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의 불타는 영혼을 위로 해 줄 일곱가지 물건들
청춘의 영혼은 활화산. 하지만 나이도 있고, 세상도 좀 알게 되어버린 아저씨의 영혼은 휴유산이다. 가슴 속은 여전히 불타고 있지만, 그것을 봐주고 인정해줄 사람은 많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뜨겁게 불타는 아저씨의 영혼을 달래줄 일곱가지의 물건들. 물론, 전적으로 bikbloger의 기준이다.

1. 폭스바겐 골프
젊은 시절 바라는 자동차의 기준은 무조건 고스펙일 것이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펙이라 생각했던 젊은날과도 비슷하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인생에는 스펙보다 중요한 가치가 너무나 많음을 깨닫는 것처럼, 자동차에 대한 기준 역시 그렇다.
스포츠 혹은 슈퍼스포츠는 아니지만 '가난한 자의 포르쉐'란 별명처럼 성능과 함께 경제성, 합리성까지 만족시키는 자동차는 많지 않다. 출근시에는 기름값 걱정을 덜 해도 되는 경제성, 퇴근 후에는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성능이 있으니 더 바랄 것이 없다. 너무 뻔하다고? 젊은이의 인생도 그런데 아저씨 쯤 되면 더 그렇다.

2. 포르쉐 911
새파랗게 젊다는게 한 밑천인 젊은 시절은 다시 오지 않으리라. 세상에 젊은날을 반납하고 얻은 구력과 함께 능숙함을 자랑할 수 있는 시절쯤에는 포르쉐 911 정도를 탈 수 있으면 좋겠다. 아마 머리숱이 좀 부족해진 흰머리를 날리면서 달릴때 가장 덜 어색할 테니까.
넉넉하게 붙은 뱃살처럼 가속시 뒷심을 발휘할 수 있는 엔진, 나이 덕에 조금 퍼진 엉덩이처럼 풍만한 뒷모습 때문이리라. 주행 중 배경음악은, 'My Way'다. 아주 나이가 많이들어 더 이상 뒤집을 것이 없다면 Frank Sinatra 버전, 아직 한 번 정도는 뒤집을 수 있다면 Sex Pistols 버전 추천.

3. 그 시절의 오디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 말고 또 있다. 그리고 눈독 들이지 말아야 할 것 중 하나가 오디오다. 하지만 적당한 수준의 눈독이 용서받을 수 있다면, 좋은 오디오 세트쯤은 갖춰 놓고 싶다. 바로 매킨토시 MC275 + 보스 901 + 토렌스 MK201의 조합이다.
물론 이 분야의 마니아가 본다면 분명 경천동지할 매칭이다. 앰프와 스피커의 가격차이도 차이지만, MC275는 가격좀 나가는 스피커와의 매칭이 가장 좋다고들 하기 때문. 하지만 무슨 문제랴. 내 귀에 가장 좋게 들리면 그만인 것이며 이 매칭은 20대 초반에 소유했던 명기들이다. 젊은 시절 들었던 음악들의 감동을 오랜 후에 다시 느껴 보고 싶은 욕망 때문이기도 하다. 나이 들어 젊은 시절의 추억을 피워올릴 수 있는 것 하나 정도는 있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이기도 하고.

4. 작업실+음악감상실 공간 나오는 집
사실 집에 대한 욕심은 거의 없다. 다만 음악을 들을 때 오디오에게 미안하지 않을 만큼 좋은 소리를 낼 수 있도록 천정이 높았으면 좋겠고, 작아도 음악들으면서 글을 쓰거나 뭔가를 조립할 수 있는 개인 공간이 있으면 좋겠다. 이런 조건이면 일반적인 투자로서의 집은 애즈녁에 물건너 간다. 어차피 그런 거라면 아파트가 아닌 작은 정원 딸린 단독주택이 될 것이다. 아. 어차피 저 정도 시스템을 갖췄으면 신나게 음악을 틀어댈 것이니 아파트에서 사는 것은 민폐겠다.

5. 니콘 D3 + 70-200mm
젊음은 꾸미지 않아도 예쁘다.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렇지 못하다. 또한 예쁜 것은 무엇으로 찍어도 예쁘지만, 그렇지 못한 것은 좋은 걸로 찍어야 한다. 내가 늙은 것처럼 주위의 사람도, 물건도 늙었을 것이기에 필요한 것은 좋은 카메라.

그리고 젊은 시절에는 큰 꿈을 위한 광각 렌즈가 필요하지만, 나이들면 조그만 것들의 소중함을 위한 망원 렌즈다. 굳이 캐논이 아니라 니콘인 이유는 9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은 렌즈마운트와 세월을 겪으며 쌓인 아저씨의 (똥)고집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

6. UE 18 pro
젊었을 때는 아무거나 걸쳐도 잘 어울린다. 젊음의 패기와 꼿꼿함이 모든 것을 가려줄 수 있기 때문. 하지만 나이가 들면 그렇지 못하다. 그래서 맞춤 수트와 셔츠가 필요하다. 비슷한 이유로 이어폰 역시 맞춤이 좋지(엄청난 비용을 감당할 수 있다면) 않을까?
귀 안쪽의 모양의 본을 떠 만들어지는, 딱 한 사람만에게만 좋은 착용감과 소리를 들려준다는 것이 아저씨의 꼿꼿한 곤조를 닮았다. 또한 12개의 BA는 나이가 들면서 늘어갈 수 밖에 없는 세상에 대한 오지랖의 표상이다.

7. 제로 할리버튼 브리프 케이스
젊은 나이에 바늘 들어갈 틈 없이 딱딱한 것도 매력없지만, 나이들어 물렁한 것도 매력없다. 아저씨가 된다는 것은 자기 세계가 견고해진다는 것. 견고한 자기세계에 어울리려면 제로 할리버튼 브리프 케이스 정도는 되어야 한다.
보기에도 단단해 보이고 실제로도 그렇다. 물렁한, 남들 다 가지고 다니는 가죽 가방보다 훨신 간지난다.

다들 그 분야에서 최고의 제품들이기에 가격들이 만만치 않다. 돈 많이 벌어야겠다.




by bikbloger | 2011/08/16 17:56 | Early Editorial - 생각 | 트랙백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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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멍멍고냥 at 2011/08/16 18:26
"굳이 캐논이 아니라 니콘인 이유는 90년이 넘도록 변하지 않은 렌즈마운트와 세월을 겪으며 쌓인 아저씨의 (똥)고집이 아주 가까운 거리에 있기 때문."

이 문장에 '옳다쿠나' 하고 무릎을 쳤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1/08/16 21:12
ㅎㅎ 캐논보다 니콘을 더 좋아하고 핀 안맞는 카메라 가지고 서비스센터 가기 싫어서...
Commented by camera4u at 2011/08/16 19:05
아... 저의 모습과 동일하군요.. BOSE와 UE에서 무릎을!!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1/08/16 21:12
그 옛날의 기기들 괜히 처분했습니다. 다시 사려고 하니 힘드네요.ㅎ
Commented by Taris at 2011/08/21 01:58
빨간 골프는 아저씨 이미지랑 매치가 잘... ㅎㅎ

하긴, 제가 사는 지역이 지역이라 '크고 아름다운'차들에 익숙해진 덕분인 것 같기도 하네요. 로망이라 하면 F-150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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