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스텔앤컨 AK100 사용기 #1 : 디자인과 구성품
드디어 아스텔앤컨(Astell & Kern) AK100이 손에 들어왔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 더 좋은 소리로 음악을 듣고 싶다면, 혹은 그 음악인을 존경한다면, 그리고 음악을 사랑한다면 아스텔앤컨을 소유해야 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단 박스 패키지와 외형 리뷰부터 시작하겠다. 이 시리즈는 총 4번에 걸쳐 이루어질 진행될 예정이다. 첫번째는 박스 패키지와 외형에 대한 내용.

아스텔앤컨의 첫 등장은 정말 의외였다. (내 기억이 맞다면)사전에 출시에 대한 정보는 큰 이슈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그래서 출시는, 어쩌면 '갑톡튀' 였던 아스텔앤컨의 반응은 출시 이후 뜨거워졌다. 기존 MP3 파일보다 "훨씬 더 고음질의 음원을 재생해 주는" - 언뜻 하이엔드 오디오 잡지의 기사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일 것 같은 - 제품이 MP3 플레이어와 비슷한 크기라니. 게다가 가격은 무려 69만 8천원? 이 정도 가격이면 그럭저럭한 성능을 가진 노트북을 살 수 있고 저렴한 TV를 지를 수도, 고가의 헤드폰이나 이어폰을 지를 수도 있는 가격이다. 반면 이 가격에 동영상 재생도 안되고 오로지 음악을 위한 제품이란 사실에서 아이리버가 꽤나 큰 결단을 내렸고 칼을 갈았다는 생각과 함께 이런 마니악한 제품이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을 수 있을까란 궁금증도 함께 증폭 되었다. 이후 관련 카페가 생기고, 구매자들이 열과 성을 다해 리뷰를 올렸다. 그럴수록 한 번은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러던 중 아스텔앤컨의 AK100이 수중에 들어온 것이다.

모 제조사의 휴대용 플레이어의 패키지는 애플을 따라가지만, 아이리버는 그러지 않았다. 사실 AK100의 박스 패키지는 (가격에 비해) 크기도 작고 구성품도 화려하지 않다. 고가의 하이엔드 오디오들의 포장이 수수한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겉면 포장을 열면 아스텔앤컨 로고가 각인된 내부 박스가 보인다. 오른쪽에 붙은 가죽끈을 잡아 당겨 열어주면 제품이 모습을 드러낸다. 제품 뒤쪽 박스에는 검은색 종이에 은색으로 인쇄한 퀵스타트 가이드, 보증서, 충전및 데이터 케이블, 파우치와 테스트용 음원을 담은 마이크로 SD 카드가 전부다. 맞다. 이 제품에는 번들 이어폰이 없다.

이렇게 고가의 제품에 번들 이어폰이 없다는 것이 실망스럽거나, 말도 안된다는 생각을 하는 사람도 있겠다. 하지만 AK100은 분명 일반 소비자를 위한 제품이 아니라, 고음질 음원의 재생을 원하는 특정한 마니아가 타겟이다. 마니아는 못되지만 나름 소리에 관심 있는 bikbloger만 해도 여러 개의 이어폰과 헤드폰을 가지고 있는데, 마니아들은 더 많을 것이니 이건 문제가 되지 않는다. 대신 액정과 강화 유리 재질의 뒷면을 보호할 수 있는 보호필름이 포함되어 있다. 충전 케이블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타입이라 호환이 가능하며, 실제 적용 시켜 보니 작동에 큰 문제는 없었다.

박스에서 꺼낸 AK100은 차가웠다. 추운 날씨에 헤어라인 알루미늄 재질이라 더 그랬을 것이다. 이런 경우 바로 제품을 켜면 온도 차이에 의한 내부 결로(이슬)현상이 발생할 수 있으니 적당한 온도가 될 때까지 디자인을 감상하기로 한다. 궁금한 마음이 더 컸지만, 진공관 앰프 역시 관이 좀 열이 좀 받아야 나긋나긋한 소리를 들려주는 것과 비슷한 느낌이랄까? 그만큼 AK100은 소위 '돈 값 하는' 외모를 지녔다.

무게는 휴대용 음악 재생기기 치곤 묵직하다. 스펙상 무게는 122g이니 최신형 스마트폰과 얼추 비슷한 무게지만 위 이미지처럼 크기가 스마트폰의 반정도 되기 때문에 더 묵직하게 느껴진다.

디자인에서 가장 특징적인 부분을 꼽자면 역시 볼륨 조절 노브다. 돌릴때 마다 틱틱틱 걸리는 느낌이 아날로그스럽다. 조절 단계는 0부터 70까지 0.5 단위로 오르고 내리니 총 140단계나 된다. 원하는 만큼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다는 것으로 마니아를 위한 콘셉트로 만들어졌음을 은근히 내비친다. 차후 다시 언급하겠지만, 이 노브는 오롯이 볼륨 조절을 위한 것이다. 마치 하이엔드 제품 중 어느 정도 소리의 성향을 조절하는 것이 필요한 프리앰프 중에도 전원버튼과 큼지막한 볼륨 노브를 채택한 제품같은 느낌이다. 실제로 하이엔드급 제품 중에는 잡다한 조절 기능을 모두 빼버린 파워/프리앰프들이 꽤 된다.


좌측에는 재생/정지, 이전/다음곡 버튼이 있다. 버튼의 클릭감이 꽤나 단정하다. 실제로 터치스크린으로 모든 기능을 조절할 수 있지만 굳이 이렇게 버튼을 외부로 빼놓은 이유는 명확하다. 주머니에 넣은 상태에서도 쉽게 조작할 수 있게 하기 위한 조처다. 외부 볼륨 노브 역시 같은 맥락일테고. 상단에는 이어폰 포트와 광입력 포트, 전원 버튼이 자리한다. 그렇다. AK100은 PC-FI를 위한 DAC로 활용할 수도 있다. PC의 메인보드에 작게 자리한 내장 사운드 칩셋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면 이를 활용할 수도 있겠다.

하단부는 충전 포트와 마이크로 SD 슬롯이 자리 잡았다. 내장 메모리 용량은 32GB지만 고품질의 음원은 그만큼 용량이 크다는 것을 고려해 2개의 슬롯을 아래위로 배치했다. 스펙상 32GB 용량의 마이크로 SD 메모리를 지원하는 슬롯이니 공식적으로는 96GB의 용량을 지원하지만, 실제 사용자들 중에는 64GB 용량의 메모리를 FAT32로 포맷해 160GB까지 사용하는 경우도 있다고. 이 정도면 용량에 대한 걱정은 없을것 같다.

뒷면은 깔끔하게 강화 유리로 마감했다. 상단에는 로고, 아래 쪽에는 제조사와 디자인 회사(디자인은 아이리버, 제조는 아이리버 차이나)와 울프슨 칩셋이 들어 있음을 표시하고 있다. 제품 시리얼 넘버는 마이크로 슬롯 아래 부분에 인쇄되어 있다. 리뷰용 제품에는 보호필름이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보호필름의 성능(?)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아마 지문 방지 처리가 되어 있는 보호필름이 아니었을까란 생각이든다(혹시라도 보호필름의 성능을 아시는 분은 댓글 바란다).

AK100의 전면 액정 크기는 2.4인치, 해상도는 320x240의 IPS 터치스크린 디스플레이다. 맞다. 터치스크린(정전식)으로 볼륨 조절을 제외한 모든 조작이 가능하다. 화면 밝기 설정은 앞서 이야기한 볼륨처럼 총 30단계로 세분화 되어 있고 중간 단계 정도만 해도 상당히 밝은 편으로 시인성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밝은 야외에서도 별 문제 없이 잘 보인다.

AK100은 터치스크린이란 인터페이스의 장점을 십분 살렸다. 가장 빛을 발하는 부분은 EQ를 조절할 때 그냥 손으로 그려주면 그에 따라 설정이 변한다. 물론 터치스크린의 특성상 아주 세밀한 조절이 힘들 수도 있는데, 이를 위해 62 / 250Hz / 1 / 4 / 16kHz 대역을 각각 20단계로 조절할 수도 있다. 과거 MP3 플레이어들의 EQ 조절 범위가 촘촘하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다면, AK100을 사용하게 된다면 이런 아쉬움은 틈입할 여지가 없겠다. 특이한 것은 AK100에는 3D 음장이나 SRS WOW, BBS와 같은 입체음향(?)이나 저음 강조 등의 DSP가 제공되지 않는다. 사실 이는 소스의 부족함을 기술로 메우는 형국인데… AK100의 콘셉트와는 맞지 않음을 제조사도 잘 알고 있다.

지금까지 AK100의 디자인과 외형에 대해 이야기했다. 분명 이 제폼은 그동안 아이리버가 만든 여러 제품중 마감의 정점에 서 있다. 재질은 물론 조립상태 까지 어느 한 부분 그냥 넘어간 곳이 없다. 제 아무리 이렇다고 해도 69만 8천원의 가격이 너무 비싸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다. AK100은 제품이지, 작품이 아니니까. 그런데 이 생각은 실제 음악을 들어보면 씻은 듯이 사라져버리고, 카드 할부의 한도가 어느 정도 남았는지를 생각하게 만든다. 두번째 리뷰는 기능과 UI, 그리고 음질에 관련된 부분이다. 기대하시라.




by bikbloger | 2012/12/17 21:06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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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울트라 at 2012/12/18 08:34
큰일이군요... 애써 외면하기 위해서 용쓰는데 지름신께서 저를 놓아주지 않으시려고 이런 포스팅까지 보여 주시는 기분입니다... 흐미!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2/12/18 16:05
하핫. 그런가요. 뭐. 저 혼자만 죽을수는 없기에...
Commented by lei at 2012/12/18 12:00
가...간지가.....ㄷㄷㄷ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2/12/18 16:05
간지도 간지지만, 소리는 더 무시무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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