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자동차에 바란다 : 모험을 해라
오늘 올림픽대로를 달리다가 관리상태 극상인
프라이드(요새 나오는 디젤 말고)를 봤습니다.
그것으로부터 촉발된 포스팅입니다.

외환위기의 막바지인 1999년. 기아자동차는 현대자동차에 인수합병 되었습니다. 사실 그 이후 법적으로는 분리되었지만, 자동차로 보면 여전히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밀접한 관계입니다. 그래서 아예 ‘현대기아차그룹’ 혹은 ‘현대기아차’ 줄여서 ‘현기차’라 부르기도 합니다. 실제 마케팅 부서는 현대차와 기아차를 동시에 마케팅하는 걸로 알고 있구요. 사실 현대기아차그룹체제가 되면서 기아차의 개성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비슷한 크기와 비슷한 급의 차량이라면 플랫폼을 공유하는 것 역시 오래되었죠.
그런데 두 회사의 역사를 보면 기아차의 전신(경성정공, 이후 기아산업)은 1944년에, 현대차는 1967년에 생겼습니다. 전쟁이 끝나고 난 이후 기아는 자전거를 만들었고, 1961년에는 2륜 바이크, 그 이듬해는 트럭과 3륜차, 1971년에는 이탈리아 피아트와 함께 ‘피아트 124’를 생산했습니다. 이후 1974년에 브리사를 생산했고, 현대차는 그 이후인 1976년에 국내 자동차 역사의 하나인 포니를 생산했습니다. 역사적으로 보자면 현대차보다 기아차가 훨씬 긴 셈이고 자동차 역시 먼저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일까요? 기아차에는 현대차에 없는 프론티어 정신이 있었습니다(물론 합병되기 전까지).

서론이 좀 길었습니다만, 결론부터 이야기 하면 기아차는 개성넘치는 자동차를 만들어 달라는 것입니다. 국내 자동차 산업의 대표적인 모델이라고 한다면 분명 포니가 꼽히겠지만, 기아차가 만든 다양한 차들도 그에 못지 않은 사랑을 받았기 때문이죠. 미리 말씀 드리지만, 이 포스팅은 기아자동차 관련 마케팅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그들이 만들었던, 그리고 아직도 만들고 있는, 현대차와 비슷한 그럭저럭의 차들은 이야기 하지 않을 테니까요.

봉고(Bongo)
사진 속의 모델은 초기 모델입니다. 이미 단종된지 오래지만, 이후 현대의 그레이스, 쌍용의 이스타나 등 유사한 포맷의 모델들이 꾸준히 출시되었습니다. 이런 형태의 차량을 가르켜 ‘봉고차’라는 말이 생겼고, 여전히 어른들은 종류에 상관없이 봉고차라고들 하시죠. 마치 ‘찝차’의 연원이 크라이슬러의 JEEP인 것과 비슷합니다. 현재는 기아의 트럭이 봉고라는 이름을 쓰고 있죠. 30대 중반 이후의 분들이라면, 어린 시절 이 차량을 타고 이런저런 학원들을 다녔던 기억이 나실 듯. 가끔씩 봉고의 사진을 볼 때마다 위 사진의 폭스바겐 type II가 생각납니다.

WV의 type II를 생각해보면, 봉고가 꾸준히 생산되었다면 세계적인 명성까지는 아니어도 아시아권은 주름잡지 않았을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물론 무게중심이 상당히 위에 있었기에 휘딱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만...

프라이드(pride)
이름 그대로 이 차는 자부심을 가져도 될만한 모델입니다. 한국과 미국, 일본이 합작해 만든 차이긴 하지만 국내에서도 엄청난 판매고를 올렸고, 대우의 티코가 나오기 전까지 소형차의 대명사였습니다. 한때 프라이드만 참가하는 원메이크 레이스도 있었고, 공도는 물론 오프로드까지 종횡무진 누볐던 차량이죠. 디자인 역시 지금 봐도 촌스럽지 않은 단아함이 있고 튜닝빨도 잘 먹힙니다.

* 해외의 튜닝 사례들입니다. 깔끔하게만 하면 지금 도로를 굴러다녀도 전혀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

스포티지(Sportage)

SUV의 시조격인 차량입니다. 처음 출시되었을 때 국내외에서 큰 호평을 받았습니다. 그때 까지는 이런 컨셉트를 가진 차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현재는 세대 스포티지가 팔리고 있습니다만, 2세대 모델은 1세대의 컨셉트를 그대로 이어받고 있습니다. 사진 보시죠.
또한 국내에서는 발매되지 않았지만, 숏바디 모델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차량이 국내서도 시판되었다면 1세대의 인기는 더 오래가지 않았을 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프라이드처럼 지금봐도 촌스럽지 않은 디자인입니다.

엘란(Elan)
회사란 것은 수익을 내기 위한 이익집단이 분명하니다만, 꿈이 없는 회사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사실 로터스의 엘란이 국내 라이선스 생산된다는 사실 자체가 출시 당시로서는 정말 충격적인 일이었습니다(아. 쌍용의 클래식카 칼리스타도 빼 놓을 수 없죠). 정말 몇 대 생산되지 않았고, 성능도 오리지널 엘란에 비해서는 많이 떨어진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이 차에는 기아차의 꿈이 있던 것은 아닐까란 생각도 듭니다.

소울(Soul)과 포르테 쿱(KOUP)

비교적 최근에 출시되었지만, 두 차량 모두 독특한 콘셉트를 가지고 있습니다. 소울처럼 젊은 세대를 겨냥한 원박스 차량은 국내 처음입니다. 거기에다 기아차는 튜닝 파츠 생산을 위한 자회사도 설립했습니다. 포르테 쿱은 포지셔닝이 다소 애매하긴 합니다만, 쿠페 스타일을 잘 살려낸 차량입니다.

* 이렇게 나왔어도 상당히 괜찮았을 듯 합니다. 훨씬 더 쿠페스럽죠?

다만, 배기량에 의한 출력과 서스펜션 등 스포츠 주행을 염두에 둔 설정이 아니라는 것은 상당히 아쉬운 부분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튜닝 파트 관련 자회사(현재는 소울용 파츠만 생산하고 있지만)에서 포르테 쿱을 위한 다양한 튜닝 파츠들을 만들어 주면 어떨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아니면 AMG처럼 아예 기아차에서 생산되는 전 차종에 대한 ‘합법적 튜닝카’를 만들어 판매하면 어떨까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이미지가 찾아지는 대로 지껄여 봤습니다. 현대차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차를 만들고, 기아차는 앞서 소개한 대로 국내에서는 보기 힘든, 재미있는, 아무도 하지 않았던 컨셉트를 가진 차량을 만드는 메이커가 되면 어떨까요? 이제 재미있는 자동차가 과거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국내에 수입되는 상황을 고려한다면, 그리고 자동차은 단순히 이동 수단 이상의 것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by bikbloger | 2009/11/15 21:09 | Mr. Motor Rising-자동차 | 트랙백 | 핑백(1) | 덧글(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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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의 동그라미 4개 로고만 교체하면 트랜스포밍 완료죠. 자. 자동차 용품 만드시는 분들… 서두르시길. 기아차는 이렇게 하심 안됩니다. 엘란 같은 차를 만들던 그때 그 용기는 어디에다 할인 떨이 판매한건지 궁금합니다. ... more

Commented by 함부르거 at 2009/11/15 21:56
프라이드와 스포티지를 처음 봤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스포티지 숏바디는 국내에서 본 적이 있는데 정식 출시된 것은 아니었군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5 23:02
저도 딱 한번 봤는데... 국외에서만 출시된 모델이지요.
Commented by rumic71 at 2009/11/15 21:58
기아 최고의 차량은 역시 삼륜차죠. 마쓰다 라이센스이지만.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5 23:02
사진을 못구해서...ㅎㅎ
Commented by FatherBr at 2009/11/17 08:38
Commented by Spearhead at 2009/11/16 02:44
엘란은 라이센스 생산이 아니라 차량에 대한 모든 권한을 사들여서 생산한 케이스입니다. 기아자동차 모험이 절정을 달렸던 시기의 도박이었죠.

팩토리 튜닝의 경우에는 부분적 드레스업에 한해 현재 쏘울에만 '튜온(TUON)'이라는 자체 팩토리 튜닝 옵션을 구비해서 나름 괜찮은 반응을 얻고 있고, 현재 출시되는 기아차의 모든 모델은 동급의 현대차모델에 비해서는 주행감각이 좀 더 스포티한 쪽을 중시하는 경향을 보이죠. 예전의 기아는 사라졌지만 그래도 제 버릇 남 주기는 힘든겁니다. 튜온 패키지는 향후 다른 모델로도 확대할 계획이 있다고 하니까 이쪽은 기대할 만 할겁니다.

기아자동차는 지금은 국내에서가 아니라 해외에서는 나름 모험을 하죠.
씨드 하나만 내놓았다가 고성능 3도어버전인 프로씨드도 내놓는 등 그래도 나름 노력은 하고 있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7 13:00
아. 씨드를 빼먹었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Luthien at 2009/11/16 03:18
봉고는 트럭도 승합차도 죄다 마쓰다 건데요. 그 뒤로 베스타->프레지오->봉고 3 코치로 아직까지 원박스 잘 팔고요. 스포티지 3도어는 국내 팔았다 단기간만에 묻혔지요. (코란도 3도어 컨버터블과 같은 이치. 외려 적재공간 늘린 그랜드가 훨씬 더 팔렸음)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7 13:01
음. 마쓰다 거군요. 뒷조사(?)가 좀 부족했군요. 그 당시는 주 5일제도 아니고 레저문화도 지금처럼 발달하지 못한 시절이니... suv가 아닌 승용형 트럭으로 스포티지를 본 사람이 많아서이지 않을까요?
Commented by at 2009/11/16 05:50
미국에선 아직도 꽤 많은 수의 프라이드들이 굴러다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다만 엠블럼은 기아가 아닌 포드지만요. 미국에선 5도어는 팔리지 않았는지 전부 3도어 밖에 없더군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7 13:02
아. 그렇군요. 개인적으로도 해치백이 더 예쁘다는.
Commented by Luthien at 2009/11/16 08:26
아, 봉고 3 코치는 단종이네요. 정정합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7 13:02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GATO at 2009/11/16 12:36
현대차 연습장이 되버린 안습의 기아.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7 13:02
그러게 말입니다.
Commented by 나막울었어 at 2009/11/16 17:12
기아 일하는 친구 말로는...잘나오고 잘 뽑은건 현대마크달고 나가고
별로 평 안좋은건 기아 달고 나간다고-_-;;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7 13:02
정말 연습장이군요.
Commented by 朴思泫 at 2009/11/16 20:26
흠.... 저희 아부지회사 사택에서 살 적에 회사 젊은횽하가 엘란을 그리고 윗집 아저씨가 숏바디 스포티지를 끌구 다니셔서 어 이런것도 있었나 했지요.

엘란은 타본적도 있었는데 한동은 그거 사자고 아부지께 졸랐던 기억이 있습니다....

당시 차주말로는 엘란엔진이 크레도스1.8 엔진이라고 했던걸로 기억하네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7 13:03
오호... 아버님이 기아에 다니셨나 봅니다. 희귀차량을 두대나...
Commented by 朴思泫 at 2009/11/17 22:20
아녀........ lg 계열사임미다.... 단지 아부지 직급이 좀 높았을 뿐임다 ㄷㄷ
Commented by 엘란개발팀장 at 2009/11/16 21:16
엘란은 생산권/판매권/소유권/금형까지 전부 기아가 사서 차체,샤시,내외장일부만 로터스것을 쓰고 기아 크레도스 1.8엔진을 튜닝하여 사용하는 등 대폭적으로 기아의 P/T,샤시,내외장을 사용하여 원가를 낮춘 차입니다. 덕분에 6,000만원 차를 3,000만원에 팔게 된 거구요. 차량 개발에 2,000억 들던 시절에 300억 들여 개발한 겁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7 13:03
오홋. 답변감사합니다. 블로그 주소도 남겨 두셨음 좋으련만...
Commented by 드림이캣 at 2009/11/17 01:33
봉고를 보니 문득 생각났는데...
비슷한 시기에 아시아자동차에서 타이탄 트럭 모델을 기반으로 봉고 형태의 밴을 만들었던 적이 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7 13:03
아. 기억납니다... 정말 잠깐 나왔었죠.
Commented by FatherBr at 2009/11/17 08:33
봉고는 마쯔다 봉고의 카피 혹은 라이센스 생산이라고 알고 있고, 프라이드는 마즈다의 121을 라이센스 받아 생산한 것입니다. (마즈다 121-->포드 페스티바-->프라이드) 기아는 스스로 만든 차 보다는 라이센스가 더 많은듯.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7 13:05
라이선스 생산도 많지만... 그 당시 현대나 대우도 비슷한 상황이지 않을까요? 라이선스를 가지고 오더라도 '어떤' 모델의 라이선스를 가지고 오느냐의 문제겠죠.
Commented by FatherBr at 2009/11/17 18:43
아, 쥔장님께서 기아의 프론티어 정신을 말씀하셨길래,
기아의 라이센스 정신이었다고 정정하고 싶었습니다.
뒷 포스팅을 보니, 어이없군요. 기아의 카피정신으로 발전해 가는 건가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1/18 10:32
아. 보셨군요. 기아가 현대에 흡수되고 나서 점점 현대화 되가는듯.
Commented by FatherBr at 2009/11/18 15:18
대단한 위트입니다. 현대화...
기아가 독자개발한 플랫폼이나 외형은 거의 없었습니다. 일본것 따오기에 바빴죠. 슈라이어 오기 전에는 전무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반면에 현대는 꽤 일직부터 파닌피라니 등에 외형디자인을 맡기기도 많이 하고, 유럽디자인 연구소를 만드는 등, 오리지널리티 확보를 위해 애를 많이 썼던것으로 압니다. 물론 일본차 라이센스 생산도 부지런히 했지만요.

Commented by 최정훈 at 2010/02/04 13:24
asdskfkhdksfhlakhfkahkgfdsh
Commented by 최정훈 at 2010/02/04 13:25
기아 자동차 참 멋있어!!
Commented by 이준 at 2010/02/21 18:40
삼춘 전 칼리스타, 엘란이멋있어요
Commented by 차 많이아는애 at 2010/02/22 18:28
(실제로) 필리핀에 가면 프라이드 택시는 기본으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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