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Fiio E5]이어폰 음질 향상법
최근 고가의 이어폰과 헤드폰 사용자가 예전에 비해 크게 늘었다. 슈어 SLC 5처럼 PMP 한대 가격, 혹은 저렴한 PC 한대를 맞출만한 가격의 이어폰을 사용하는 사람을 가끔씩 보게 되니 말이다. 개인적으로 이 정도를 써야 만족할 수 있는 골든이어가 아니며 B&O A8, 오디오테크니카 ATH-CM7ti 정도면 ‘좋구나’ 할 수 있는 정도니 참으로 다행이다. 고가의 이어폰에 대해 쓰고 나니 대략 1980년대 중/후반에 출시된 AIWA의 HP-V99란 모델이 생각났다. 그 당시 가격이 확실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8~10만원 언저리의 물건이며, 당시 중고등학생의 회수권 한 장이 100원, 지하철은 200원 하던 시절이니 이 물건을 갖고 있던 친구들은 친구들의 선망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사진으로 보기에는 그다지 커보이지 않지만 착용하면 귀 아래쪽으로 한참이나 늘어질 정도로 거대한 물건이다. 노란색 ‘파이프’ 덕에 저음 괴물이라 불리며 케이블은 무산소 동선, 이제는 일반화되었지만 그 당시에는 보기 드물었던 14k 도금의 스테레오폰잭 등 화려한 스펙(항간에는 사진 속 노란색 파이프가 금이라는 이야기도 있었다. 물론 믿거나 말거나)으로 무장한 물건이다. 오래전 기억 속에서 이 물건의 소리는 저음의 자연스런 강조와 함께 넓은 공간감과 탁 트인 소리가 일품이었다. 그 당시 휴대용 플레이어라면 카세트테이프를 미디어로 사용하는 워크맨류가 전부였고, 테이프라는 미디어의 특성상 썩 좋은 소리가 나지 않았을 상황에서 이런 이어폰의 존재했다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좋은 소리에 대한 욕구는 끊이지 않는다는 반증이다.
최근 본 블로거의 손에 들어온 물건으로 관련 커뮤니티 여럿에서 회자되고 있는 휴대폰 앰프인 Fiio E5다. 리튬이온 배터리를 사용해 휴대성 향상과 함께 USB를 이용한 충전방식의 편리함을 채택한 이 제품은 휴대용 플레이어와 이어폰 사이에 물리면 좋은 소리를 들려준다는 이어폰/헤드폰 앰프다. 모 리뷰사이트에는 ‘저가 제품의 소리는 중급, 중급의 그것은 고급으로 바꿔주는’ 물건이라 했지만 사실 그 정도의 성능은 아니다. 국내산 스포츠쿱을 300마력 이상으로 튜닝해도 포르쉐를 이기지 못하는 이유(출력이 모든 걸 좌우하는 드래그 말고, 다양한 상황에서의 이야기)와 같다.

이런 류의 물건의 효과에 대해 믿지 않는 분들도 있겠지만… 작동원리는 나름 일리가 있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MP3 플레이어는 크게 두 가지 문제를 안고 있다. 일단 최근 MP3 플레이어들은 3.7v의 작동 전압을 가지고 소프트웨어 디코딩(MP3 파일을 소리로 바꿔주는 과정)과 증폭의 기본적인 과정은 물론, EQ와 LCD 액정까지 작동시켜야 하며 사용자의 욕구 – 오래가는 배터리 성능 – 까지 만족 시켜야 한다. 노트북도 그렇지만 LCD 액정은 꽤나 전력 소비가 많은 물건이다. 이런 상황은 자동차 발전기에서 생성된 전기가 엔진 속 혼합기에 불꽃을 튕기는 역할보다 오디오, 내비게이션, 하이패스 단말기에 상당 부분을 빼앗기는 현상과 비슷하다.
실제로 2001년도에 출시된 인켈 오디오카드는 4.2v의 작동전압 + 하드웨어 디코딩(별도의 디코더 탑재)에 엄지 손톱만한 흑백 LCD 액정을 갖고 있다. 즉 본래의 가장 중요한 기능에 힘을 실을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는 거다. 실제로 최신의 3.7v 작동전압 제품과 오래된 오디오카드로 같은 음악을 들었을 때의 차이는 분명하다. 가장 많은 차이는 베이스 파트로 특히 ‘슬랩 연주’의 경우 ‘둥둥’이 아니라 ‘뚱뚱’ 혹은 ‘뜅뜅’ 정도로 표현할 수 있을 만큼 차이가 난다. 물론 현재와 그 당시 음튜닝의 유행 자체가 다르지만, 기본적인 소리를 비교하자면 그렇다는 이야기.

또 하나의 문제는 휴대용 플레이어들이 이어폰을 통해 소리를 내보내는 출력단의 퀄리티는 썩 높지 못하다(물론 단가 문제 때문)는 것. 이 헤드폰 앰프는 더 높은 작동 전압과 나름대로 신경 쓴(그랬다고 믿고 싶다) 별도의 출력단을 통해 소리를 내보내기에 항상 듣던 음악이 귀가 느낄 정도로 소리가 바뀌는 효과가 있다.
그래. 어디서 많이 봤다 싶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이다. Fiio E5의 디자인은 아이팟 셔플 디자인을 차용했다. 위에서 언급한 모 커뮤니티 사이트의 회원들 중에는 차용이나 표절이 아니라 주장하는 사람도 있는데, 이것이 그런 경우가 아니라면 대체 무엇이 차용과 표절인지 모르겠다. 특히 옷깃이나 가방 등에 쉽게 고정시킬 수 있는 유용한 클립의 경우, 그 형상까지 똑같다. 또한 흰색 플라스틱 부분에 해당하는 조작버튼 들의 퀄리티는 중국산 저가형 제품의 그것을 답습하기에 아쉽다. 하지만 다행히 성능까지 막장은 아니다.
위쪽에는 이어폰을 꽂게되어 있고, 볼륨조절과 전원, EQ(플랫/베이스) 스위치가 있다. 아이팟 셔플처럼 클립이 있어 옷깃이나 가방에 쉽게 고정할 수 있다. 다만, 이어폰잭의 굵기에 따라 볼륨버튼을 누를때 약간의 간섭을 받게되는 경우가 있다. 이 부분은 분명한 수정 필요사항.
아래 부분에는 충전을 위한 USB 포트와 소스 기기 입력단이 있다. 아주 잘 보이는 위치에 떡하니 자리잡고 있는 고정용 나사의 압뷁. 그리고 아이팟 셔플 디자인을 도용했다는, 빼도 박도 못할 결정적 증거의 디자인.
연결은 위 사진처럼 하면 된다. 아래쪽에는 USB 충전 포트와 인풋(플레이어와 연결), 위는 아웃풋(이어폰과 연결)과 볼륨, 전원, EQ(플랫/부스트) 버튼이 붙어 있다. 일단 정격 출력은 150mw(16옴), 16mw(300옴)으로 꽤 높은 임피던스의 고가형 제품까지 커버할 수 있다(하지만 300옴의 임피던스를 가진 하이엔드 리시버를 사용자 중 소리가 만족스럽지 않은 사람은 얼마나 될지 궁금하다). 신호대 잡음비는 95dB(A weight), 왜율은 0.009% 이하, 주파수 응답은 10Hz~100kHz다. 물론 본 블로거에게 관련 측정 장비가 없기에 이 스펙이 진실인지는 알 수 없다. 또한 소리와 음질은 매우 주관적이기 때문에 본 블로거의 평가가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 아님을 먼저 밝힌다.

E5를 거친 소리들은 각 이어폰이 가진 특성을 유지하는 것으로 판단해 보면 특정 대역의 음이 아닌 전 대역의 음에 영향을 미친다. 저음의 경우 흔히 ‘단단함’이라 표현하는 부분이 증가한다(물론 인켈 오디오카드로 듣는 슬랩 베이스 사운드까지는 아니다). 고음은 약간 더 맑게 뽑아주고, 중음의 밀도감이 증가한다. 가장 큰 변화는 공간감과 음의 확산감이다.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의 ‘Eye in the Sky’를 들어보면, 바로 코앞에서 들리던 보컬은 살짝 눈높이 정도로, 좌우의 음공간은 각 방향으로 넓어진다.



테스트를 하면서 가장 감동적이었던 음악은 마이클 잭슨의 데인저러스 앨범의 ‘Black or White’. 처음 시작하는 아들과 아버지(라고 생각되는)의 대화와 문을 두드리는 소리 등 사운드이펙트의 명료도에 취하다 보면, 잠시 후 본 음악에서의 두껍지만 디테일 살아있는 중역대의 튼실함이 귀를 휘감는다.




댄스음악의 펀치감이나 클리어함은 저역과 고역도 중요하지만 양쪽을 뒷받침 하는 중역의 튼실함이 필수다. 흔히 우리가 어택이라 하는 소리들이 가장 많이 포함되어 있는 주파수 대역이 바로 이 중역이기에 좋은 중역대의 소리는 각 소스들의 어택 성분을 명확하게 만들어 깨끗하고 선명하며 힘있는 소리로 느끼게 한다.



또한 소리 좋기로 유명한 Fourplay의 음악에서는 밀도 있는 중역의 소리들이 압권이었다. 물론 모든 음악이 이런 소리였던 것은 아니다. 신기하게도 과거의 음악을 들었을 때 소리가 더 좋아졌고, 최근 댄스음악(다양한 디지털적 기기의 효과들이 가해진)들의 경우는 음 자체가 심하게 왜곡되는 현상이 자주 발생했다.




결론적으로 이 제품은 지를 만한 물건이다. 음질을 획기적으로 개선시켜 주지는 않지만, 기존 보다는 좋은 소리로 즐길 수 있게 해주며 가격 역시 수긍이 가는 수준이다. 물론 제한과 제약 사항은 있다. 음악을 위해서라기 보다 소리가 나는 것에 감사해야 하는 수준의 헤드폰이나 이어폰과의 조합은 비추. 그리고 음질 부분에서 언급했듯, 모든 음악에서 좋은 소리를 들려주는 물건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 녹음된 앨범(EQ나 컴프레서등 다양한 이펙터 효과가 지나치게 걸려있는)을 들을 때는 짜쯩을 유발 시키는 경우가 있다. 사실 이 부분은 이 물건의 잘못이 아닌 음반 제작자와 엔지니어의 마인드와 실력 문제다.



by bikbloger | 2009/02/07 13:34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덧글(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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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asteray at 2009/02/07 15:51
오 가격만 괜찮으면 탐나는군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 )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02/07 16:07
4만원에서 조금 빠지는 가격입니다.
Commented by Clockoon at 2009/02/07 16:02
들어보지는 않았지만, '특정 대역의 음이 아닌 전 대역의 음에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에서 유추해 봤을 때 단순히 볼륨이 올라가서 생기는 현상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의 귀가 참 간사해서, 동일한 소스에서 볼륨만 올려주면 저음이 '단단해지고', 중음이 '밀도있어지고', 고음이 '맑아진다'고 느껴집니다. 굳이 앰프를 달 필요 없이, 볼륨을 몇 레벨만 더 올려주면 동일한 효과를 느낄 수 있는 것이죠.

특히 미니기기에 있어서는 앰프의 역할이 임피던스 확보 이상으로 큰 의미는 없는지라.. 그나마 요즘은 다들 기계적 완성도가 높아져서 웬만한 리시버는 다 돌려 줍니다.

그리고 댄스음악의 음 왜곡은 앰프의 유무와 상관없이 발생한 것인가요? 만약 앰프를 연결했을 때만 발생하는 현상이라면 당연히 앰프의 문제일 것인데...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02/07 16:45
높은 볼륨에서의 심리청각적 현상이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만, 이 물건 연결하면 소리 자체의 질이 바뀝니다. 이 바뀐 질이 공간감 향상에도 영향을 미치구요. 분명히 볼륨 몇 레벨 올려준것과는 다른 느낌입니다.

그리고 댄스음악에서의 왜곡 문제는 저도 궁금하네요.
Commented by 로리 at 2009/02/07 18:03
최근 모든 미니기기의 출력단의 성능은 문제가 전혀 없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02/09 17:01
링크에 있는 결과는 코원 S9과 애플 터치 2세대네요. 그 외의 기기들(특히 저가형 제품과 중국회사의 제품)에는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 맞지 않을까 싶습니다만.
Commented by 로리 at 2009/02/09 17:23
저런 테스트에서 셔플 1세대가 가장 좋은 결과가 나온 것도 있었습니다... ^^;; 최근 나오는 모바일 기기용 코덱들은 워낙에 그 품질이 좋아져서 이제와서 이 정과 같은 음질 문제는 별 없지 않을까 합니다.
Commented by stargazer at 2009/02/07 21:11
문제가 없다... 라는 것도 사실 기준에 따라 달라지는 것 아닐까요.
Commented by 로리 at 2009/02/07 21:16
http://pds1.egloos.com/pds/200812/26/91/a0014291_4954ec962fca3.png

기준의 문제가 아니라 최근 제품들은 아주 평탄하게 나옵니다. 부하를 나름 줘도 잘 나오고요.
Commented by 디노 at 2009/02/08 01:45
오디오 카드 정말 오랜만에 보네요;; :D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02/09 17:01
명기죠. 다른 플레이어보다 아끼는 물건이라죠.
Commented by Mnemea at 2009/02/08 08:10
칠센티를 쓰시즌군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02/09 17:02
A8, 888, 울트라손, MX400 등등 손에 닥치는 대로 씁니다 ^^;
Commented by 흑곰 at 2009/02/09 13:00
인켈오디오카드 (+_+)b 저거 최고라던데;;;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9/02/09 17:03
정말 충격적인 데뷔를 했던 물건이죠. 음튜닝 스타일 자체가 좀 오래되어서 그렇지, 내주는 소리로 따지면 지금 있는 물건들 중에 저거 따라갈 물건 많지 않을듯.
Commented by 흑곰 at 2009/02/09 17:03
아는형이 저걸 사시고 "오늘 대박물품을 구해버렸구나 TㅅT 아 감동!!" 을 외치셨(...)
Commented by persona at 2009/07/04 18:23
딱히 틀리게 아시는 것도 없고, 의견도 장난아니게 조심스럽게 말씀하시는거 같은데.
그래도 꼭 시비거는 분이 계시군요ㅋㅋㅋ
최근에 기기를 바꾸면서 출력이 마음에 안들었는데 좋은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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