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음악조차 음원이 되어버린 시대. 음원은 어떤 저장매체에 들어 있느냐에 따라서 소리가 달라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1980년대의 음악매체였던 테이프 시절, ‘음악’이 어떤 매체에 들어 있느냐에 따라 소리는 달랐다. 이 시대에 청준을 보냈던 사람들은 TDK란 이름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당시 TDK의 카세트테이프 케이스는 다른 제품들과 달랐다. 가격 역시 비쌌지만, 테이프에 레코딩 스튜디오에서 사용하는 릴 테이프의 디자인을 가미했고 크롬 테이프와 메탈 테이프도 있었다(물론 다른 제조사의 것도 있었지만). 특히 보통 테이프가 개당 600원, TDK의 메탈 테이프라면 3,500원이나 했었다. 물론 테이프에 사용되는 자성체가 달랐으니 음질은 당연히 좋았다. 다른 제조사의 메탈이나 크롬 테이프보다 더(물론 가격에 의한 위약효과일지도 모르지만). 이런 TDK가 다시 돌아 왔다.
새로운 TDK는 저장매체가 아니라 플레이어다. TDK boombox로 명명된 이 제품은 테이블 및 휴대용 MP3 플레이어. 6인치의 스피커 2개가 전면에 있고 왼쪽의 노브는 전원과 볼륨 조절, 오른쪽 토글 버튼은 라디오 채널 변경하는 기능. 라디오 수신이나 기능의 변경은 왼쪽의 노브를 좌우로 움직이면 된다. 여기에 가죽끈을 달아 어깨에 매고 다닐 수 있다.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용도로, 동일한 사이즈의 서브우퍼가 박힌 모델도 있다. 두 모델 공히 고전적인 스타일로 EQ를 조절할 수 있고, 옆면에 USB포트와 3.5mm 및 RCA 입력단을 갖추고 있다. 또한 마이크나 기타를 연결해 간이 앰프로도 사용 가능하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출시는 내년 1월경이고, 2개의 스피커 모델은 $399, 3개의 스피커 모델은 $499의 가격.

스피커가 그대로 노출되어 있는 관계로 야외에 가지고 나가기는 좀 꺼려지지만 - 아니 그 보다 국내에는 붐박스 문화가 없었다는 것이 더 큰 이유인지도 - 그 시절의 추억을 위해 지르고 싶은 물건이긴 하다. 아. 생각해보니... 나이드신 양반들은 만원 지하철과 버스 등의 대중교통에서도 ‘휴대폰 붐박스의 초라한 위엄’을 시전하고 계시니... 젊은 혈기에 한번 해봄직하겠다. 물론, 디스코 청바지에 청자켓 패션을 입고 농구화를 신고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