으로는 적당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0.5mm 두께의 제품도 있습니다.

최근에는 국내의 다양한 사이트에서 그리 비싸지 않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일본에서는 일반은 150엔, 형광펜은 200엔이라고 합니다만 국내에는 정식 수입선은 아직 없는 듯 합니다. 하이테크 펜을 수입하는 곳이 파이롯트 펜 전부를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왜 이 제품은 안하고 있는지 모르겠군요. 뭐. 하이테크 펜이 워낙 잘 팔려서 그런 걸까요? 어찌되었건, 국내에서도 오픈 마켓을 통해 구매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위의 3가지 색상 묶은 것을 배송비 포함 12200원에 구매했습니다.

조금 가격대가 있는 잉크의 경우, 시간이 지나도 잘 변하지 않고 잘 지워지지 않습니다. 얼마전 오래된 잡동사니를 정리하다 무려 1998년도 문서를 찾아냈는데... 종이는 이미 노랗게 색이 바랬지만, 파카의 quick ink로 쓴 글씨는 예전 그 색이더군요. 이렇게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은 것이라는 측면의 반대편 사고방식인 '쉽게 지운다'로 접근한 이 frixion pen에는 나름대로의 가치가 있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소위 '발상의 전환'인 것이죠.

펜은 이렇지만, 문득 사람은 상황에 따라 잘 변해야 하는지, 아니면 변하지 않는 것이 좋은지를 생각하게 되는 밤입니다.

PS. 디자인 쇼핑몰인 1300K에서도 팔고 있네요. 개당 2500원이니 3개 하면 7500원, 배송비 포함하면 딱 1만원이군요. 12200원 보다는 싸군요(지르러가기)



by bikbloger | 2008/01/28 23:54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1) | 핑백(2)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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