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립스의 두번째 ‘그녀’, SHE 9750 이어폰
어떤 제품이나 마찬가지지만, 가격대라는 것이 있다. 예를 들어 넷북이라면 대략 40만원 중반 정도의 제품에서부터 80만원에 육박하는 노트북스러운 제품도 있다. 가격의 차이는 대략 2배 정도지만, 성능의 차이란 측면에서 2배는 커녕 아주 작은 차이 뿐이다. 아마 이어폰이라는 제품군 역시 이와 비슷할 거다. 이어폰은 5천원대 물건부터 60만원대 이상의 물건까지 있으니 가격 차이는 최소 120배. 반면 이 두 제품간 성능의 차이는 노트북 보다 살짝 크긴 하겠지만, 어느 누구나 쉽게 알 수 있을 정도의 차이는 아니다. 물론 제조사들은 소비자보다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으며, 뭐라도 잘난 거 하나 있어야 물건이 팔리는 시대란 것도 잘 알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필립스의 두번째 그녀, SHE 9750이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필립스의 SHE 9750이 선택한 소위 ‘잘난 것’은 편안함이다. 오픈형이 아닌 밀폐형 이어폰의 경우, 이어폰 솜이 없고 귀 안쪽에 이이폰이 더 밀착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재질이 중요해진다. 이 재질과 함께 발음체의 크기가 귀 안쪽의 이물감의 크고 적음이 결정된다. SHE 9750는 플라스틱 발음체를 부드러운 젤(Gel)로 감쌌다. 이 소프트 젤 하우징 덕에 실제 귀에 닿는 느낌은 상당히 편하고, 밀폐형 이어폰이 가져야 하는 차음성 향상에도 큰 몫을 한다. 물론 제조사가 이야기 하는 것처럼 ‘귀에 꽂고 있어도 그 존재를 잃어버릴 만큼’은 아니지만.
패키지는 전작인 SHE 9850에 비해 간소해졌다. 또한 이 간소화는 액세서리의 간소화로 이어진다. SHE 9850에서는 알루미늄 케이스와 3개의 실리콘 팁은 물론 1개의 폼 슬리브, 케이블 클립과 함께 청소용 도구까지 제공되었지만, 9750은 플라스틱 케이스에 들어있는 3개의 실리콘 팁이 전부. 상당히 아쉽다.
9750에는 몇 가지의 특징이 있다. 다이어프램은 마일러 돔, 유닛 안에 들어있는 보이스 코일은 원통 구리로 피복된 알루미늄 와이어를 감은 CCAW 방식. 또한 전체 케이블은 무산소 동선(OFC), 여기에 귀의 곡선에 맞춰 설계된 앵글 어쿠스틱 파이프가 가세해 좋은 소리를 내줄 수 있는 충분한 조건들을 갖추고 있다. 이런 재질이 만들어내는 스펙은 음압 103dB, 5~23.5kHz의 주파수응답이다. 물론 이런 스펙이 소리의 질을 결정짓는 것은 분명 아니지만.

실제 소리를 들어봤다. 개인적으로 10만원 언저리 가격대의 커널형 이어폰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외려 이 아래 가격대의 오픈형 이어폰보다 못한 소리를 들려주는 제품도 많기 때문이다. 이런 인식에 쐐기를 박았던 제품이 바로 전작인 9850이다. 9750의 소리는 9850과는 성향이 살짝 다르다. 9850의 경우, 보컬이 속한 중역대 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다소 넓었지만 9750의 경우 각 대역의 소리들이 자치하는 비중이 거의 비슷해졌다.
개인적으로 커널형 이어폰을 경험해본 회수가 너무 적어 객관적이지 않을지 모르겠지만, 여타 커널형 이어폰에 비해 공간감이 넓은 편이다. 그래서 보컬이 내 코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악기 배치 역시 귀를 기준으로 고음은 약간 위쪽, 저음은 약간 아래쪽에서 들린다. 그렇기에 꽉 막힌 소리라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사실 이것이 당연한 것이지만 이 정도도 못하는, 깡통 소리 나는 이어폰이 너무 많다.
전작에 비해 좋아진 것도, 그렇지 못한 것도 있다. 9850의 경우 케이블의 연성이 부족(즉, ‘딱딱해’)해 케이스에 말려 있는 것을 꺼내면 사용하기가 상당히 불편했다. 또한 완전히 펴지지 않은 케이블이 옷깃에 닿는 소리가 들리곤 했다. 이런 현상을 막아주는 액세서리가 바로 옷깃에 연결할 수 있는 케이블 클립이었다. 9750은 전작에 비해 케이블의 연성이 개선(적어도 말려있는 것이 많이 펴진다)되었지만, 클립의 존재가 필요 없을 정도는 아닌데, 케이블 클립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아쉽다.

사람이 백명이면 좋아하는 소리는 대략 수 백가지가 되지 않을까? 그렇지만 이 소리들 중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좋은 소리의 영역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영역에 들어와 있는 제품 중 필립스 SHE 9750도 분명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을 거다. 물론 관점은 사람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수십 만원 대의 하이엔드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에게는 가격대 성능비라는 측면일 것이고, 이런 오덕스런 지출은 힘들어도, 좋은 소리에 일정 수준 이상의 금액을 투자할 의향이 있는 사람 역시 좋은 평가를 할 것이기 때문이다. SHE 9750 정도라면 질러도 후회 없다. 특히 6만원 대라는 가격을 생각하면 더더욱 그러하다.


PS. 커넥터의 모습이 익숙한 분도 있을 듯. 그렇다. 아이팟 번들 이어폰의 그것과 비슷하다. 이는 일종의 예고편인지 모르겠다. 조만간 국내에도 출시될 SHN 6000 모델의 케이블 중간에는 아이팟의 재생과 볼륨, 곡 선택이 가능한 유선 컨트롤러가 붙어 있다. 물론 아이폰용으로 상당히 강력한 액세서리로서의 이어폰이 될 것 같다. 현재 아이팟 터치를 사용하고 있는 분들은 깊이 공감이 되실 듯.




by bikbloger | 2009/10/03 23:33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덧글(4)
트랙백 주소 : http://bikblog.egloos.com/tb/1954732
☞ 내 이글루에 이 글과 관련된 글 쓰기 (트랙백 보내기) [도움말]
Commented by 가즈랑 at 2009/10/04 00:08
그렇지 않아도 방금 Seeko에서 필립스의 리뷰들을 보고 있던 참인데, dna lens에 글이 올라와서 클릭했습니다. 9550을 사려고 했었는데...리뷰 잘 읽었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0/05 15:48
감사합니다.
Commented by 고양이 at 2009/10/05 11:34
리뷰 잘 읽어보았습니다.

이 제품 어디서 구입할수 있는지 알수는 있을까요?

어디에 검색해도 나오질 않고 블로그리뷰 밖에 없네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10/05 15:49
행사에서 얻은 물건인데... 아직 제품이 시장이 풀리기 전인가 봅니다. 여기저기 출시관련 기사는 올라온것 같은데... 며칠 내로 시장에 풀릴겁니다.

:         :

:

비공개 덧글

◀ 이전 페이지 다음 페이지 ▶



저주받은 2%의 감각에 대한 뼈저린 술회
by bikbloger 이글루스 피플 2006 이글루스 TOP 100 2007 이글루스 TOP 100
Calendar
메모장

English Translation!!

* 저작권에 대한 공지입니다.



모든 인디를 응원합니다.


'무선공유기의 공유'
Join the FON movement!
FON movement

* 2006년, 우리 모두 금연(今燃)!!
Who Links Here
덧글도우미


블로그 예절 캠페인


My blog is worth $114,037.08.
How much is your blog worth?

이글루 파인더
카테고리
전체
Early Editorial - 생각
I'm POMPU on U - 질러라
최고의 PDA, iPod touch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Neo Early - 잡다구리
Hungry Eyes - 영상
Mr. Motor Rising-자동차
Soul of AUDIBLE - 음악
Talk Mixer - 모바일,핸폰
PORSCHE 911-남자의 로망
이글루스는 싸이가 아니다
이전블로그
2009년 12월
2009년 11월
2009년 10월
more...
최근 등록된 덧글
너무 늦게 왔나요? 저도 요즘에 극..
by 유신성 at 19:24
방수 방진 다 되는군요~ 잘 보고 ..
by dennycrane at 11/24
방수기능은 없는 거 아닌가요? 제..
by dennycrane at 11/24
토목이나 건축 현장 기사들은 반길..
by 현장기사 at 11/23
애인대행.역할대행
by 여기클릭 at 11/21
레드 컬러 정말 마음에 드네요....
by Ray at 11/21
카시오가 나름의 마케팅 포인트를..
by FatherBr at 11/20
모양도 예쁘고 방수방진의 이너..
by 천하귀남 at 11/20
카시오야 방수 방진 휴대전화 쥐즈..
by 똥사내 at 11/20
이 정도면 하나의 패션 아이템 수..
by 냥이 at 11/20
최근 등록된 트랙백
돈내고 보는 극장광고, 해도해도..
by Come and Communicate,
[로드앤/토요타] 토요타 캠리와..
by 로드앤(Roadn.com)의 블로그
ABBYY FineReader 10 한글 OC..
by UbiSpace.net
데스크탑은 아직 죽지 않았다! 올인..
by PAVLO
너무나도 다른 스타일의 넷북 (HP..
by PAVLO
소니의 13.9mm 예술, VAIO X 현..
by 늑돌이네 디지털 동굴 라지온 lazi..
자연을 위한 절약, 친환경 치약 짜..
by 초로쿠왕자의 깨끗한 지구 만들기
다즈의 생각
by thedaz' me2DAY
13.9mm 풀 플랫 노트북, 소니 ..
by 소니, 스타일을 말하다
소니 파티샷(Sony Partyshot)!
by chanmin.net
라이프로그
블로거, 명박을 쏘다
블로거, 명박을 쏘다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공룡둘리에 대한 슬픈 오마주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갖고 싶은 게 너무나 많은 인생을 위하여

윤광준의 생활명품
윤광준의 생활명품

지식 e
지식 e

기자로 산다는 것
기자로 산다는 것

컬처 코드
컬처 코드

나는 아이디어 물건에 탐닉한다
나는 아이디어 물건에 탐닉한다

습지생태보고서
습지생태보고서

블로그 ON
블로그 ON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

편집 디자이너를 완성하는 인쇄 실무 가이드
편집 디자이너를 완성하는 인쇄 실무 가이드

iCon 스티브 잡스
iCon 스티브 잡스

rss

skin by zodiac47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