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남자의 자격 : 레더맨 멀티툴
얼마전(이라지만 벌써 지난달) 친형제 같은 업계 지인에게 멀티툴을 선물 받았다. 이 지인은 알아주는 멀티툴 매니아 중 한 명이며, 이 지인의 친구는 멀티툴 브랜드, 레더맨의 가장 큰 도매업체이자 소매를 겸하고 있는 ‘한강사’ (~트레이딩, ~커머스 등의 이름에 비해 훨씬 남자다운 이름을 가진)의 아들. 한강사 홈페이지는 수입사 홈페이지보다 더 활성화 되어 있는 것은 물론, 설명도 자세하며, 가격도 저렴하다. 또한 몇 년전 출시된 명작도 다수 보유중이다.이 포스팅은 마케팅 목적이 아니라 뽐뿌를 위한 것임을 미리 밝힌다.
참고로 스위스 아미 나이프에는 몇 종류가 있는데 국내서는 레더맨과 빅토리녹스, 웽거가 주종이다. 그런데 같은 스위스 아미 나이프인 빅토리녹스와 웽거중 하나는 짝퉁이란 이야기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둘 다 진퉁이다. 이들에 대한 기막힌(?) 사연은 “빅토리녹스 나이프의 사연”을 참고 바란다. 앞서 이야기한 마니아의 블로그다.

사실 국내서는 ‘Multi tool’이란 용어보다 ‘맥가이버칼’이란 용어가 많은 사람들에게 더 친숙하다. 맥가이버가 들고 출연했던 물건(웽거의 제품으로 기억되는)은 멀티툴의 베이스가 된 제품이긴 하지만, 레더맨에 비하면 그 사용성이 다소 떨어지는 것이 사실. 그것은 레더맨의 모든 모델에 붙어 있는 플라이어(일명 뻰찌)의 존재 때문이다. 듣기로는 레더맨의 CEO, 팀 레더맨이 멀티툴을 만들게 된 이유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를 사용하면서 불편함을 느꼈기 때문이라고. 그렇기에 기존의 불편함을 개선한 레더맨의 효용성은 스위스 아미 나이프의 그것 이상이다. 또한 이 플라이어의 존재 덕에 전기를 다루는 것이 필수인 분야에서는 레더맨의 멀티툴이 훨씬 유용하고 사용자도 많다. 플러스 알파. 이것이 바로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에도 불구, 기존 제조사들을 위협한 레더맨의 원동력 중 ‘하나’다.
업계 지인이 선물한 모델은 레더맨의 블라스트 ‘04 모델. 오래된 모델이기에 더 레더맨 다운 설정이 넘친다. 투박한 남자의 손을 닮은 손잡이를 비롯해 그 흔한 로고도 없이, 손잡이에 Leatherman Blast라 박혀 있는 글자가 전부다. 이런 레더맨의 디자인은 시간은 손때 절은 가죽 노트나 가죽 가방이 더 멋스러워지는 것을 닮았다. 어떤 제품이건 디자인이 화려할수록 상처는 더 도드라지기 마련. 레더맨의 수수한 디자인은 가죽 노트나 가죽 가방처럼 막 굴려 쓰면서 사용자의 활동과 역사가 기록되는, 자기만의 물건을 만들라는 의미다.
접혀 있는 손잡이를 활짝 펴서 접으면 예의 플라이어가 등장한다. 그리고 손잡이의 안쪽에서는 다양한 구성품의 향연이 펼쳐진다.
한쪽에는 칼과 톱, 대/중/소의 일자 드라이버와 함께 안경용 일자 드라이버까지 있다. 다른 쪽에는 줄, 병따개+깡통따개, 십자드라이버, 가위가 보인다. 또한 열쇠고리에 연결할 수 있는 동그란 고리까지 접을 수 있으며, 손잡이에는 눈금을 새겨 19cm 길이까지 잴 수 있다.

플라이어를 잘 보면 굵은 철사와 가는 철사를 위한 구획이 정해져 있다. 하나의 기능에 두 가지를 넣어둔 재기가 넘친다. 그리고 박스와 함께 수납을 위한 나일론 재질의 파우치도 있다. 물론, 한강사의 온라인 몰의 액세서리 중 블라스트 용(이라기 보다 04년 출시 제품을 위한)의 드라이버 비트를 구매할 수 있다.
바짝 날이 선 칼. 빨간색 플라스틱 커버가 붙은 멀티툴 들에 들어있는 멍청한 모양과 무딘 날을 가진 칼이 아니다. 레더맨의 칼날은 할리데이비슨을 닮았다. 일제나 독일제 대배기량 바이크는 기어가 중립에 있지 않으면 시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는 기어가 노출된 바이크의 안전장치다. 누군가 – 그것이 장난이던 음해던 - 1단 기어를 넣어 놓았다고 가정해보자. 만약 이 상태로 시동이 걸리면 그 육중한 덩치가 움찔해 위험하니 안전을 위한 설정인 셈이다. 하지만 할리데이비슨에 이런 안전장치 따윈 없다. 할리데이비슨의 개발자는, 그 정도도 신경 쓰지 못하는 애송이가 타는 물건이 아니라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다. 다른 멀티툴은 안전을 생각해 무딘 날을 달았다면, 레더맨은 안전하게 쓸 수 있는 놈에게만 주인의 위치를 허락한다.

다른 멀티툴과 레더맨의 또 다른 차이점은 손잡이다. 빨간색 커버가 붙은 멀티툴의 손잡이는 밋밋한 동시에 기능 많은 모델에 따라서는 손으로 잡는 부분이 볼록해 손에 쥐고 힘을 줄 때 아픈 경우가 있다. 반면 장식처럼 보이는 레더맨 멀티툴 손잡이의 굴곡은 펴서 접었을 때 그 위력을 발휘한다. 이 굴곡의 정체는 바로 손가락이 들어갈 수 있는 홈이다. 즉 힘이 필요할 때 꽉 쥐고 제대로 힘을 줄 수 있다는 이야기. 뿐인가. 빨간색 커버가 붙은 멀티툴 중에는 너무 기능이 많아 한 손아귀로 잡고 힘을 주기 힘든 물건도 있는데, 레더맨은 어떤 모델이라도, 이런 욕심을 부리지 않는다.
위 이미지는 각각의 툴을 폈을 때 안전을 위한 고정 장치. 칼을 끝까지 펼치면, ‘딸깍’하는 소리와 함께 이 고정고리에 물린다. 한번 물리게 되면 충격이 가해져도 칼이 접히지 않아 안심할 수 있다. 손을 다칠 정도로 날카로운 칼이지만, 이런 것이 있다면 괜찮다. 잘 들지 않는 칼을 넣고 ‘접다가 다칠 수도 있으니까’라는 비겁한 변명을 하는 것 보다 잘 드는, 하지만 쓰다가 접힐 우려가 없는 안정장치가 있는 편이 훨씬 합리적이지 않은가. 바로 이런 것이 진짜 남자 – 마초(정확한 마초의 정의는 허지웅의 블로그를 참고) – 의 물건 아니겠나.
위 이미지는 서바이벌 나이프 수준의 칼날을 자랑하는 스켈레툴 ’08 CX 모델. 기능들은 다른 레더맨에 비해 축소되었지만, 더 강한 모습의 칼이 붙어 있고 접은 상태에서도 칼을 펼 수 있다. 그리고 명민하게도 맥주병을 딸 수 있는 오프너가 캐러비너의 역할을 동시에 수행한다. 그렇다. 남자의 술은 들척지근한 분위기와 음악 속에서 홀짝이는 와인이 아니라, 한번에 시원하게 넘겨야 제 맛을 알 수 있는 맥주에 가깝다. 그렇기에 빨간색 플라스틱 커버가 붙은 그런 저런 멀티툴의 클리셰인 와인 오프너는 레더맨의 것이 아니다. 물론 레더맨에도 와인 오프너가 붙은 모델(Juice 시리즈)이 있긴 하지만.

레더맨의 시작은 20세기 초에 시작된 멀티툴들의 역사에 비해 대단히 짧은 1983년부터. 창업초기부터 25년간 품질 보증을 시작한 이들의 초기작의 품질 보증이 끝 난지 겨우 2년 밖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활용성과 기능성만큼은 그 어떤 멀티툴 보다 뛰어나다. 레더맨을 설립자 팀 레더맨은 회사와 품질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 언제나, “모든 제품에 내 이름이 들어 있다”고 대답한다. 그렇다. 이름 걸고 만드는 물건이니, 쪽팔리기 싫다는 남자의 자존심이자 장인의 풍모다. 그리고 이 풍모가 품질을 말한다. 어떤 모델을 선택해도 마찬가지임을 알고 있지만, 블라스트를 만지작거리며 글을 쓰고 있자니 스켈레툴 CX ‘08이 가지고 싶어진다. 분명 같지만 다르니까. 다르지만 같은 빨간색 플라스틱 커버가 붙은 멀티툴이 아니니까.

장점
단순히 펼친다는 개념에서 ‘펼쳐 접는다’는 발상 전환
버릴 것 하나 없는 알차고 다양한 기능들
제대로 된 모양과 날의 칼 & 이를 안심하고 쓸 수 있게 하는 안전장치

단점
결재 할 때 ‘남자라면 일시불’을 외치기엔 살짝 부담스러운 가격
주머니가 살짝 처질 정도의 묵직함




by bikbloger | 2010/03/02 19:35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덧글(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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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천하귀남 at 2010/03/02 20:26
얼마전 지름신의 계시로 눈에 불을켜고 찾았다가... 무게의 문제로 접었던 물건입니다. 빅토리녹스 가위하고 칼달린 가장 작은 모델에 휴대용 드라이버 하나로 그럭저럭 버티는중입니다.
차가 있다면 무조건 지르겠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0/03/02 20:34
주머니에 넣겠다고 생각하면 무겁습니다만, 그냥 편하게 가방에 넣겠다고 하면 이만한 것도 없다는 생각이... 차에는 이미 100PSC 공구세트가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지라 이 녀석의 자리는 가방이죠.
Commented by chatmate at 2010/03/02 20:55
휴대성을 위해 성능을 희생한 면이 있지만, 주머니엔 역시 Utili-Key 6-in-1만한게 없는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0/03/03 11:45
아. 그 물건이 있었네요. 하지만 조금 부족한 것은 사실이죠.
Commented by 몽키 at 2010/03/04 00:50
비행기를 탈 때 주머니에 Utility-Key 6-in-1이 있다는 것을 깜박하고, 도데체 몇개를 공항 씨큐리티에 반납했는지 이제는 셀 수도 없습니다.. ㅠ.ㅠ
Commented by chatmate at 2010/03/04 08:39
양심적이시네요. 보통 자진납세 하지 않으면 체크에서 잡아낼 수 있는 물건은 아니죠.
Commented by NAM at 2010/05/22 10:05
지나가다가 글 남겨봅니다^_^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글 쓰신 분은 글은 잘쓰시지만, 레더맨은 처음 접하시는 것 같습니다.내용을 보니 빅토리녹스 제품을 굉장히 폄하 하시는 것 같은데, 툴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써 몇마디 말씀드리자면...
글쓴이께서 선물 받으셨다는 툴은 비교적 과거모델이고 풀사이즈툴중에 가장 저렴한 제품입니다.
말씀하신 내용중에 스위스아미제품이 무딘날을 가졌다고 하셨는데, 빅토리녹스 제품을 한번이라도 보시고 사용해 보셨다면 그렇게 표현하시지는 않으셨을텐데요..아마도 중국산 카피 제품을 사용해 보신듯 합니다.
실제 긴급상황에서 외과수술 집도용으로 사용되었을 정도로 엣지력이 우수한게 빅토리녹스 나이프입니다.
또한 빅토리녹스의 나이프는 미러피니쉬 처리가 되어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무뎌 보이는 것은 맞지만, 나이프 자체의 열처리는 레더맨 제품은 따라가지 못한다고 볼수 있습니다.
그리고 레더맨의 최고사양이라고 평가되는 제품의 TTI는 본인도 사용해 보았으나 마감자체에 있어서는 고가의 가격에 비하여 중국제품은 저리가라 할 정도로 최악입니다.
레더맨도 훌륭한 툴임에 틀림없으나, 120년이 넘는 스위스 아미 나이프의 아성을 따라가기에는 아직은 역부족이라 생각합니다.
많은 분들이 25년 A/S만 맹신하셔서 부족한 점을 못보고 넘어가시는 것 같아 아쉽네요..
Commented by 별걸다바 at 2010/06/14 10:26
저는 레더맨 뉴웨이브 사용자인데..
평상시에 외출할 때도 전용 파우치에 넣어서..
허리춤에 달고 다닙니다..
무겁다고 생각하면 무겁고..
평상시에 요긴하게 쓰려고 생각한다면..
결코 무겁지 않은 무게라 생각됩니다..
Commented by 레더눅스 at 2010/07/01 10:55
저는 빅토리눅스와 레더맨 두가지를 다 가지고 있습니다.
빅토리눅스는 여행할때, 낚시갈때 가방에 챙겨 넣지요.
또 레더맨은 일할때 허리춤에 달고 삽니다.
그리고 열쇠고리에는 빅토리눅스SD와 레더맨 STYLE을 사이종게 달고 살지요.
서로 장단점이 있습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이 분명히 뽐뿌라고 밝히셨으니 빅토리눅스 애호자분들은 열내지 마시기 바랍니다. ㅎㅎ
Commented by dd at 2011/03/31 17:50
님 글 보고 바로 지릅니다.
Commented by maigrir at 2011/04/19 02:38
있습니다.
이 글을 쓰신 분이 분명히 뽐뿌라가방에 챙겨 넣지요.
또 레더맨은 일할때 허리춤에 달고 삽니다.
Commented by ......... at 2011/10/03 13:29
빨간색 커버가 붙은 멀티툴....ㅋㅋㅋ
이건 레더맨 뽐뿌글이 아니라,
빨간색 커버가 붙은 멀티툴을 향한 러브레터네요.
빨간색 커버가 붙은 멀티툴을 판매하는 회사에
근무하시는 분이 계시면
어서 리뷰용 빨간색 커버가 붙은 멀티툴 하나 보내주세요.
Commented by ㅇㅇ at 2013/09/15 11:51
우와 오글거려.
Commented by ㅋㅋㅋ at 2013/12/19 10:06
레더맨부심쩌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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