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텔앤컨 AK100 사용기 #3 : 음원과 음질
시대와 기술은 음악을 바꾼다. 시기에 따라 유행하는 음악 장르는 당연히 바뀌기 마련. 이에 더해 또 하나의 변화가 있으니 바로 기술 발전에 따라 음악이 수록되는 매체 역시 크게 달라졌다는 것이다. 카세트테이프에서 LP, 그리고 CD를 거쳐 다시 파일 형태로 숨가쁘게 바뀌었다. 이 급격한 변화는 1960년대부터 시작되어 단 50년 만에 이루어진 것. 하지만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음악을 듣기 위한 시간과 정성에다 관리까지 필요한 LP, LP보다 관리가 쉬운 CD를 넘어 아예 ‘물리적 관리’란 과정조차 생략된 음악 파일을 넘어 스트리밍 음원까지 등장했다. 당연히 이중 가장 가볍고 말초적인 것은 역시 파일과 스트리밍일 것. 삭제해도 다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온전히 ‘내 것’이 아니어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음악에 대한 경외감을 더욱 감소 시키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확실히 진지하게 음악을 듣는 사람은 현저히 줄었고, 음악은 PC를 이용한 작업이나 웹서핑의 배경에 깔리는 부수적인 것으로 전락해 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것이 바로 아스텔앤컨 AK100이다.

아스텔앤컨 AK100은 24bit 192kHz의 고음질 음원을 재생할 수 있는 유일한 휴대용 플레이어. 이제 음악은 감동이나 그 자체로 의미를 갖는 것이 아니라 BGM이나 편의성에 가까운 의미가 되어 버린 이 시대에 가당키나 한 제품일까? 하지만 음질의 변화를 통한 변화가 가능하다 믿는 사람들에게 이 제품은 의미를 가진다.

# 음악이나 음원은 위와 같은 과정으로 음질이 떨어진다.


AK100은 스튜디오 마스터링 퀄리티 음원(MQS:Mastering Quality Sound)의 재생이 주 목적이다. 음악을 만드는 과정을 보면 이제 레코딩/마스터링 스튜디오는 24bit 96kHz 혹은 192kHz로 녹음하고 믹싱하며, 마스터링한다. 하지만 이런 고음질의 작업이 최종적으로 CD에 수록되는 과정에서 제 아무리 고음질의 음원이라도 16bit, 44.1kHz로 압축되어 음질이 손상될 수 밖에 없다(이는 CD라는 미디어의 한계다). 그만큼 작곡자와 편곡자, 연주자와 엔지니어의 의도가 제대로 반영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AK100은 이 MQS 음원을 그대로 재생할 수 있다. 아이리버에서는 24bit 96kHz 혹은 192kHz를 MQS 음원으로 분류했다. 일부 언론에서 MQS가 무슨 새로운 음악 포맷인듯 표현되었지만, 이는 엄밀히 말하면 마케팅 용어일 뿐이다. '레코딩/마스터링 스튜디오에서 작업한 음원 그대로'라는 의미 외에 다른 것은 없다. 그렇다면 CD에 수록된 16bit 44.1kHz의 음원과 스튜디오에서 바로 가져온 24bit 192kHz에는 유의미한 음질적 차이가 있을지 궁금해질 것이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분명한 차이가 있다. 사실 이 차이에 대해 제대로 쓰려면 너무나 길고 긴 이야기가 될 수 있겠으니 엑기스만 이야기 하겠다.

우리가 듣는 음악은 온전히 아날로그며 MP3를 비롯한 음원은 디지털이다. 그래서 아날로그 음원을 디지털로 바꾸는 과정이 필요하다. 일단 머리 속에 모눈종이를 떠올려 보자. 왼쪽 그래프의 파형이 아날로그 음원, 오른쪽 모눈종이 위에 그려진 파형이 디지털 음원이라 가정하자. 디지털은 0과 1로 구성되기 때문에 칸 안에 들어오면 1, 안 들어오면 0이다. 이 칸 하나하나가 bit가 된다. 이 칸의 크기가 작으면 작을수록 그만큼 세밀하게 파형을 표현해 낼 수 있다. 칸의 개수가 극단적으로 적어 진다면, 해상도 낮은 jpg 이미지처럼 깍두기가 생길 것이고 이는 음질의 열화로 이어진다. 16bit와 24bit의 차이는 바로 이 칸의 개수 차이다. 그리고 뒤에 붙은 kHz는 한마디로 1초에 얼마나 많은 디지털화가 이루어지느냐를 의미한다. 당연히 숫자가 커질수록 더 촘촘하게 디지털화 되었다는 이야기. 대부분 음향 관련 서적에는 이런 식으로 설명되어 있다.

아직 어렵다고? 그럼 조금 더 설명하겠다. 24bit 192kHz 혹은 16bit 44.1kHz는 데이터의 크기에 대한 이야기다. 먼저 192kHz라는 아날로그 음원을 디지털로 만드는 과정에서 1초에 얼마나 많은 데이터(쉽게 생각한다면 점)를 집어 넣느냐를 의미한다. 그래서 이를 샘플링 레이트(Sampling Rate)라고 한다. 192kHz면 초당 192,000개의 데이터가 소리를 표현한다는 의미. 마찬가지로 44.1kHz는 44,100개다. 같은 소리를 더 많은 점으로 표현하는 것이니 당연히 빠지는 소리도 적어질 것이다. 또한 bit는 0과 1로 표현되는 디지털 신호가 얼만큼 많이 기록되느냐의 의미. 그래서 24bit는 2의 24승 단위로 기록되며 이를 비트 레이트(bit rate)라 부른다. 그래서 샘플링 레이트는 음원의 해상력과 정보력에 관계되며 비트 레이트는 다이내믹 레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다이내믹 레인지는 가장 큰 소리와 가장 작은 소리의 차이를 의미하는데, 비트레이트가 커지면 그만큼 급격한 소리 변화에서도 자연스러운 소리를 재생할 수 있다.

이렇게 음향적으로 봐도 CD의 16bit 44.1kHz 음원과 스튜디오에서 바로 가져온 24bit 192kHz의 음질은 다르다. 문제는 이 차이가 인간의 귀로 구분이 되느냐 안되느냐일 것이다. 음악과 디지털 관련 커뮤니티에서는 16bit 44.1kHz에서 전송률 192kbps와 320kbps를 구분할 수 있느냐 없느냐, 나는 구분 안되는데 너는 구분 한다고? 구라치지 말아라 등의 이야기가 횡횡하는 상황에서 아예 고음질 음원을 구분할 수 있느냐 없느냐는 논란 거리가 되기에 충분해 보인다.

구분을 하든 하지 못하든 CD에서 MP3를 만드는 경우는 손실압축에 해당한다. 물론 FLAC이나 APE와 같은 무손실 압축도 가능하고, 다양한 음원 사이트에서 이런 무손실 압축 음원을 구매할 수 있기는 하다. 문제는 제 아무리 무손실이라 해도 CD의 16bit 44.1kHz이란 한계를 뛰어 넘을 수는 없다. 또한 손실압축은 변환을 하면서 인간의 귀에 들리지 않는 소리들을 효율적으로 빼는 과정에 다름 아니다. 이를테면 야외에서 누가 이야기 하는 소리보다 훨씬 큰 - 비행기 소음과 같은 - 소리가 들린다면 사람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 이를 마스킹 효과라고 하는데, 이런 인간의 귀가 가진 것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바로 손실압축의 방법. 그래서 대부분 128kbps와 320kbps의 차이는 구분할 수 있지만(차이가 2배 이상 나기 때문에), 192kbps와 320kbps는 구분이 어려운 이유 역시 소리가 얼마나 빠졌냐를 우리 귀가 인식하는 것이 상대적으로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예 극단적으로 정보량이 다르다면?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24bit 192kHz의 음원의 정보량은 16bit 44.1kHz에 비해 6.5배나 된다. 그래서 청취 조건이 같다면 24bit 192kHz의 소리가 더 풍성하고 화려하다. 또한 이는 누구라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음악의 요소들이 조금 더 표현되고 덜 표현되는 차이가 아니라, 같은 음악이라도 정보량 자체가 아예 다르기 때문이다.

이런 고음질 녹음의 시작은 어디일까? 그냥 생각하기엔 최신 유행의 댄스 음악일거란 생각이 들수도 있겠다. 하지만 답은 바로 클래식부터 시작되었다. 그 이유는 바로 다이내믹 레인지 때문이다. 최신 유행의 댄스 음악은 가장 작은 소리와 큰 소리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다. 락음악 역시 마찬가지. 두 장르 모두 처음부터 끝까지 힘있게 쿵쾅대거나 빡시게 달리는 장르니깐. 재즈나 발라드 역시 댄스나 락보다 조용한 장르긴 하지만 가장 작은 소리와 큰 소리의 차이는 그다지 크지 않다. 소리의 차이가 커서 다이내믹 레인지가 중요한 장르는 의외로 클래식이다. 바이올린이나 피아노 솔로가 나오다 금관과 목관은 물론 각종 현까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곡도 많으니까. 이런 녹음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고음질의 녹음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그래서 이런 고음질을 확인하는 것은 다른 어떤 소스보다 클래식, 그것도 다양한 음역대와 악기 편성으로 이루어지는 협주곡이 딱이다. 하이엔드 애호가들의 종착지 역시 대편성의 클래식인것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고른 음악은 모짜르트의 바이올린 협주곡(Violin Concerto no. 4 in D Major KV 218 - Allegro) 이었다.

이곡을 24bit 192kHz의 음원을 AK100으로 들어 보았다. 사용한 이어폰은 젠하이저의 ie8. 앞서 이야기 한대로 높은 정보량을 통해 들리는 소리는 한마디로 대단했다. 일단 피아노 소리의 경우 건반을 누를 때 손톱이 건반을 치는 소리까지 잡아낸다. 또한 다들 아시다시피 피아노는 건반악기지만 내부 구조는 망치가 현을 때려 소리를 내는 만큼 울림이 중요하다. 24bit 192kHz에서의 피아노 소리는 깊고 풍성했다. (모든 악기가 그렇겠지만 특히 나 더) 배음이 중요한 피아노는 소리가 나는 공간을 꽉 채우며 울렸다. 타악기인 드럼의 심벌 역시 비슷했다. 한번 쳤을 때 소리의 여운이 훨씬 길었다. 게다가 안들리던 소리까지 들린다. 정말 MP3 파일은 그동안 얼만큼 소리가 많이 빠졌을까를 생각이 아닌 귀로 느낄 수 있다. 이런 상황은 소리를 훨씬 자연스럽게 만들어준다. 사실 우리가 CD 혹은 CD에서 MP3로 리핑된 음원을 들으며 차갑다거나 인위적인 느낌을 받았던 것은 바로 음원이 가지고 있는 정보량 때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갑거나 인위적인 것은 바로 손실압축의 빠진 소리들이 우리 귀에 자연스럽게 들리지 않았다는 거다.

그렇다면 AK100으로 기존 16bit 44.1kHz 음원은 어떻게 들릴까 궁금해 하는 사람도 있을 거다. 사실 24bit 192kHz 음원을 몇 곡 듣고 나니 그 이하의 음원은 참으로 볼품 없게 들린다. 그럼에도 참고(?) 계속 들었다. 리뷰는 해야 하니 말이다. 그런데 24bit 192kHz 음원에 익숙해져버린 귀가 16bit 44.1kHz까지 내려오기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처음에는 플레이 버튼을 누르고 몇 초 이상 듣기 힘들었다. 겨우 귀높이가 내려 온 이후 찬찬히 들어보니 16bit 44.1kHz 음원도 여타 MP3 플레이어 보다는 조금 더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 다른 기기에서 같은 곡을 같은 이어폰으로 들어도 저음은 조금 더 깊게 들리고, 고역 해상도 역시 향상된 느낌이다. AK100이 가지는 플라시보 효과일수도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아무래도 AK100은 프로세서의 DA컨버팅이 아닌 별도의 DAC(울프슨의 WM 8740)를 사용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아무래도 사용자들은 고가의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물려 듣는 경우가 많을 것이기 때문에 증폭을 위한 앰프와 출력 커넥터까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었을테고.

AK100이 들려주는 전반적인 소리는 대단히 공정하다. 어떤 음향기기나 적당한 튜닝이 가해지기 마련인데, AK100은 거의 튜닝을 하지 않은 소리란 느낌이 들었다. 흔히 이를 두고 모니터링 성향이라 표현들 하는데, 스튜디오에서 뮤지션과 엔지니어의 의도를 해치지 않는 선에서 소리의 잘잘못을 잡을 때 사용하는 장비들의 소리가 대부분 이렇기 때문이다. AK100의 제품 콘셉트 - 뮤지션과 엔지니어의 의도를 그대로 청취자에게 전달하는 - 를 생각해보면 수긍이 가는 부분. 그래서 AK100은 어떤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쓰느냐에 따라 음악의 성격이 굉장히 많이 바뀐다. 즉 기기는 최대한 원음을 살려 소리를 뽑아주고, 청취자의 취향에 맞춘 이어폰이나 헤드폰으로 '튜닝'을 하게 된다. 그래서…

다음 리뷰에서는 AKG K701, 젠하이저 ie8, 뱅앤올룹슨 A8, 베이어다이내믹 DT880 등 다양한 이어폰과의 매칭에 대해 이야기 할 예정이다.




by bikbloger | 2012/12/28 21:04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핑백(1) | 덧글(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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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아이리버 아스텔앤컨 AK100의 마지막 리뷰다. 이번 리뷰는 여러 이어폰 및 헤드폰과 AK100 매칭에 관련된 내용. 지난 리뷰의 마지막 부분에도 언급했지만, AK100이 들려주는 소리는 대단히 공정하며, 이런 설정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는 주로 재생하는 음원과 관계가 있겠 ... more

Commented by at 2012/12/29 00:16
우연찮게 뽐뿌님 블로그에 들렸다가 깊이있고 알기쉬운 재밌는 포스팅에 많은 것을 배워갑니다^^
오늘부로 즐겨찾기에 추가 했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2/12/31 21:14
어익후. 감사합니다. 자주 뵙겠습니다.
Commented by 울트라 at 2012/12/29 01:19
안그래도 정작 FLAC 파일로 열심히 100장 넘게 리핑해서 micro SD카드 2개에 나눠담고 듣고 다니면서 좋다좋다 했는데 이걸 또 같은 음악을 아이폰5로 들어보니 제 갤럭시의 답답한 한계가 보이더군요. 이제 AK100으로 같은 곡을 듣게되면 보나마나 빚을 지고라도 산다고 덤빌 듯 해서 마른 침만 삼키는 중 입니다.
무엇보다 MQS로 구입 가능한 음악들의 종류가 아주아주 다양하다면 모를까, FLAC 파일로 음원구입이 가능하다고 큰 소리치는 벅스도 막상 구입하려고 보면 상당히 그 숫자가 적은 듯 하더라고요. 아마 비슷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다보니 구입을 더 꺼리게 되는 이유가 (라고 쓰고 변명이라고...) 되는 듯 합니다.
Commented by 식용달팽이 at 2012/12/29 21:13
벅스의 경우는 음반회사에서 CD음질로 넘겨주는 경우에만 FLAC을 팔더군요 그래서 디지털 싱글쪽은 거의 FLAC이 없고, 특정기획사 소속 음반도 FLAC이 없습니다. 대신 CD로 나온 음반을 그대로 벅스에 제공할 경우 FLAC도 제대로입니다.
벅스에서 FLAC으로 구해서 Apple Loseless 변환해서 아이튠즈에 넣으니 만족스럽습니다.

생각보다 아이리버 사이트에 MQS가 많은데, 정작 고음질이 그렇게 필요하지 않은 전자음악계열이나 아이돌 음악이 더 많더군요.

제대로 고음질을 음미할 수 있는 대편성 클래식이나 콘서트 실황앨범 종류를 MQS로 만드는 편이 매니아를 더 끌어들일 수 있다고 보는데... 아이리버가 그렇게 해 줄까요? ㅎ
Commented by 식용달팽이 at 2012/12/29 21:14
지난번에ㅡ만년필 뽐뿌를 주시더니... 이번 아이리버 건도 겨우 참고 삭혔는데 이렇게 재뽐뿌를 주시다니요- ㅠㅠ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3/01/02 18:45
아스텔앤컨은 아직 포스팅 한번 더 남았습니다. 그걸로 넘어가실지도 모르겠군요. ㅎ 그리고 오늘 새로 도착한 아이템이 또 하나 있습니다. ㅎ
Commented by Gus at 2013/11/09 00:38
글 잘 읽었습니다.
궁금하던 많은 부분이 해결되었네요.
위 덧글 내용에 따르면 벅스의 FLAC파일은 마스터링 수준의 파일이 아니라 CD 수준의 16bit 44.1kHz 사운드를 파일 포멧 만 FLAC으로 바꾼것에 불과한 것 인가요?
그렇다면 조금은 실망인데요?
16bit 44.1KHz 수준의 소리를 24bit 192kHz로 다시리핑 했다해도 소스 수준에서 오는 한계는 분명할 텐데 비싸게 주고 산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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