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내강과 진보 간지. 그것이 바로 골프 GTD
나는 독일차를 좋아한다. BMW의 키드니 그릴이 가지는 아이덴티티, 공도에서도 서킷을 그리워 하는 포르쉐의 왼쪽 시동키처럼 오랜 시간 변하지 않거나 전통을 지키는 사고방식 때문이다. 뿐인가. 꽤 오랜 시간 동안 독일차의 파워윈도우 스위치를 사이드 브레이크 앞쪽에 묶어두었던 객기(?)와 Aero Dynamic을 ‘에어로 다이내믹’이 아닌 ‘아에로 디나믹’으로 읽어버리는 무뚝뚝한 발음도 멋지다. 내가 타본 독일차들은 모두 일본차처럼 의뭉스럽지 않아서 좋았다. 이런 차들 중 기억에 남는 차를 꼽으라면 주저 없이 폭스바겐 골프다.
# 이미지는 골프 6세대의 GTD. 상식의 기준에서 본다면 반칙이다.

그렇다. 골프는 반칙인 자동차지만 그 중 최근에 출시된 GTD는 더 심하다. 아무래도 시간이 지나면서 골프는 점점 반칙왕이 되어 가는 것 같다. 우리 기준으로 1600cc의 그저그런 개솔린 엔진과 아무 특징 없는 트랜스 미션이 들어가 있어야 어울릴만한 크기에 2000cc 디젤 엔진과 귀신 같은 속도로 움직이는 6단 듀얼 클러치 미션이 들어차 170마력(4200rpm)을 뽑아내기 때문이다.
최대 토크는 3000cc 가솔린 엔진의 힘을 웃도는 35.7kg.m(1750~2500rpm). 이 정도 토크니 제로백은 8.1초다. 이 정도쯤에서 ‘흥. 그럼 연비는 꽝이겠군’이란 생각이 드는 것이 상식. 하지만 무려 17.8km의 공인연비로 1등급을 찍는다. 또한 이미 경험자의 증언에 따르면, 마구 돌려도 연비가 팍팍 떨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재미와 경제성을 등가교환 하지 않는 자동차는 많지 않다. 이게 반칙이 아니면 대체 뭐가 반칙이란 말인가.
분명 골프 GTD의 디자인은 잘 달리는 차 치고는 단정하다.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잡아 끄는 화려한 미인의 외모는 아니지만, 숨기려 해도 새어 나오는 진짜 미인의 기품을 닮은 요소들이 있다. 일단 전 세대에 비해 지상고가 15mm 정도 낮고 여기에 17인치 알로이 휠을 신고 있다. 또한 골프의 라인업 중에서도 고성능을 의미하는 허니컴 라디에이터 그릴이 전면부에, 트윈 머플러(액티브 사운드 제너레이터의 소리가 궁금해지는) 가 후면에 자리잡았다. 여기에 바이 제논 헤드라이트는 핸들이 돌아가는 방향으로 조사범위가 움직인다.
인테리어 역시 화려하지 않다. 화려한 인테리어는 구매시 만족을 주지만, GTD의 인테리어는 다른 부분의 만족을 준다. 아래쪽을 깎아버린 D자 모양의 스티어링 휠은 슈퍼카에 대한 향수다. 슈퍼카는 극악스런 시트 포지션때문에 타고 내리는 과정이 쉽지 않다. 이것을 조금이라도 편하게 해주는 것이 D자 모양의 스티어링 휠이다. 물론, GTD를 타고 내리는 것에는 이런 불편은 없겠지만, '이 녀석은 슈퍼카 만큼 잘 달린다'를 이야기 하려는 디자이너의 의도였을 것이다. 표정있는 스티어링 휠 뒤쪽에 자리잡은 DSG의 속도만큼 이나 빠르게 변속할 수 있는 패들 시프트. 그래도 GTD의 인테리어는 너무 단순하고 화려하지 못해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위해서는 TPEG가 포함된 내비게이션과 DMB 시청 및 아이팟과 USB 등을 통해 음악을 즐길 수 있는 엔포테인먼트 시스템이 준비되어 있다.
인테리어에서 중요한 것은 보기에도 좋아야 하지만, 기능적인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 바로 골프의 생각이다. WOKS(충돌 시 경추 보호를 위해 최적화된 헤드레스트)는 탑승자의 머리와 목과 척추를 가장 효과적으로 보호하며 운전석 무릎 보호 에어백을 포함한 기본 총 7개의 에어백 시스템을 갖췄다. 또한 브레이크만 조작하면 알아서 핸들을 움직여 자동으로 주차를 해주는 파크 어시스트(Park Assist)도 있다. 그리고 카운터 스티어링 어시스트 기능이 포함된 ESP, 브레이킹 어시스턴트 기능이 포함된 ABS, (ASR: Anti-Slip Regulation), 전자식 디퍼렌셜 락(EDS: Electronic Differential Lock), 엔진 견인토크 제어장치(MSR), 트레일러 스테빌라이저, 유아용 시트를 위한 2개의 아이소픽스 마운팅 브래킷(Isofix mounting bracket)등 안전을 위한 면면도 충분하다.

그런가 하면 최근 골프는 유로앤캡(EuroNCAP)이 선정한 ‘2009 올해의 가장 안전한 자동차’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미 작년 11월, 소형차 부문에서 미국고속도로 안전보험연구소(IIHS: Insu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가 발표한 ‘2010년 가장 안전한 모델’에 선정된 것.

내가 골프를 좋아하는 이유는 진보의 간지가 스며있기 때문이다. 이 진보 간지란 듀얼클러치 같은 기술적 영역과 함께 사회적인 의미도 포함되어 있다. 진보는 기존 권력과 권위에 순응하지 않는 것. 정치에서의 진보, 기술에서의 진보, 사회계층으로서의 진보 역시 마찬가지다. 권력과 권위에 순응하는 평범함 사이로, 순응하지 않는 것이야말로 얼마나 경이롭고 간지 넘치는 일인가.

도로 위에서 운전을 할 때, 언제나 느낄 수 밖에 없는 것은 ‘배기량이 깡패’ 혹은 이를 멋지게 순화시킨 ‘자동차에서 배기량은 권력’이란 수사들이다. 하지만 골프는 이 일반성을 빽점(백미러 속의 점)으로 만드는 가속력을 바탕으로 하는 달리기 성능, 자로 재고 칼로 자른 듯한 정확하고 날카로운 코너링, 1982년 1세대의 등장이후 차근차근 숙성시켜온 뚜렷한 개성의 디자인 계보, 분명 빠르게 달릴 수 있는 차건만 그에 어울리지 않을 만큼의 짐을 싣고 사람을 태울 수 있는 포용력까지 갖고 있다. 자동차가 갖춰야할 모든 덕목에 더해진 플러스 알파. 이것이 바로 폭스바겐이 이야기 하는 das auto다.





by bikbloger | 2010/02/20 14:52 | Mr. Motor Rising-자동차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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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ndrea at 2010/02/20 19:15
제 드림카죠..
골프 TDI/GTD/GTI....
직장인이 눈 질끈 감고..
몇년 허리띠 졸라맬 생각하면
잡아볼 수 있다는 생각에...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0/02/21 02:26
맞습니다. 저도 눈감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지브닉 at 2010/02/20 20:15
골프에 대해서는 좋은 인상 가지고있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0/02/21 02:26
가격만 빼면... 저만한 차도 없죠.
Commented by Constant at 2010/02/20 22:46
막상 몰아보면 시내주행에서는 i30 2.0과 별 차이가 없죠. 토크차이만큼 저단 세팅에 차이가 있어서... 그나저나 6세대 인테리어가 수수하다니, 대체 어느 해치랑 비교해서 그런가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0/02/21 02:30
시내주행이야 어차피 속도내면 사고 위험이 있는 것이니 제외하고... 속도를 낼 수 있는 곳에서는 차이가 많이 나죠. 코너링시에 얼만큼 빠르게 달릴 수 있느냐를 결정지우는 차체 강성과 서스펜션 세팅에 큰 차이가 있습죠. 그리고 또한 이렇게 빨리달리다 사고가 나도 안전을 책임지는 에어백의 개수가 다르죠.

인테리어가 수수하다는 것은 해치백류는 물론이고 최근 나오는 국외/국산차량을 총 망라해서 그렇다는 이야기입니다. 대략 3세대나 4세대 골프와 위 사진을 비교해보시면...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Commented by LiveREX at 2010/02/21 19:52
저도 차 사고 싶어지네요 ㅠㅠ
잘 지내셨나요? ㅎㅎ
Commented by bikbloger at 2010/02/22 00:41
옙! 잘 지내고 있습니다. 이 놈으로 지르시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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