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날로그 감성은 관점과 태도의 문제
며칠 전 올라온 국외 뉴스인데… 저는 오늘에야 봤습니다. 삼성테크윈에서 새로운 콤팩트 디카를 출시하는군요. NV시리즈의 일족인 VLUU NV9(수출명 TL9)입니다. 아직 국내 보도자료는 풀리지 않았고, 국외 언론 뉴스를 번역해 뉴스로 제공하는 사이트에서 관련 정보를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삼성케녹스 VLUU를 VLUU답게 하는 것은 검은색 바디와 경통을 둘러싼 푸른색 링이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비유하자면, 라이카의 빨간색 로고 같은 것이겠죠.
아쉽게도 NV9(TL9)은 푸른색의 링을 붙일 경통이 없는 이너줌 방식의 렌즈입니다. 이 제품은 광학 5배줌에 화소는 1천만, 2.7인치 LCD를 후면에 탑재했습니다. 여기에 광학 및 디지털 듀얼 손떨림 보정과 최근 제품답게 얼굴인식, 스마일샷 등 최신 유행 기능이 그득그득 들어 있습니다. 여기까지 이렇다 할 특이점은 없습니다만, 문제는… 바로 이것입니다.
이 눈금과 바늘의 정체는 배터리와 메모리 카드의 잔량을 알려주는 게이지입니다. 이걸 신선하다고 해야 할까요? 아니면 ‘뭥미?’라고 해야 할까요? 저는 ‘뭥미’에 한 표입니다. 디지털은 0과 1이고 아날로그는 연속적인 흐름이니, 이런 아날로그 게이지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 훨씬 정보량이 많아지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뭔가 어색합니다. 다 이유가 있습니다. 디지-로그 분야의 그루 제품인 엡손의 R-D1을 보면,
예. 영락없는 필름 카메라의 프로포션입니다. 실제 R-D1의 프로세싱은 디지털이지만 사진을 찍은 뒤 필름감개를 한번 감아줘야 다음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것을 비롯해 상당부분이 아날로그스럽습니다. 디지털카메라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분명 불편할 설정이지만, ‘그 시절 그 느낌’을 그리워하는 사람에게는 향수를 자극하는 설정일 것입니다. 혹은 어제까지 필름카메라를 쓰다 오늘 R-D1을 쓰는 사람(조금 극단적인 경우겠지만)에게는 전혀 이질감이 없겠지요. 이렇게 엡손 RD-1은 작은 부분 하나까지 아날로그의 감성을 갖추기 위해 노력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그리고 이 모든 재현의 노력이 방점처럼 찍힌 것이 RD-1 상단부의 아날로그 게이지입니다. 이 게이지는 그 시절의 향수를 자극하는 모든 장치 사이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는 것입니다. 사용자가 편한 물건이 좋은 물건인 것은 맞습니다만, 이런 고집스러운 물건도 못지않게 좋은 물건이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NV9(TL9) 상단의 게이지는 마치 부비부비 클럽에 잘못 들어온 온 1988년의 운동권 학생이거나, 현 정부의 ‘고소영 라인’ 국회의원님들 사이에 (당당히) 서계시는 강달프 의원님 같기만 합니다.
네. NV의 스마트 터치. 이 UI 상당히 쓸만 – 물론 적응 안되면 헛갈립니다만 - 했습니다. 여전히 최신형 NV시리즈에도 탑재되고 있습니다만, 이 UI의 포스에 필적할 수 있는 아이템은 이제 없는 건가요?

아. NV9 국내 출시시 저 게이지 놓고 아날로그 감성 운운하는 보도자료 살포는 자제해 주세요. 아날로그 감성이란 하나의 ‘요소’로 획득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에 대한 ‘관점과 태도’의 문제니까요.



by bikbloger | 2008/07/23 08:28 | Early Editorial - 생각 | 트랙백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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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로리 at 2008/07/23 08:43
글쎄요... 슬림형 카메라에서 충분히 아날로그 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는데 말입니다. 파나소닉과 라이카로 나온 기종과 비교하면요. RD-1같은 경우에는 아주 특별한 초 극악 매니아 상품이니 보급기와 비교하는 것 자체가 좀 -_-; 가격차이만해도.....

그리고 솔직히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그저 데이터의 처리일 뿐이죠. 저렇게 밖으로 보이는 정보창이나 모습은 레트로 디자인일 뿐이죠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7/23 08:51
제가 이야기한 것은 관점과 태도가 문제라는 것이었는데.. 예가 너무 부적절했나요?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차이는 데이터 처리인 것은 맞습니다만, 그에 따라 수반되는 여러가지 것들은 사람들에게 다른 사용법과 감성을 주지 않나 싶습니다.
Commented by 곰부릭 at 2008/07/23 09:01
감성이고 디자인이고 구조고 다 떠나서 불편해 보인다에 한표;;
이거 뭐 자동차 기름 게이지도 아니고...;;
Commented by 로리 at 2008/07/23 09:09
LCD창 안에 표시도 될테니 그냥 재미로 보는 느낌이라고 보면 될껍니다 ^^
Commented by 곰부릭 at 2008/07/23 09:36
당연히^^;; 디지털 적으로도 표시는 해줄테지만
제 이야기는 뱀발이 왜 저기가서 달라붙었나;; 라는것;;
Commented by 이상욱 at 2008/07/23 09:02
여러보로 공감이 가는내용입니다. 몇몇 요소를 대충 끼워넣었다고 해서 감성적 요소가 충족되지는 않습니다. rd-1과 잘 비교해주셨는데, rd-1과는 접근하는 마인드 자체가 격이 다르다고봅니다. 보여주신 기기의 게이지는 어색하다 못해 경박스러워 보이기까지 합니다.

젊은 총각이 할머니 고쟁이를 입은 모양이군요 : )
잘, 봤습니다.
Commented by 이상욱 at 2008/07/23 09:05
그나 저나, 삼성에서 아날로그 감성 운운하며 마케팅을 하는 모양입니다?
이전에 815광고에서 경통을 흉물스럽게 길게뽑아 그것을 강조한 광고를 보고는 경악했었습니다만, 몇해가 흘러도 여전히 카메라라는 자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보여 안타깝기만 합니다. 그져 팔아먹는 제품이라는 생각으로만 접근하는데.. 이게 뭡니까 이제 발전이 좀 있어야지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7/24 10:03
하핫. 젋은 총각이 할머니 고쟁이라니... 아직 저 물건은 마케팅을 시작하지 않았습니다만... 아마 시작하면 거의 정해진 수순인지라... 그리고 815광고 정말 흉물스러웠습니다. DSLR 혹은 하이엔드급 카메라를 쓰는 사용자들이 경통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고 말이죠.
Commented by 울트라 at 2008/07/23 09:08
식을 줄 모르는 레트로의 열기와, 너무 급속하게 발달하는 디지털 기술에 지쳐서 오히려 아날로그 감성을 운운하는 시대적인 흐름에 뒤늦게 편승해보려다가 한 발 끄트머리 겨우 걸쳐놓고 아둥바둥 쫒아가는 꼴 같군요...... .
언제나 2% 아쉬움이 남는 삼성의 감각이란 참으로...... .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7/24 10:04
동감입니다. 뭔가 열심히는 하는것 같은데... 잘하지는 못해요.
Commented by -A2- at 2008/07/23 09:45
윗부분 디자인을 보니 모두 동그라미 처리 하려고 한게 아닌가 싶네요;
지금까지의 VLUU에 쌓은 이미지를 무너뜨릴것 같은데요.
아날로그 게이지를 떠나서 최근 매장에서 본 신제품들에 비해 디자인이 너무 떨어지네요.
소니 샤이버샷 T-2랑 비교해도 디자인이 영~ ㅡㅡ;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7/24 10:05
음. 동그란 처리라... 듣고 보니 그럴수도 있겠군요. VLUU가 나름대로 평가가 좋은데... 초기 아이덴티티인 블랙+푸른링을 버리고 다른 색상의 물건들이 하나둘 나오는것 같아 영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류시 at 2008/07/23 12:57
다른 걸 다 떠나서 '너는 누구냐!'라는 느낌의 디자인이네요. -A2-님의 말씀대로 이전까지의 VLUU와는 다른 그저그런 디자인이라서 웬지 아쉽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7/24 10:05
동감입니다.
Commented by 에린 at 2008/07/23 15:31
그래두 나름 재밌네요
신선한 시도 인듯..

배터리야 원래 아날로그니까 저렇게 표현하는게
더 효과적이긴 할텐데...

메모리까지는 쩜. ^^;;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7/24 10:08
그렇죠. 사용자들이 배터리에 대해 궁금한 것은 '얼마나 남았나'는 정성적인 것이고, 메모리의 경우 '몇장을 더 찍을 수 있냐'는 정량적인 것입니다. 이런 면을 잘 간파하고 있는 RD-1은 게이지를 그렇게 만들었죠(원을 둘러싼 숫자가 찍을 수 있는 장수, 가장 아래쪽 게이지가 배터리 용량). 특히 10장에서 부터는 한장 단위로 표시해주는 센스. 이것은 사진을 많이 찍는 사람이 아니라면 왜 필요한지 알수 없는 부분이죠. 어차피 급이 다른 물건이긴 합니다만, VLUU에 들어있는 게이지는 좀 그렇습니다.
Commented by 게몽 at 2008/07/24 16:52
삼성의 마케팅은 빛좋은 개살구인 경우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햅틱"폰도 그렇고요. 뭔가 해보려고 애는 쓰는 것 같은데, 힘이 참 모자란다는 느낌을 많이 받습니다.
Commented by 나그네 at 2008/10/20 06:26
우연히 지나다가 시간지난 댓글하나 달아보아요 ^^
제가 이해하기로는,
디카에 전원이 들어와야만 알 수 있던 배터리 및 메모리 잔량을 게이지로 나타내주어, 전원을 끈 상태에서도 해당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기능이 아닐까 하네요. (효용성은 그닥 없어보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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