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페라리' 거지
인터넷이 발달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매니아의 존재가 확인 - 인터넷 시대 이전에도 매니아는 있었지만 인터넷 시대가 되며 표면적으로 부상한 것이란 의미에서 - 되고 있습니다.

물론 우리나라가 아닌 해외에서 매니아라 불리는 사람들의 경우, 그 내공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지요. MP3 플레이어를 만든다거나 기계에 없는 기능을 만들어 붙이는 등등... 특히 어르신들의 시각으로는 절대로 이해할수 없는 것이 바로 해외의 '페라리(혹은 포르쉐) 거지'입니다. 국내에는많지 않은 부류의 매니아지만 일본에는 많습니다. 말그대로 집도 절도 없지만 자동차 만큼은 페라리나 프로쉐인 사람들입니다.

이들의 모든 생활은 자동차 안에서 이루어집니다. 옷이나 신발 등은 모두 다 자동차의 트렁크에 있고 잠도 차안에서 잡니다. 아침에 일어나 가까운 공원에서 찬물로 세면을 해결하고, '지하철'을 타고 출근(살인적인 유류비 때문에), 점심은 가장 싼 것으로 해결하는 동시에 금주/금연에 이한 수행의 길을 자처 합니다.

수입은 모두다 자동차 할부금을 갚는데 올인.

과거 국내 자동차 잡지(자동차 생활인지 모터매거진, 혹은 오토매거진인지 기억은 확실히 안납니다만)에는 일본의 한 자동차 잡지 기자가 쓴 페라리 이야기가 있었습니다. 자신이 가진 것을 모조리 처분하고 10년에서 조금 빠지는 페라리 308 GTB를 구입하고 페라리 거지(이 분은 아주 조그만 사글세 방이 있긴 했습니다만)가 된 이야기를 매달 한편씩 써내려 갔습니다.

처음 시작은 페라리를 구입하기 위한 자금 마련과정부터 시작해 실제로 차를 사고 나서 행해야 하는 수햏과 함께 두서너달 페라리에 대한 리뷰기사가 실리더니, 그 다음 부터는 회사의 지원을 받아 일본 전역에 있는 페라리 매니아들을 만나고온 내용을 기사화.

단순히 '페라리 무슨 모델은 어쩌구 저쩌구, 그래서 쵝오다!' 가 아니라 '사람이야기가 있는 자동차 기사'였다는 생각이 납니다. 자신 보다 고급 모델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매우 부러워 하면서 어떻게 구입을 했는지 부터, 어떤 점은 불편한데 어떻게 극복을 하냐, 혹은 출퇴근에 사용하느냐 하는 등의 이야기가 참으로 재미있던 기억이 납니다.

어느날 이 기자는 한 '여자'를 만나게 되는데 그 여자는 '무슨 페라리가 오디오도 없고 이렇게 시끄럽냐'는 이야기를 했고 이 사람은 잡지를 통해 '페라리의 엔진 사운드를 이해하는 여자를 만나고 싶다'고 공개적으로 구혼을 하게 되지요. 결국 이 구혼으로 한 여인을 만나게 되고 결혼까지 하게 됩니다(당시 신혼여행을 가는 장면에서 10대가 넘는 페라리가 웨딩카 세레모니에 참석하는 감동적인 사진도).

결혼을 한 후에는 '부부가 함께 하는 페라리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얼마후에 와이프는 아이를 낳게 되는데 처음으로 자비를 들여 연료를 가득 채우고 병원까지 '날아가는'이야기를 하며 '처음으로 페라리의 진 면목을 느끼게 해준 아이에게 감사한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아이가 크고 또 하나의 아이가 생기자 페라리로는 가족 나들이가 불가능 하다는 것을 깨닫게 된 이 부부는 페라리를 가족을 위한 차로 바꾸게 됩니다. 그러면서 이 기자는 마지막 페라리 기사를 작성합니다.

그러나! 독자들은 이 기자의 기사를 재미있게 보아온 터라 연재를 계속해 달라고 요청했고, 두어달이 지난 후 페라리가 아닌 다른 차(기억은 확실히 나지 않는데... 카니발 같은 스타일의)와 가족의 이야기를 써내려 갑니다(이 이후의 이야기는 못 봤습니다)
당시는 단순히 자동차를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이었지만 현재 하는 일을 하게 되면서 문득 오래 전 그 기사들이 생각났습니다.

이런 멋진 이야기를 쓰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어느 누군가가 꾸준히 내 기사를 기다려주는, 내가 하는 이야기에 공감하고 관심을 가져주는 그런 기사를 쓰고 싶습니다. 그 과정에 이 이글루도 하나를 차지고 하고 있습니다...


Ferrari 308 GTB QV(1984)
사진은 1984년의 페라리 308 GTB입니다. 당시 '페라기 거지 기자'의 자동차는 이 모델중 타르카톱 버전이었습니다. 카브리오레처럼 완전히 오픈되는 것이 아니라 지붕부분만 덩그러니 열리는 방식입니다. 이 모델은 페라리 중에서도 굉장히 '저렴한'(물론, 다른 모델을 기준으로 했을때) 모델입니다.

페라리의 일반 사양인 12기통 6천 cc의 포맷도 아니고 8기통 4800cc도 아닌 8기통 3000(정확히는 2927)cc 모델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고로 시속 300Km에서 한참이나 모자란 시속 245Km, 235마력의 출력을 가지고 있습니다만, 현재 기준으로도 배기량 대비 성능이 그다지 딸리지 않습니다. 가격은 다른 모델에 비해 저렴할 지언정 성능까지 저렴하지는 않았지요.

사진 출처 : 오토살롱
by bikbloger | 2005/03/13 01:51 | Mr. Motor Rising-자동차 | 트랙백(6) | 덧글(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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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sampler at 2005/03/13 02:58
페라리는 그래도 페라리네요...
Commented by 꼴뚜기왕자 at 2005/03/13 10:28
솔직히 이해는 잘 가지않습니다만, 뭔가에 그정도로 미칠 수 있다는 게 부럽군요.
Commented by 라디 at 2005/03/13 11:06
재밌고 멋있는 기자분이시네요 (-_ㅜ
Commented by 주니 at 2005/03/13 11:18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저라면 역시 두 다리 뻗고 편히 잘 수 있는 공간이 먼저일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메이플라이 at 2005/03/13 12:25
쓰실수 있을것같단 생각이 듭니다^^ 멋진 글인걸요 링크걸어갑니다^^
Commented by 어디서나린 at 2005/03/13 15:11
정말 차에대한 이야기라기보다 사람이야기가 넘치는군요
개인적으로 압권은 무슨페라리에 오디오도 없냐 라는 대사 뒤집어졋습니다 (역시 일반인의 관점으로는 페라리는 무슨 속도빠른 고급세단 이미지인듯)
Commented by 연어 at 2005/03/13 17:49
차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그 사람의 글은 읽어보고 싶군요
Commented by 접촉불량 at 2005/03/13 20:59
아아-_- 웹사이트를 돌다 보니까, 페라리 거지, 어쩌구하는 기사가 뜨던데. 갑자기 그 생각이;;
히힛, 무튼, 꼴뚜기 왕자, 님 말씀에 올인이랍니다. 완전 포기하고 하나에 올인하는 모습은
소심한 저에겐 꿈 같은 일.. 히힛, 아아 한 가지 가능한 일이라면, -_-
돈에 미치는 ;;; 거라면!! 히히, 무튼, 저런 차는 한번쯤 몰아보고 싶답니당
Commented by 접촉불량 at 2005/03/13 20:59
아아-_- 웹사이트를 돌다 보니까, 페라리 거지, 어쩌구하는 기사가 뜨던데. 갑자기 그 생각이;;
히힛, 무튼, 꼴뚜기 왕자, 님 말씀에 올인이랍니다. 완전 포기하고 하나에 올인하는 모습은
소심한 저에겐 꿈 같은 일.. 히힛, 아아 한 가지 가능한 일이라면, -_-
돈에 미치는 ;;; 거라면!! 히히, 무튼, 저런 차는 한번쯤 몰아보고 싶답니당
Commented by 꿈의대화 at 2005/03/13 22:23
순간 '차안에서 아이를 낳은거야?' 생각했는데, 그건 아니군요...;
결국 페라리보다 중요한건 "가족". 가족나들이를 위해 처분한다는 멋진...
Commented by 아우라 at 2005/03/14 11:13
저런 외계인 같은 생각을 가지고 계신분들이 많아져야 사회가 재밌어집니다. 세상을 재밌게 만드시는 기자분 되시길 바랍니다....^^
Commented by 리드 at 2005/03/14 13:30
마음을 훈훈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일장춘몽 식으로 페라리 오너를 꿈꾸던 저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해 주었습니다.
Commented by 김현 at 2005/03/14 13:49
음... -_-;;; 역시 물 건너 나라는 신비한 나라...
아, 그리고 중간에 오타가 있네요. 갑 -> 갚.
Commented by 라엘 at 2005/03/14 14:09
오오옷! 멋진 글이에요
Commented by SDPotter at 2005/03/14 14:48
자신이 좋아하것에 모든걸 바쳐서 살았던것 자체가 참 대단한것같습니다, 게다가 혼자만의 생활을 하는것이 아니라 여러사람들과 함께 해나아갔다는것자체도 참 대단하시네요, 저도 그런 생활을 한번쯤은 꿈꿔봅니다만....
Commented by ArEm at 2005/03/14 15:35
이오공감 타고옵니다. 세상에 헛된 명성은 없지요. 경험해봐야만 알수있을테지만.. 페라리는 확실히 로망입니다.^^
Commented by 그라드 at 2005/03/14 16:17
그 기자분 이야기 정말 재밌네요. ^^
bikbloger님도 그런 기사 꼭 쓰실 수 있을 거에요~
일단 저는 링크로 그 마음을 표현합니다. ^^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3/14 16:19
* Sampler님//예. 썩어도 준치라고.. 3천cc라 해도 페라리지요.
* 꼴뚜기왕자님//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저런 것을 장만하시는 분들... 매니아의 궁극이라고 할까요?
* 라디님//동감입니다. 글빨이 대단한 분이었습니다.
* 주니님//사람에 따라서 추구하는 바가 다르기 때문에...
* 메이플라이님//감사합니다...
* 어디서나린님//예. 고가의 차이긴 하지만 사람들이 생각하는만큼 고급스러운 차는 아닙니다. 달리는데 필요없는 것은 극도로 생략되어 있는 머신입니다. 설계하는데, 사람도 자동차 부품의 일부로 생각할 정도...
* 연어님//저도 다시보고 싶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3/14 16:23
* 접촉불량님//페라리를 누구나 살수 있어도 그 극한의 성능을 이끌어내는데는 다른 차보다 훨씬 힘들다고 하네요. 또한 안정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습니다. 즉, 충돌하면 거의 죽음이라는.
* 꿈의대화님//예. 차를 사랑하지만, 그 보다 페라리를 더 사랑하고 그것보다는 가족을 사랑하는...
* 아우라님//감사합니다. 아우라님도 재미있는 시나리오, 재미있는 영화 많이 만들어주시길...
* 리드님//제 글에 트랙백 된 글을 따라가보시면 일본사람이 쓴 페라리에 대한 책소개가 나와있습니다. 조금더 현실적이 되시지 않을런지...
* 김현님//감사합니다. 수정했습니다.
* 라엘님//감사합니다.
* SDPotter님//저런 것은 돈이 많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 생각됩니다.
* ArEm님//그렇지요. 남자들의 세계는 여자들이 이해하기 힘든 세계가 아닐런지...
* 그라드님//감사합니다. 정진하도록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네오바람 at 2005/03/14 17:34
일본이 페라리 보유수로는 전세계에서 1위라고 알고 있는데 맞습니까? 옛날에 오십여대 이상이 트랙에서 모여있는것도 본것같군요
Commented by 세월이가면 at 2005/03/14 20:25
유류비를 아끼기 위해 지하철로 출근한다..

자주 달리지 않으면 아무래도 차 성능이 떨어지지 않을까요?
물론 페라리가 그런 정도는 초월한 차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
Commented by Initial_H at 2005/03/14 22:07
이오공감에서 뛰어왔습니다.
인생을 올인할수 있는 그 무언가가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그 사람은 행복한 거죠. 저 분은 너무나 행복해보입니다.;ㅁ;
Commented by 不良會社員 at 2005/03/14 22:15
아, 그 기사 기억납니다만; 10년동안 페라리 할부금을 붓던 그 사람은.. 자위대 대원이었습니다...

그때당시 기억나던게 "라면만 먹고 지내도, 창문밖에 꽉 차게 보이는 페라리를 보고있으면 흐믓했다" 라는 부분이죠....

확실히 기억하는 부분이 또 있는데, 그사람이 그 페라리를 구매하기 위해서 가장 안정적인 월급을 제공하는게 바로 "자위대"였기 때문에(공무원 이니까) 자위대에 입대하고 바로 질러버린거죠... 아마 지금쯤이면 할부금 다 냈을까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3/14 23:46
* 네오바람님//저도 그렇다고 알고 있습니다. 이탈리아도 미국도 아닌...
* 세월이가면님//그렇기는 하겠지만서도... 다른 사람에게 '기름만땅 채워줘'하고 몰아보게 해주지 않을까요?
* Initial_H님//동감입니다...


* 不良會社員님//글세요... 자위대는 아니었던것 같습니다만... 왜냐하면... 사진속의 글쓴이는 거의 파마머리였던 기억이.. 아무리 자위대가 모병을 한다고 하지만... 군인인데 파마머리는 아니겠지요?(다른 분이 귀뜸 해주셨는데... 카비전이라는 잡지에 나왔던 연재기사고 그 분의 이름은 '오이시'였고 그 잡지의 기자였다고 합니다) 다른 사람이 아닐까란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만...
Commented by 푸른마음 at 2005/03/15 01:26
열정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죠. 그 열정이 아름답습니다. 그랬기에 웨딩 세리모니인 페라리 그룹드라이빙이 더욱 빛을 발했을 겁니다. 그나저나 아이 때문에 비로소 제대로 된 주행의 감동을 맛볼 수 있었다는 게 참 코끝 찡하군요.
Commented by 아르마lJJuN at 2005/03/15 02:34
이오공감 타고 왔습니다. 저런 순수한 열정을 간직하고 살아간다는게 참 부럽습니다.
Commented by 不良會社員 at 2005/03/15 03:26
아; 그럼 -_-; 다른 사람일 수 있겠군요;
제 기억으로는 자위대에 자원입대해서 페라리를 get 한 사람이 있다고 했거든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3/17 02:57
* 푸른마음님//예. 저두요.
* 아르마lJJuN님//동감입니다. 저도 그러고 싶은데... 쉬운 일은 아닌듯 합니다.
* 不良會社員님//그나저나 군대생활을 하면서까지 페라리를 사랑하는 그분도 대단하군요.
Commented by numa at 2005/03/20 13:07
저 이야긴 예전에 한번 들었던 것 같더군요. 얼마 전 우리나라에 일본의 페라리들이 대거-_-; 왔던 적이 있는데, 그때 차 주인들이 저런-:-패턴의 사람들이었다고 들었던 것 같네요...그나저나, 이오공감에 한 사람의 글이 두 개 올라온 건 또 처음. 대단하십니다-_-bb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3/20 23:52
저 역시 놀라워 하고 있는 중입니다... 신기하네요...
Commented by 윤연우 at 2005/03/24 17:46
저라면.. 그 페라리를 위해 미친듯이 돈을 벌겠습니다^^;;
Commented by 순현 at 2005/03/27 18:51
지름신을 잠시 느끼는 듯 했으나 지름신과는 다른 필링이 느껴지는군요.
Commented by FFF at 2009/04/04 17:42
매일 새벽 3시에서 5시에 사이에 15차례에 걸쳐 자동차를 야구배트로 부수고 다닌 범죄 기사가 떠오르면서 잠깐 기분이 불쾌해졌습니다. 그 기사를 봤을 땐 미친놈이긴 하지만 사람은 다치지 않았으니 경범죄구나..라고 여기고 넘어갔는데 저렇게 차에 인생을 의탁한 사람들이 있겠지요.
Commented by 케이신 at 2018/12/10 21:16
안녕하세요. 너무너무 공감가는 글 잘 읽었습니다. 오래 된 글이라 주인분께서 보실지 모르겠으나 해당 글을 출처 명기하여 게시하고자 합니다. 혹시 실례가 된다면 알려주시는 즉시 삭제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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