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하나의 국민 헤드폰 : AKG K402
시장의 성숙기에는 모든 것이 혼재된다. 이어폰/헤드폰의 음향기기 시장도 그렇다. 과거 프로용 제품과 일반 사용자를 위한 컨슈머 제품이 확연히 구분되었다. 하지만 이제 이 시장은 한마디로 Mix & Match. 간지가 난다는 이유로 DJ용 헤드폰을 아웃도어용 주력기로 사용하는 사람들이 좋은 예다. 이를 간파한 프로용 제품 제조사들은 속속 프로슈머용 제품들을 출시했고, 현재는 프로용 기기보다 비싼 가격의 프로슈머용 제품도 많아졌다. 문제는 가격과 음질은 정비례 관계가 아니기에 상대적으로 중요해지는 가격대 성능비다. 꽤 많은 제품들이 ‘국민이어폰’이란 타이틀을 달고 있지만, 여기에 하나를 또 추가해야 할 것같다. 바로 AKG의 K402다.
AKG는 무려 1947년에 시작된 회사. 그것도 음악의 도시라 불리는 ‘빈’을 수도로 가진 오스트리아. 당연히 그렇듯 AKG는 레코딩 스튜디오나 방송용 장비 등 프로용 제품으로 널리 명성을 펼쳤다. 국내서는 이들의 무선 마이크 세트가 국민 이어폰처럼 사용되고 있다. 이처럼 프로용 제품으로 잔뼈가 굵어진 회사들의 특징은 가격에 의해 정해진 제품의 스펙이 명확하다는 것. 그래서 하급기가 더 고가의 상급기의 소리나 기능을 디스하는 경우는 없다. AKG의 저가형 헤드폰 라인인 K시리즈 역시 그렇다.
사실 K402는 고가의 제품이 아니다. 오픈마켓에서 4만원 언저리의 가격에 구매할 수 있는 제품. 그래서 보급형에 어울리는 블리스터 패키지를 채용했다. 또한 제품의 스펙이나 보증 내용에 대한 별도의 문서나 파우치 등은 들어있지 않다. 따라서 사진 속 패키지에 붙어 있는 정품인증 스티커를 잘 보관해야 할 필요가 있다.
K402는 위 이미지처럼 접힌다. 유닛 자체가 좌우로도 움직이고, 유닛만 따로 한번 더 움직일 수 있는 ‘3D Axis Design’을 채용했다. 그래서 휴대가 편할 정도로 충분히 접힌다. 컬러는 사진 속의 옐로우와 함께 레드와 블루가 준비되어 있다. 아쉬운 것은 기본적인 블랙컬러가 있다면 좋았겠지만 - 원색 컬러는 나이든 사람에게는 다소 어불성설이니 - 없다는 것. 블랙컬러를 원한다면 바로 위 급의 K403을 선택하면 된다(물론 소리의 성향은 조금 다르다 뒤에서 다시 이야기할 예정).
착용자의 머리 사이즈에 맞는 길이조절 방식은 과거 AKG가 보급형 제품에 사용했던 방식 그대로. 2개의 금속바를 겹쳐 놓은 형태로 머리 사이즈에 따라 늘리고 줄일 수 있는데, 겹치는 부분이 많으면 크기가 작아지고, 반대로는 크기가 커지는 형태. 머리에 닿는 부분에는 우레탄폼을 붙여 놓았다. 누르는 장력은 꽤 강한 편으로 착용하고 줄넘기를 해도 떨어지지 않을 정도지만, 자칫 머리가 너무 큰 사람이라면 고통이 따를 수도 있겠다.

또한 신체구조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이 있는데, bikbloger는 귀의 누운 각도가 다른 사람에 비해 앞쪽으로 쏠려있다. 따라서 헤드폰류의 경우 귀가 강제적으로 머리쪽에 붙을 수 밖에 없다(이것이 헤드폰을 착용하지 않는 이유기도 하지만). 과거 AKG의 K26P는 장력이 너무 강해 2시간 정도를 착용하면 귀가 아팠다. 반면 K402 착용시에는 그런 현상이 발생하지 않았다. 하지만 문제는 의외의 부분에서 발생한다.
그것은 바로 케이블의 재질 때문에 접힘이 생긴다는 것. 물론 시간을 두고 케이블의 접힌 부분을 반대로 펴주면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지만, 불편한 것은 사실이다. 대신 안쪽에는 99.99%의 무산소동선(OFC)이 들어 있다. 플러그는 매우 간단한 구조며 AKG의 각인이 새겨져 있다.
K402 유닛은 지름 40mm 크기의 세미오픈 타입. 그렇기에 볼륨을 어느 정도 올려주면, 소리가 밖으로 샌다. 개인적인 청취 성향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대중교통 등 외부 소음이 있는 곳에서는 별 문제 없는 반면 조용한 도서관 등에서는 주변에 피해를 줄 수 있을 정도로 생각하면 되겠다.

자. 이제 음향기기의 본질인 음질의 측면. 조금 성급하게 결론부터 이야기 하자면, 가격대비성능비에 있어서 이만한 제품 찾기는 쉽지 않을 것 같다. 단순한 공치사가 아니다. 이 정도 가격대의 제품이 가진 그 흔한 단점들 - 부족한 저음, 좁은 소리의 공간, 정위와 밸런스는 찾아볼 수 없는, 통이 울리는 듯한 소리 - 이 없기 때문이다. 이 소리들은 125dB의 음압으로 전달된다. 임피던스는 일반적인 16옴이 아닌 32옴.

‘Auld Lang Syne’(Fourplay )
몇 년째 음질 테스트의 레퍼런스로 사용하고 있는 음악. 연주야 더 이상 말이 필요없는 포플레이고, MP3로 변환 후에도 소리의 변화가 거의 없을 만큼 녹음 또한 최상급. 각 악기의 솔로 시점에서 그 소리가 가장 크고 명확하게 들리는 것까지 섬세하게 고려한 녹음이다. 이 곡에서는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어물쩍 넘어가는 소리는 없었고 밸런스도 가격대를 생각하면 괜찮다. 저음은 땅땅함과 부드러움 사이의 척도에서 땅땅함 쪽에 가까워 딱딱 끊어주는 느낌이 강하다. 또한 K403처럼 저음을 부스트 해 들려주는 스타일은 아니다.


‘Stratus’ (Billy Cobham )
1970년대 녹음이라고 하면 믿기 어려운 음질의 곡. 드럼에서 나올 수 있는 소리가 동시 다발적으로 쏟아져 나오는 곡이다. 여전히 밸런스는 유지되지만, 고음역에 속하는 하이햇 끝소리의 울림이 조금 부족한 느낌과 함께 고음이 조금 부족한 - 두 가지의 상호작용이겠지만 - 것은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물론 조금 부족하다는 것이지 없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후반부에서 정신없이 휘몰아치는 드럼 솔로는 어지간한 기기는 아예 소리가 뭉쳐 정신없는 느낌이 강한데, K402는 이 정도 가격대를 상회하는 괜찮은 수준의 밸런스를 들려준다.


Eye in the Sky’ (Alan Parsons Project )
1980년대 사운드를 정의했다 말해도 별 이견없을 알란파슨스의 대표곡. 레코딩 엔지니어 출신답게 공간안에 정교하게 소리를 배치했다(핑크 플로이드의 앨범이 바로 그의 작업물). 이런 그의 배경 덕에 이들의 음악은 공간감이 출중하다. K402로 들은 Eye in the Sky의 공간감은 가격대를 생각하면 꽤나 넓은 편. 눈을 감으면 정면에서 적당한 거리에서 가장 앞서 보컬과 함께 각 악기의 위치가 명확하게 느껴진다. 그것도 이 정도 가격대의 제품에서는 느끼기 힘든 정도로.


‘All at Once’ ( Whitney Houston )
역사상 여성 가수의 솔로앨범, 그리고 데뷔앨범으로 가장 많이 팔린(전세계 2500만장) 음반답게 대단한 곡들이 많다. 그 중 이곡은 부드럽고 낮은 저음으로 시작해 고음에서 가성까지 보컬의 역량을 최대한으로 이끌어내는 곡. ‘th’, ‘s’ 등의 발음에서 치찰음이 있긴 하지만 거슬리거나 부담될 정도는 아니었다.



AKG의 K402에 대한 총평은 한마디로 ‘잘 빠진 물건’ 이며 ‘가격대를 잊게 만드는 물건’이다. 저음은 충분했고(물론 밸런스를 중시하는 관점에서), 고음은 끝부분이 조금 부족하지만 가격을 생각하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도, 중음 역시 나쁘지 않았다. 이 정도 가격에 이 정도 소리를 들려준다면 민감하지 않은 사람은 물론, 민감한 사람까지 충분히 고개를 주억거릴 수 있을 것 같다. 역시 프로용 기기를 만드는 회사의 실력은 보급형 기기를 만들어도 어디 가지 않는다.


장점
- 가격대를 잊게 만드는 소리
- 여러번 접히기 때문에 보관과 이동이 편리한 디자인
- (30대 이전에게) 강한 개성을 어필할 수 있는 컬러

단점
- 무산소 동선과는 좀 어울리지 않는 피복 재질
- 소리가 조금씩 밖으로 새는 세미오픈 타입
- (30대 이후에게) 주위의 시선을 끄는 민망한 컬러




by bikbloger | 2011/03/02 17:53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핑백(2) | 덧글(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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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OuraMask at 2011/03/02 23:31
최근에 크리에이티브 HQ-1450을 계기로 헤드폰에 관심이 많아졌는데 이것도 탐이 나네요. 노란색 말고는 나온 컬러가 없나보군요. 아쉽네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1/03/03 00:14
아. 블루와 레드가 있습니다만... 채도가 거의 사진 속의 물건과 비슷해서 나이를 좀 탄다는 것이 문제죠.ㅎ
Commented by 기타치는공대생 at 2011/03/07 18:08
잘 봣습니다ㅋㅋㅋ밴드음악을 좋아하는 저에겐 ㅋ정말 좋은정보네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1/03/12 12:10
밴드음악 전용이라면... 마샬에서 나온 메이저/마이너 헤드폰에나 이어폰도 한번쯤 눈여겨 보면 좋을듯.
Commented at 2011/03/07 21:30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at 2011/03/11 14:28
고민하고 있었는데 덕분에 샀네요~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1/03/12 12:11
잘 지르셨습니다. 후회 없으실 겁니다.
Commented by 일리닛 at 2011/03/11 20:46
이 회사는 아무래도 이어폰이죠 ㅋㅋ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1/03/12 12:11
예. K319 쓰고 있는데 참 좋습니다.
Commented by 디자인 at 2011/03/12 02:19
디자인이 별로 여서 끌리지가 않네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1/03/12 12:11
4만원 짜리에게 너무 큰 걸 바라는 것은 좀...
Commented by 하라링 at 2011/03/13 11:44
국민 헤드폰이라길래 PX200생각하고 왔더니ㅋㅋ 개인적으로 AKG좋아하는데 요놈은 몰랐던 놈이네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1/03/14 01:29
예. 젠하이저에 PX200이 있다면, AKG에는 K402가 있는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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