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제덕, 3월 20일 백암아트홀 공연
전제덕 공연을 보고 왔습니다. 지난주 일요일(20일), 삼성동의 백암아트홀에서 였지요. 최근 방송과 함께 각종 미디어를 화려하게 장식하고 있는 그지만, '본격적인 하모니카 연주자'라는 것보다는 '앞을 보지 못하는 장애를 딛고...' 와 같은 수식어로 그의 소개가 시작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레이찰스와 스티비 원더 같이 앞을 못보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보면 '보이지 않는 것'이 장애가 되지 않는 것이 바로 음악을 한다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먼저 공연장 설명부터 드리자면... 백암아트호른 420석 규모의 작은 공연장입니다. 로비에서 계단을 조금 많이 내려가야 공연장이 있었는데 예술의 전당이나 세종문화회관 처럼 유니폼을 입은 언니들께서 자리 안내를 해주시더군요. 이날 공연은 애인님과 애인님의 후배, 저와 동생 이렇게 4명이 갔었는데... 자리는 앞쪽이었지만 오른쪽 사이드에 가까워 저와 동생은 사람오면 비켜주자는 심산으로 가장 좋은 소리가 날 만한 자리에 가서 앉았습니다.

이곳은 특이하게도 공연 시작 시 차임벨이 울리더군요(어린시절 갔던 극장도 그런 곳이 있었습니다만). 조명이 어두워지고 그날의 게스트인 '두번째 달'이 무대에 등장했습니다. 이들은 국내 최초의 에스닉 퓨전밴드입니다. 기본적인 악기 외에 만돌린과 바이올린의 편성인데, 이 그룹의 백미는 아일랜드 출신의 보컬인 린다 컬린(Lynda Cullen)이라는 여자입니다. 굳이 표현하자면 시나드 오커너와 돌로레스 로아이던의 스펙트럼 사이 어느 지점에 있는 목소리... 작년 한 대수씨 공연에서도 게스트로 출연했을 때 동생과 처음보고 목소리가 너무 매력적이라 이날 공연에서도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했지만 이날 부른 두 곡 중 한곡은 노래가 아닌 허밍만 나오는 곡이어서 약간은 아쉬움.

역시나 도우미 언니들은 플래시가 터지는 곳에 가서 사진을 찍지 말라고 말렸으며 2회 이상 터트린 사람은 카메라를 거둬(?)가는 모습도 보였습니다. 오프닝 밴드가 연주하는 동안에 뒤편의 하우스 엔지니어(음향 엔지니어)들은 바쁘게 움직였는지 시간이 지나며서 소리가 잡혀갔습니다. 보통은 리허설 때 하는 작업을 그제서야 하고 있던 듯. 사실 오프닝 밴드는 본 공연의 희생양이 될 수밖에 없는 처지긴 하지만 '아는 여자'가 있기 때문에... 그런데 중간에 불이 켜지더니 늦게 도착한 사람들이 마구마구 들어왔습니다. 잠시 후 저희는 자리를 뺐기고 어쩔 수 없이 원래의 자리를 찾아 움직이는데 유니폼 언니들이 왜 내려왔냐고 하길래... '우리 자리 찾아간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리고 원래의 자리로 보니... 한 커플이 등을 의자에도 못붙이고 두리번... 두리번... 이야기를 하려 했는데, 옆의 도우미 언니가 더 앞쪽에 빈자리로 가면 어떻겠냐고 하더군요. 그 자리는 무려 앞에서 4번째 줄의 오른쪽 끝.

백암아트홀의 스피커는 라인 어레이 시스템이었는지라, 객석에 따른 음압과 소리의 차이를 어느 정도 극복할 수 있는 시스템이긴 합니다만 너무 앞자리에, 그것도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치우쳐있는 경우는 어쩔 수 없이 한쪽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가 주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 샤워를 할 때를 떠올리시면 쉽게 이해되실 듯 - 그래서 가급적이면 중앙, 전체 객석의 2/3 지점의 자리를 좋아합니다만...
본격적으로 소리가 나기 시작하는데 역시나 우려하던 일이 발생. 트럼본 소리가 '생으로' 들려 버리는 겁니다. 앞자리 중에서도 너무 앞이었는지라 OTL... 그래도 그냥 참고 볼 수밖에 없었지요. 문득 뒤를 돌아보니 자리는 만석. 요즘 만석을 채우는 공연이 없다고 합니다만, 전제덕씨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공연 셋리스트는 챙겨오지 못해 어떤 곡이 연주되었는지는 일일이 적을 수는 없지만... '바람'이라는 곡의 전주가 나오자 더 큰 환호성이 울리는 것으로 보아 이미 많은 팬을 가지고 있던 듯.
아주 신나고 재미있는 공연이었습니다. 연주자들의 실력이 되니 관객들의 분위기를 봐서 너무 길고 지루하다 싶은 곡들은 현장에서 짧게 줄이는 등의 애드립도 재미있었구요. 대부분의 연주가 앨범을 위주로 이루어졌고, 앨범 외에는 릴리 마리엔탈의 'Half on Half', 레이 찰스의 'Hit the Road Jcck' - 요즘 길거리에서 많이 들리더군요. 'no more, no more, no more'하는... - 칙 코리아의 'Spain'(중간에 모든 악기가 하나의 리프를 연주하는 그 부분이 상당히 어렵다고 하는데... 원단이었습니다) 등이 있었습니다.
아. 게스트로는 성시경과 말로가 등장, 성시경은 '너의 외로움이 나를 부를 때'와 'Lately'를 불렀고, 말로의 'Georgia On My Mind'를 불렀지요. 개인적으로 말로스타일 보컬도 참 좋아합니다. 스캣과 함께 목소리로 감정을 표현하는 능력, 저음과 고음을 자유롭게 넘나드는 그 유려함은 '목에 힘 빼고 노래하면 재즈보컬'이란 생각 가지고 노래하는 국내 여성 보컬들이 넘어야 할 산 중 하나.
전제덕은 하모니카 연주자지만 노래 또한 잘합니다. 뭐, 두 게스트에 비할 바는 아니겠지만, 작년 가을 말로 공연에서 했던 스티비 원더의 'Superstition'은 압권이었습니다(가끔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김종진 아자씨가 부르기도 합니다만) 이 날도 노래를 했는데... 말로의 순서가 끝나고 '게스트 두분이 노래를 하셨으니 나도 해야겠다'는 말과 함께 노래를 했는데... 맨 앞에 두 사람이 일어나니 그전까지 조용히 앉아있던 관객들이 모두 일어났습니다. 기교 없이 열심히 내지르는 스타일의 노래지만, 참 매력있습니다. 이 때 했던 노래가 Hit the Road Jcck과 몇 곡이 더 있었는데... 제가 모르는 곡들이어서.. ^^;
노래를 하던 중간에 '재미있으신지 모르겠다'고 물었을 때 한 아저씨가 '지금 모두 일어나 있어요'라고 했을 때 그의 얼굴에서 퍼지는 웃음. 그리고 역시나(ebs 스페이스에서의 공연때도 이곡이었지요) 앵콜 곡은 김광진의 '편지'.

하모니카 연주라고 한다면, 고 김현식씨의 '한국사람'이나 투츠 틸레망스, 비오는날 당골 넘버인 리오스카의 'Before the Rain'등이 있겠습니다만, 제가 아는 한 국내에서 하모니카 연주로 가장 '서정적인' 곡을 꼽으라면 전제덕이 연주한 '편지'에 손가락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홈페이지를 보니 내일(22일), 전제덕은 건국대 새천년 홀에서 열릴 제2회 한국대중음악상 수상 후보에 올해의 연주부문과 크로스오버 2개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고 합니다. 더불어 음반 기획사인 JNH MUSIC도 올해의 음반 레이블 후보에 올랐다는 군요. 좋은 결과 있으면 좋겠습니다.

PS.

1. 사진은 관객이 모두 일어섰을때 무대 바로 앞으로가 마구 마구 찍은 사진입니다. 찍기는 많이 찍었는데 조명 때문에... 건질 수 있는 것은 이정도.
by bikbloger | 2005/03/22 03:49 | Soul of AUDIBLE - 음악 | 트랙백 | 덧글(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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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targazer at 2005/03/22 10:50
사진 잘 나왔네..특히 두번째 사진. 누가 그랬던 것처럼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선 피사체에 가까이 가야 된다는 말이 맞긴 맞는 모양이군.
Commented at 2005/03/22 10:56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3/22 11:02
그렇지... 로버트 카파가 한 말이야. "당신의 사진이 맘에 들지 않은다면, 당신은 피사체에서 너무 멀리 있는 것이다"... 이글루스는 자체 제공 스킨 말고도 회원들이 스킨을 만들어 제공하기도 하지. 현재 스킨은 zodiac47이란 분이 만든 스킨이고... 오른쪽 메뉴 가장 아래에 스킨 저작권이 표시도어 있슴. 아. 그리고 스킨은 자유자재로 편집이 가능하기도 함. 회원 가입형 블로그 중에서는 이글루스가 디자인에 대한 자유도가 가장 커.
Commented by 아우라 at 2005/03/22 15:11
몇년전에 들국화 특별공연에서 맨앞자리였는데 노래를 부르는 전인권의 침도 튀겼었던 자리였습니다. 좋다고 난리 브루스를 췄던 기억이 납니다. 역시 라이브의 매력은 주체하기 힘듭니다.
Commented by 윤민나 at 2005/03/22 19:17
전제덕씨 공연 다녀 오셨군요. ^^

오늘 대중음악 시상식에 이분들과 동석해서 보려 했는데요..
서울에서 일찍 내려오는 바람에 참석을 못했어요 ㅜ.ㅜ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3/24 10:31
* 아우라님//아. 전. 인. 권. 아우라 넘치는 뮤지션중 하나.
* 윤민나님//예. 다녀왔어요. 그런데 민나씨 갠적으로 아는 사람들?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5/03/24 10:57
아- 조금 늦게 봤네요. 기다리던 글인데...;;
제덕씨 목소리의 "힛더로드잭"은 어떨지...^^ "래이" 보셨겠죠?
힛더로드잭의 영감을 얻던 장면이 생각나네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3/24 11:02
뭐... 기다리시는 글인데... 내용은 별 것 없는듯한... 저 역시 공연을 보면서 계속 스티비원더와 레이찰스가 떠올랐습니다. 전제덕씨 보컬은 그냥 내지르는 스타일이고 마이크를 붙였다 떼었다 하는 등의 외적인 기교도 전혀 없습니다. 오히려 그것이 매력적이랄까요?

레이는 지루하다는 느낌 전혀없이 재미있게 본 최근 영화중 하나였습니다.
Commented by Debris at 2005/05/11 11:51
그때 그 후배놈입니다. 잘 지내시지요. 포스트를 읽다보니, 그때의 느낌이 다시 살아나는군요. 잘 지내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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