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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믿고 있습니까?
Bikbloger는 ‘음악의 매체 결정론’을 믿는다. 이는 음악을 듣는 매체는 필연적으로 음악에 대한 태도를 변화시킨다는 의미. 생각해보자. 음악을 듣기 위한 시간과 정성에다 관리까지 필요한 LP, LP보다 관리가 쉬운 CD, 그리고 아예 ‘물리적 관리’라는 과정조차 생략된 음악파일. 이중 가장 가볍고 말초적인 것은 역시 음악파일이다. 파일이 가진 속성 – 삭제해도 다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그리고 온전히 ‘내 것’이 아니어도 들을 수 있는 – 이 우리를 더욱 그렇게 만드는 것인지 모른다. 이제 음악파일 일반화의 시대. 확실히 음악을 진지하게 듣는 사람은 현저히 줄었고, 음악은 PC를 이용한 작업이나 웹서핑의 배경에 깔리는 부수적인 것으로 전락해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음악이 가진 가치와 치유의 힘을 믿는 사람에게 엔지니어가 바치는 헌사적 의미의 스피커가 있으니 바로 Audioengine의 A2다. ![]() 격은 분명히 존재한다 많은 사람이 A2에 대해 이야기한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A2는 기존 PC용 스피커와는 다른 격(格)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주변의 PC용 스피커가 가진 클리셰 – 몇 겹의 막이 씌워진 듯 흐리멍텅하고 답답하며 앵앵거리는 소리 – 대신 저역에서의 퍼지지 않는 힘, 고역에서의 해상력과 소리를 펼쳐 보여주는 공간감이 탁월하다. 또한 이 격의 시작은 포장에서 시작된다. 사실 bikbloger는 제품의 포장 상태에 대해 별 관심이 없다. 그렇기에 패키지나 구성품 사진은 잘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A2는 다르다. ![]() PC용 스피커와는 다르다 책상 위에 꺼내 놓았다. 어느 정도 가격대를 가진 PC용 스피커들의 모양은 위로 길고, 앞과 뒤로는 짧은 것에 비해 A2는 위로는 짧고 앞뒤로 길다. 왠지 다른 소리를 들려줄 것 같은 느낌이다. 색상은 사진 속의 화이트와 함께 블랙이 있다. 놀란 것은 의외로 양쪽 모두 묵직하다는 점. 보통 PC 스피커들이 앰프와 입력단이 있는 쪽은 무겁고 반대쪽은 속이 비어있는 듯 가벼운 것과 다르다. 이런 속성 역시 다른 소리를 들려줄 것 같은 기대감을 증폭시킨다. ![]() ![]() 음악의 본질로 한 걸음더 서두에서도 이야기 했지만, 음악파일 난무의 시대에 음악의 본질을 이야기 하는 것은 우스운 일일지 모른다. 하지만 어느 시대에서나 본질은 사라지지 않았다. 2개의 스피커와 전원을 연결하고 처음 소리를 듣는 순간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작은 스피커에서 나오는 소리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기 때문이다. 또한 마음껏 볼륨을 높여도 소리가 찌그러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PC용 스피커와는 다르다. 분명 이런 충실함의 요소는 기본 중의 기본이지만, 이 마저 못하는 스피커가 많다는 상황이기에 호들갑을 떨 수 밖에 없는 것이다. 충실한 각 대역의 소리 고음 해상도가 궁금해 Keith Jarrett의 Koln Concert CD를 걸었다. 피아노의 고음은 깔끔하고 맑게 들리는 동시에 그 명징함이 인상적이다. 사실 명곡은 신호대 잡음비 50dB 언저리의 라디오로 들어도 감동이 있겠지만 시스템이 받쳐준다면 그 감동이 배가되는, 단순하지만 묵직한 진리를 다시 한번 일깨운다. 해상도가 뒷받침되어야 하는 피아노도 그렇지만, A2가 가진 저역은 크기를 잊게 만든다. A2와 같이 작은 스피커는 유닛 크기와 앰프 출력 때문에 댐핑이 약할 수밖에 없는 태생적 한계를 갖고 있다. 이는 드럼의 투베이스와 같은 복잡한 드러밍의 표현에 한계로 이어진다. 반면 A2의 저음의 표현은 그렇지 않았다. 재즈 드러머 Billy Cobham의 ‘Stratus’의 끊임없고 복잡한 드러밍을 놓치지 않고 잘 잡아낸다. 이 곡의 드러밍은 탐과 베이스, 심벌 등 드럼의 모든 파트 – 각 대역에 속해있는 소리 - 가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기에 PC용 스피커의 범주에서는 제대로 재생하기 쉽지 않은 곡이다. 물론 북쉘프형 이상의 큰 스피커처럼은 아니겠지만, 이 정도 크기에 A2 정도의 실력이면 불만을 가질 사람은 없어 보인다. 그것도 2웨이에서 라면 더더욱 그렇다. 어줍잖은 서브우퍼가 달려있는 PC용 스피커보다 훨씬 찰지고 단단한 저음을 들려준다. 보컬에 해당하는 중역대의 소리도 좋다. 한때 bikbloger의 정신적 연인이었던 Janis Joplin의 ‘Summer Time’을 들어보았다. 요즘처럼 더워지기 시작하는 날씨에서부터 한 여름까지 자주 듣는 곡이다. 그 이유는 황병기 선생의 ‘황전길’에서의 홍신자 선생의 귀기와는 또 다른 귀기가 간담을 서늘하게 해주기 때문이다(이런 연유로 말로씨 – Janis Joplin과 외모는 물론 창법도 비슷한 – 말로의 보컬도 좋아한다). 역시나 놀랍다. 시원하다 못해 냉랭하다. 조금 더 욕심을 내봤다. 베토벤 교향곡 9번 합창의 4악장. 목소리를 비롯해 대편성 오케스트라의 수 많은 악기가 한 번에 폭포처럼 쏟아져 나오는 곡이다. PC용 스피커로는 그럴싸한 소리 듣기가 매우 힘든 곡이다. 물론 A2 역시 이 곡에서는 힘들어 하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기존 PC용 스피커의 ‘못들어 주겠다’는 수준은 아니었다. 물론 그 앞에 들어본 음악으로 판단한다면 당연한 귀결이겠지만. ![]() 자. 이제부터 단점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 없듯, 리뷰해서 단점 안 나오는 제품 없다. A2는 뒷면에 전원 및 볼륨 노브가 있다는 것과 함께 전원이 켜졌음을 알려주는 표시가 없다는 것이 불편하다. 어떻게 보면 많은 PC용 스피커에서 이런 부분의 불만이 없기에 불만은 증폭된다. 또한 A2는 대부분의 음악을 좋은 소리로 들려주며 최근 디지털 녹음이나 오래전 아날로그 녹음을 가리는 까탈스러움도 없다. 반면 최근 녹음된 최신가요의 경우 저음이 벙벙대거나(장기하와 얼굴들의 ‘별일 없이 산다’ 앨범 전곡), 최신 댄스 음악에선 고음이 귀를 자극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물론 이 현상은 A2의 잘못이 2할, ‘돈 받고 파는 음악’을 함부로 만드는 제작자들의 잘못이 8할이다. 두번째 단점은 무지막지한 가격. A2의 현지 가격은 $199지만 환율 상승으로 국내 판매가는 33만원에 육박한다. 게다가 수입사는 현재 물량이 완전 판매되고 난 후 추가 수입 여부를 고민하고 있는 중이라고. 이 두 단점은 A2의 잘못은 아니다. 마인드 부재의 음악인들, 정부의 잘못된 환율정책 때문이니까. 배신하지 않을 스피커 잘난 MP3 파일씩이나 들으며 이런 고가의 PC용 스피커가 필요하냐 물어 볼 사람도 있겠다. 이런 물음에 bikbloger는, ‘후진 소스니 시스템이라도 좋아야 하지 않겠냐’고 답하겠다. 비록 192/320kps의 차이를 정확히 구분해 내는 Golden Ear가 아니어도 A2의 소리가 만드는 감동의 양과 질은 bikbloger는 물론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을 거란 생각이다. 그 동안 수 많은 PC용 스피커에게 당했던 사람이라면 이번이 마지막으로 속는 거라 믿어도 별 문제 없다. 음악에 대한 사랑, 그리고 사랑하는 것에 대해 부린 욕심이 이번에는 틀리지 않을 테니 말이다. PS 1. 만약 A2 지름 후 돈값 못하는 물건이라 생각 되신다면 리플 달아주시라. 상태에 따라 bikbloger가 고가로 매입하겠다. PS 2. A2에 내장 칩셋 대신 Onkyo SE90-PCI 사운드 카드를 물렸다. 소리는 이렇게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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