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죄송해야 하는가?
옛 속담에 ‘방귀 뀐 놈이 성낸다’는 말이 있습니다. 의미들이야 다들 아실테고… 그런데 이 속담과는 반대로, 살면서 미안하지 않아도 미안하다거나 죄송하다는 말을 해야 하는 경우가 있을까요? 오늘 골목길을 가다 어느 집 대문에 붙어 있는 한 문장 때문에 촉발된 생각입니다.
폰카의 구릿한 화질, 죄송합니다. 보이는 문구 위쪽에는 ‘알림’이란 단어, 아래 쪽에는 ‘큰길에 버려주시면 좋겠습니다(?)’라는 내용의 문구가 있습니다.

이 호소문(?)이 붙은 집의 위치가 조금 애매하긴 합니다. 작은 골목 3개가 만나는 지점이거든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저 집 대문 근처에 쓰레기를 버렸으면 저런 호소문을 붙였을 까란 생각과 함께, 당연히 버리지 말아야 할 곳에 쓰레기를 버린 사람에게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하는 것은 어떤 의미 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이 사진을 찍었던 순간에도 이 집 앞에는 어느 누가 버린 쓰레기 봉투가 놓여 있었습니다.

이 집이 있는 골목의 끝에는 어떤 분이 몰래 버린 쓰레기에 격분해, 쓰레기를 뒤져 개인정보가 적인 고지서 등을 대자보에 붙여(비와도 문제 없게 비닐까지 싸둔) 담벼락에 붙인 경우도 있었죠. 아마 제목이 ‘ㅅㅇㄹ양 보세요’ 였을 겁니다. 이 대자보 아래에는 언제나 아무것도 없이 깨끗합니다(최근에는 안 보이는 듯).

왜 사람들은 좋은 말로 이야기 하면 무시하고, 극단적인 수단을 사용해야 말을 듣는 걸까요? 서로 감정 상하지 않을 정도로 이야기 하고 그렇게 해주면 참 살기 좋은 사회가 될텐데 말이죠. 그리고… 미안해야 하는 사람은 그것을 모르고(혹은 알려 하지 않고), 미안하지 않아도 될 사람은 자살을 택하는 현재의 상황은 참으로 무섭고 서글픕니다.

PS. 미안/죄송, 그리고 고마움/감사에는 우주적 차이가 있습니다. ‘미안하다’와 ‘고맙다’는 손아래 사람이나 비슷한 사람에게 쓰는 표현, ‘죄송하다’와 ‘감사하다’는 손위 사람이나 높은 사람에게 사용하는 표현입니다. 별거 아닌 것 같아도 나이드신 분들 중에는 이거 따지시는 분들 은근히 많더군요.

: 제가 잘 못알고 있었나요? 해당 내용의 정확한 뜻을 잘 알고 계신다는 분들이 댓글을 열심히 달아 주셨으니 참조바라겠습니다. 중요한 것은 언제나 맞춤법이나 용례가 실제 생활에서도 그렇게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비근한 예로... 사원이 사장님께 보고를 하면서 김부장을 언급할때 "김부장의 지시입니다"라고 말하는게 맞습니다(분명 부장은 사장 아래 계급일테니). 하지만, 수 많은 김부장 중에는 이걸 싫어하는 경우가 많죠(경우에 따라서는 알고 있으면서 조차). 미안/죄송, 감사/고맙 역시 마찬가지일 겁니다. 여전히 1980년대의 인식으로 사시는 연세 많은 분들이 있으니까요. 맞고 틀리는 것은 분명히 있습니다만, 때로는 틀리는 것(물론 이 경우도 뭐가 맞는다는 것은 알고 있어야 겠죠)이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그것이 인생이고 세상살이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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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kbloger | 2009/07/27 08:31 | Early Editorial - 생각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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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어흥이 at 2009/07/27 09:10
고맙습니다..는 감사합니다.. 보다 격이 높은 표현입니다. 글쓰신것처럼 아랫사람한테 쓰는 격이 낮은말 절대 아닙니다.
Commented by NaughtyL at 2009/07/27 09:18
배우고 갑니다 라고 댓글달려다, 틀렸다는 덧글에 멈칫..

암튼 의도는 공감합니다.
Commented by   at 2009/07/27 09:18
추신 부분은 하루빨리 수정되었으면 좋겠네요. 많은분들이 잘못알게 될 수 있습니다.
Commented by 한글과 한문 at 2009/07/27 09:19
미안/죄송, 고마움/감사의 구분은,
한글은 미천하고, 한문은 고귀하다는 조선시대 사고일 뿐인 듯 합니다.
Commented by 이재연 at 2009/07/27 09:20
맞습니다. 남에게 어드바이스 할 때에 는 잘 알고 해얄 것같습니다. 감사합니다를 고맙습니다보다 격식있는 표현이라니 쯥쯥..
Commented by 독바우 at 2009/07/27 09:23
‘감사(感謝)하다’에서 감사가 일본식 한자어이기 때문에 ‘감사합니다’보다는 순화해서 순우리말에 가까운 ‘고맙습니다’로 표현하는 것이 옳은 표현이라고 보는게 맞겠습니다. 쓰임에 있어서는 미묘한 차이가 있어 둘 다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와 고맙습니다는 둘다 고마움을 나타내는 표현이지만 현재 통상적으로 쓰이고 있는용도는 '감사하다'는 업무적인 성격을 띤 또는 격식을 차리는 말투에 많이 쓰이고, '고맙다'는 친근한 비격식체 관계나 좀 더 부드러운 말투에 더 잘 어울리는 듯합니다.

저는 위아래 가리지 않고 "고맙습니다" 라는 표현을 씁니다. 감사합니다 라는 표현은 잘 사용안하게 되더군요. 뉴스에서도 아나운서들 요즘은 고맙습니다 라는 표현 많이 사용합니다.
Commented by   at 2009/07/27 09:24
순우리말이 경시되는듯한 이런 글이 다음메인에 떡하니 올라온다니..
Commented by 키쉘 at 2009/07/27 09:25
좋은 글 쓰시고 사족때문에.. ㅠ.ㅠ
Commented by 오호라 at 2009/07/27 09:29
감사는 한자이고 고맙다는 한글일뿐인데..미안과 죄송도 그렇고요... 글쓰실때 잘 알아보셨으면 좋았을텐데요..........
Commented by 도리도리 at 2009/07/27 09:37
'고맙습니다'란 말은 순우리말이라 할수있겠지만 '감사합니다'는 한자어이기도 하지만 '感謝します'의 직역인 표현이죠~ 그래서 왠만하면 고맙습니다라고 말하려하지만, 왠지 고맙습니다보다 감사합니다라고 하는게 더 격을 높이는 듯한 느낌이 들어, '감사합니다'가 더 입에 붙어버린 듯하네요..
근데 언제부터 자기집 앞에 쓰레기 못버리게해서 미안해해야하게된건지.. 집주인분이 대인배시네요~
Commented by 탐진강 at 2009/07/27 09:40
좋은 말씀입니다.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문화가 아쉽습니다.
Commented by 김솔 at 2009/07/27 10:39
굉장히 공감되네요, 저희집도 이런걸 당해봐서 그런가봐요
쓰레기 지정되지 않은 곳에 버리는거 지극히 불법인데, 알면서도 다들 저희집앞에 갖다 두세요, 그저 쓰레기차 눈에 잘 띈다는 이유만으로..

남녀노소 너나할 것 없이 말입니다

그래서 저희 부모님도 담벼락에 "쓰레기 두지 말 것" 이라고 붙어놨는데,
이제는 그냥 포기해 버리신 것 같습니다 ㅜ
Commented by yp at 2009/07/27 11:43
80년대까지는 '감사합니다'라는 표현은 윗사람에게 쓰는 격식있는 표현이었고, '고맙습니다'는 비슷한 또래나 아랫사람에게 사용하는 말로 쓰였습니다.(학교에서도 그렇게 가르쳤던 기억이..) 하지만, 그 이후 갑자기 윗분들이 '고맙습니다'가 옳고 '감사합니다'는 틀린(?) 또는 바람직하지 않은 표현이라고 우기는 바람에 TV 앵커들조차 '고맙습니다'로 통일했던 기억이 나는군요. 요즘 '자장면'과 비슷한 경우라고 할까요? 이제는 국어, 맞춤법, 표준말 조차 상명하복으로 하루 아침에 바뀌는 시절인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좋은엄니 at 2009/07/27 12:47
언젠가는...
굳이 좋은말로 하지 않더라도
그 전에 바뀔 수 있는 날이 오겠지요...^^
Commented by 미쉬까 at 2009/07/27 13:59
예전에 군복무 시절에 작전장교에게 "고맙습니다."라고 얘기했다가... 혼난 적 있습니다.
상사한테는 감사합니다라고 얘기해야 한다며, 기본도 모르는 새X라고..하면서 야단을 치더군요...
한글을 잘 아는건 아니지만,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고맙다고 하는데도... 상대가 화를 내니....참...
Commented by 우리말 at 2009/08/09 15:11
*손위(수상), 손아래(수하)라는 말은 우리말 표현이 아니라, 사실 일본식 표현입니다^^*

1. 잘못된 표현, “수하”를 아시나요? (한자를 엉뚱하게 해석하여 오용된 말1)

수하란 말을 들어보셨나요? 요즘엔 흔히 부하를 보고 수하라고 말하기도 하지요?
그런데, 이 말이 일제 시대를 거치며 엉뚱한 방향으로 사용되어 오늘날의 잘못된 표현의 하나인, ‘같은 항렬을 구분하는 의미’로서의 “손아래”라는 말로도 쓰여지고 있는 것을 아시나요?
요즘은 ‘손아래’라는 말을 두고 “순수 우리말식 표현”, “순수 우리 예절식 표현” 등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적지 않답니다.

광복 후 일본말 사전을 무작정 우리말로 베껴, 근거없는 어휘를 적지 않게 수록하고 있는 소위 “일본식 - 한글 사전”이 출판되기 시작하면서부터 ‘국립 국어원’에서조차 간혹 이러한 부분에 대해 혼동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합니다.

나아가서는 이러한 오해에서 비롯된 현시대의 언어가 어느새 무분별하게 널리 만연되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표준화법으로 잘못 권장되는 경우도 있으니, 매우 안타까운 일입니다.(엄밀히 말해 '수하'라는 말의 용례도 동아시아 권내에서 약간의 차이가 있지만, 여기서는 지면상 생략합니다)


2. “손위”라는 말은 과연 순수 우리식 표현일까요? (한자를 엉뚱하게 해석하여 오용된 말2)

위에서 말한 수하, 즉 ‘손아래’라는 말은 말 그대로 “손 수(手)”에 “아래 하(下)” 라는 글자를 씁니다.
이러다보니, ‘손아래’라는 표현이 있으면, ‘손위’라는 표현도 써야겠다는 기발한 발상에 의해 “손위”라는 표현도 생기게 되었습니다. 이를 한문으로 고쳐 표현하면 “수상”이라는 괴상한 표현이 되어 버립니다. 물론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이러한 류의 표현이 사용된 용례를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우리 전통 예법에는 당연히 어긋난다는 사실, 이제는 알아야겠지요?

참고로 우리 전통 예법(주로 인척관계 내 같은 항렬)에서 "굳이" 아래위를 나눌 때에 제일 먼저 우선시되는 것은 상대방의 신분계급(양반, 중인, 상민, 천민)이었고, 그 다음은 연령순이었습니다. 요즘은 신분 사회가 없어진 고로 굳이 구분하는 기준을 찾아보자면, 연령순에 의해 아래위를 구분하는 정도가 되겠지만, 전에 한번 업급드린대로 혼인으로 인해 발생한 사회적 관계 내에서 호칭이나 대우를 정할 때에는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상호존중”의 정신이 늘 우선시되었으므로 오늘날에도 상호존중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이 가장 바르다고 보여집니다.

결혼한 인척 관계에서 같은 항렬을 두고, 손아래(=手下), 손위(=手上)라는 이상한 기준으로 구분하는 법은 원래 우리 예절에는 없었다는 점을 바로 알아야 하겠습니다.
Commented by Atticus at 2009/08/10 14:37
가족간의 상하관계가 아닌, 회사등의 직급관계에서는 압존법을 쓰지 않는게 전통적인 한국식 화법입니다. (국립국어연구원 표준화법, 1992)
최근들어 은근히 압존법을 쓰도록 권장하는 분위기의 회사들이 꽤 있는 것 같은데 (심지어 신입사원 연수때 가르치는 회사도 있더군요) 일본식 화법을 한국식 높임법으로 오해하고 있는 것 뿐입니다. 사장님 앞에서도 부장님을 높이는게 원래 맞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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