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 사파리 볼펜 L217 : 개 같은(?) 펜
(이제는 거의 보기 힘들지만) 최근 동네서점의 모습은 이렇다. 근처 중고등학교 학생을 위한 입시용 참고서가 매대에 나와 있고, 성인을 위한 책은 서가에 다소곳이 꽂혀있다. 근데 이런 참고서 사이 당당히 자리 잡고 누워(?) 있는 책들이 있긴 하다. 바로 스티브 잡스의 자서전과 나꼼수 4명의 책들, 그리고 문화심리학자인 김정운 교수의 <남자의 물건>. 이 책 152 페이지를 보면 이런 내용이 나온다.

볼펜은 주인을 몰라보는 '개 같은' 느낌이다. 누가 써도 차이가 없다. 그러나 만년필은 '길들인다!'고 한다. 만년필 촉의 방향이 사람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남이 쓰던 만년필은 다른 사람이 쓰기 힘들다. 이미 촉의 방향이 결정 났기 때문이다.(김정운 교수님, 인용 죄송합니다)

아마 자주 쓰는 만년필을 한 자루라도 가지고 있는 사람이라면 깊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다. 며칠전 펀샵에서 구입한 락스타의 키캡과 함께 주문한 물건이 있으니 바로 LAMY의 Safari 볼펜(L217). 지금부터 개 같은(?) 제품의 리뷰다.

사실 볼펜에 대한 그의 평가에 공감한다. 물론 조금 비껴 생각하면 이건 볼펜의 장점이 되기도 한다. 김정운 교수의 비유를 차용하자면 이 볼펜이 개인 것은 맞다. 대신 훈련시킬 수 있는 레벨이 되는 준수한 독일산 세퍼트 또는 맹인 안내견처럼 제 역할 다하는 골든 리트리버의 느낌? 주인의 과잉보호로 사람만 보면 왈왈 거리는 치와와나 시추, 악마가 키우다 버렸다는 슈나우저, 코카스파니엘, 비글 같은 경박함은 없다. 라미 사파리 L217은 이런 포장 케이스에 담겨있었다.

종이로 만들어진 포장 케이스. 구멍을 뚫어 놓아 내부에 있는 물건이 보인다. 이 구멍 때문에 약할 수도 있지만, 눌러보면 약하지 않다. 또한 이 박스에는 선명하게 Made in Germany라 찍혀있다. 그렇다. 모든 라미는 중국이 아닌 독일에서 만들어진다. 실제로 제품을 들어보면 꽤 묵직하다. 그 이유는,

겉면의 디자인과는 잘 어울리지 않는 것처럼(?) 보이는 볼펜심이 들어있다. 보기에도 꽤 무거워 보이고 실제로도 무겁다. 모나미 153처럼 가벼운 심은 아니다. 심에는 M16이라 표시되어 있는데, 라미는 이 M심을 여러 제품에서 공유하며, 라미 피코에는 이것보다 짧은 심(M22)이 들어간다. 아. 이런 디자인을 이야기 하는 것이 먼저인데...

겉면은 무광 코팅이다. 유광, 다른 컬러는 모델명의 숫자가 다르다. 같은 라미 사파리 시리즈기에 클립과 함께 손으로 쥐는 부분까지 모두 닮았다. 차이점은 볼펜은 잉크 잔량을 확인하는 창이 없다는 것과 심을 빼고 집어넣는 매커니즘이 있다는 것. 또한 내부의 스프링 - 펜을 분해 했을때 '휙' 하고 튀어버려 찾느라 진땀 빼게 만드는 - 은 앞부분에서 잘 빠져나오지 않는 꼼꼼한 만듦새도 자랑거리. 다만 만년필의 경우 사출시 파팅라인이 하나고 이를 면에 잘 숨겨 놓았지만, 볼펜은 2개의 파팅 라인이 그대로 노출되어 있다.

손으로 쥐어보면 꽤 무게감이 있다. 무게는 약 13.5g. 어떤 펜이든 무게 중심이 아래쪽에 있는 쪽이 쓰기 편하다. 하지만 이 라미 볼펜은 거의 중간보다 조금 위쪽에 무게 중심이 있다. 하지만 쓰기 불편한 느낌은 아니다. 잡았을 때 엄지와 검지, 중지가 닿는 부분에 홈을 파놓아 오랜시간 필기를 해도 손가락의 피로가 덜한 것은 라미 만년필과 비슷하다. 오히려 손에 잡고 있으면 뭔가를 자꾸 쓰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리고 심을 빼고 넣는 매커니즘은 작동시 소리가 크지 않은 대신 통이 울린다는 느낌은 좀 있다. 대신 조작감만은 독일차의 엔진처럼 확실하다.

라미의 볼펜심에는 3종류가 있다. F심과 M심, B심이 있다. 용량은 ml 단위가 아니라 필기가 가능한 거리로 표시된다. 순서대로 10,000 / 8000 / 5000m다. 이 제품에 들어있는 심은 M16으로 글자 두께는 0.7~0.8mm 정도. 검은색은 정말 일반적인 색상이고 필기감은 상당히 부드러운 편.

종이와 펜의 관계는 실과 바늘처럼 밀접한 관계. 이 두 가지의 상호관계는 글이나 글씨를 쓰는 사람의 필적을 결정한다. bikbloger처럼 악필인 사람들은 더 영향을 많이 받는다. 또한 언제나 좋은 펜은 가지고 다닐 수 있지만, 항상 좋은 종이를 만나는 것은 불가능할 수도 있다. 그래서 bikbloger와 같은 사람들에게 필요한 것은 낮은 퀄리티의 종이에서도 어느 정도 글씨를 잘 쓸 수 있는 펜이 필요하다. 또한 이 펜은 끊임없이 무엇을 쓰고 싶게 만든다. 디지털 시대에 들어 펜의 역할을 키보드가 대신 했지만, 좋은 키보드는 끊임없이 타이핑을 하게 만들듯 좋은 펜도 그렇다. 라미 사파리 볼펜 L217처럼.




by bikbloger | 2012/06/04 21:44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핑백(4) | 덧글(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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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귤괭 at 2012/06/05 13:46
리뷰 잘 보았습니다.

라미 사파리 만년필을 하나 아주 잘 쓰고 있는데
볼펜도 한 번 써보고 싶어지네요.

묵직하고 탄탄해보이는 것이(+ 군용? 볼펜 같은 짙은 카키색까지 어울려)
좋아보입니다.

남이 쓰던 만년필을 다른 사람이 쓸 수 없다는 인용에도 몹시 공감합니다.
제가 쓰던 만년필을 누가 한 번 무심코 써버리면 다시는
제가 길들인 원래의 필기감으로 돌아오지 않는다는 점도 있지요 ㅠ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2/06/05 19:22
음. 길을 엄청 잘 들여놓으신듯. 제 사파리는 그 정도까진 아닌것 같습니다만... 그리고 이 볼펜, 딱 라미 사파리예요. 이런 작은 물건에도 자신들의 아이덴터티를 담을 수 있는 회사라면 성공할 수 밖에 없죠. 우리나라 회사들도 이런걸 좀 알아야 할텐데 말이죠.
Commented by zonest at 2012/09/07 02:34
라미 사파리 볼펜이랑 샤프를 쓰고 있는데.. 볼펜은 모나미 볼펜보다 못합니다.. 디자인 만족도는 괜찮지만 필기감은 엉망입니다.. 노트필기 얼마 하지도 않았는데 잉크 바닥났습니다.. 디자인빼고 완전 거지같은 펜입니다
Commented by 라미네 at 2014/09/16 13:36
기사 같은 느낌이 드는 리뷰 정말 잘 봤습니다.
사파리볼펜에 대해 사이트보다 훨신더 자세하게 적어놓아 배우고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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