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키보드 아닌 키보드, HHK 프로2
위 사진 속의 키보드를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즉, HHK 라이트2를 사용하다 프로2로 업그레이드를 한 것입니다. 그런데 이거 '업그레이드'라는 표현이 다소 어불성설입니다. 급이 다른 물건이기 때문입니다. 같은 HHK 라인(?)이지만 4배 가까운 가격 차이도 그렇지만, 키감은 그 이상의 차이가 납니다. 뭐. HHK 프로2에 사용된 방식이 뭔지를 장황하게 설명하기 보다는 어떤 부분이 HHK 라이트2와 달라졌는지를 언급하는 것이 더 좋지 않을 까란 생각을 해봅니다. 바로 이것이 뽐뿌의 지름길이자 올바른 리뷰의 길이라 생각합니다. 시작하겠습니다.

1. 궁극의 키감
저도 그렇지만 리뷰를 쓰는 분들이 ‘자주 남발'하는 용어 중 '궁극'과 '발군'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궁극이란 어떤 경지의 정점에 다다른 상태를 의미하고, 발군은 다른 것들 보다 뛰어남을 의미합니다. HHK 프로2의 키감은 "궁극의 발군"이란 표현이 전혀 민망하거나 부끄럽지 않을 정도군요. 리얼포스, 마제스터치의 키를 사용한 다른 키보드도 눌러본 적이 있습니다만, 개인적으로는 HHK 프로2의 키감에 두 엄지손가락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물론 키감이라는 것은 음향기기가 들려주는 음질과도 같아, 개인의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리는 것이긴 합니다만, HHK 프로2, 리얼포스, 마제스터치는 키보드의 하이엔드라 할 수 있겠습니다.
빈약한 언어로 HHK 프로2의 키감을 설명하자면 도각도각, 사각사각한 느낌인 동시에 피드백이 확실한 스타일입니다. 이 피드백의 느낌을 ‘쫀득하다’고 평가하시는 분도 있습니다. 피드백이 확실하기에 어떤 키를 입력하고 있다는 것이 정확히 전달되고, 그 덕분에 타이핑이 재미있어 집니다. 사실 피드백이라는 측면에서는 HHK 라이트2도 나쁘지는 않았습니다만, 프로2는 분명히 몇 수위군요.

2. 분리되는 케이블
일반적인 키보드처럼 HHK 프로2 역시 PC와 USB로 연결됩니다. 그리고 이 케이블이 분리됩니다(물론 라이트2는 안됩니다). 간혹 공인인증서를 필요로 하는 사이트의 경우 키보드가 먹통이 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 PC에 직결된 케이블을 뽑아야 합니다. 이런 상황에서 키보드에서 바로 쑥 뽑아주면 되기 때문에 매우 편합니다.
또한 이 케이블은 표준형 USB 케이블(B타입)이므로 다른 기기를 충전할 때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만 라이트2와 마찬가지로 USB 포트가 2개 있는데 두 개 모두 100mA의 허용입력인지라 USB 메모리 중에서도 사용하지 못하는 제품이 있다는 것은 단점 아닌 단점입니다.

3. 커서 이동키의 부재
외형적으로 가장 큰 특징이자 가장 아쉬운 점이 이것입니다. HHK 프로2에서는 커서를 이동하기 위해서는 FN키를 눌러준 상태에서 [ ; ‘ / 의 키를 눌러야 합니다. 아직 연결한지 몇 시간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렇다 저렇다 평가할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만(익숙해지면 상관없을 테니까요), 라이트 2와 비슷한 프로포션의 제품에서 이런 상황이니, 완전히 적응했던 HHK 라이트2에서 이쪽에 적응에 다소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방금 전에도 커서 이동키가 있던 자리로 손이 한번 갔다 왔습니다).

이렇게 불편한 이유는 이 제품의 콘셉트 때문입니다. 분명히 일반적인 사용자를 위한 제품은 아니고, 키보드를 많이 사용하는 프로그래머들을 위한 키보드입니다. 대부분의 프로그래머는 커서키를 쓸 일이 그다지 많지 않고, 더불어 Caps Lock도 많이 사용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이런 측면으로 본다면 제가 좋아하는, 용도에 충실하고 부합되는 측면을 갖고 있습니다.

4. 미묘하게 다른 키배열
HHK 라이트2 키의 가장 하단 배열은 좌측에서부터 순서대로 FN, ALT, ◇, 스페이스 바, ◇, ALT입니다. 프로2는 여기서 가장 왼쪽의 FN 하나가 없습니다. 물론 딥 스위치 설정을 통해 왼쪽의 ALT나 ◇을 FN으로 설정할 수 있기에 큰 문제는 없습니다만, 저처럼 한글 프로그램에서 ALT+S(저장) 단축키를 사용하는 분들에게는 많이 불편할 수도 있겠습니다.
왼쪽에 FN이 없는 대신, ◇ 키의 크기가 커졌습니다. 다만 바로 손이 닿는 위치가 아닙니다. 이 부분에 기존 라이트2 사용자의 위화감이 있습니다만, 익숙해지는 수 밖에는 없겠습니다. 다른 키의 배열은 서로 동일하기에 별 문제가 없습니다만, shift+end(워드에서 특정 문단을 선택하는 경우)와 같은 경우는 잠시 생각을 하고 키를 눌러야 한다는 것이 여전히 불편합니다.

5. 각인으로 구별되는 특징
맥의 경우 키보드에서 볼륨조정, 뮤트, CD 추출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데, HHK 프로2의 경우 뒷면의 dip 스위치를 조정해 맥전용으로 바꿔주면 이 기능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각인(키보드에 인쇄된 글자)에 차이가 있습니다. 일반적으로 블랙 키보드를 보면 글자가 흰색으로 각인되어 있습니다. HHK 라이트2도 마찬가지인데 HHK 프로2 블랙의 각인은 검은색입니다. 그래서 어두운 곳에서는 키의 하단부에 새겨진 글자가 잘 안보입니다. 그리고 국내에 출시된 HHK 라이트2에는 영문과 국문이 각인되어 있는데 HHK 프로2의 키에는 영문만 각인되어 있습니다. 독수리 타법의 분들께는 좀 힘들 수 있겠습니다만 이 제품의 타겟 자체가 프로그래머니(그러니 키에 아무것도 없는 무각인 버전도 있는 거겠죠), 이 부분을 욕할 수는 없겠습니다.
두 모델의 차이점은 이 정도가 될 것 같습니다. 커서 이동키가 없다는 것이 지금 당장은 적응이 안됩니다만 이런 불편을 감수하고서라도 쓰고 싶은 키감을 갖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미 사용 중이신 많은 분들의 의견대로 타이핑이 즐거워졌습니다. 확실한 응답력 때문에 키보드가 아닌 키보드(악기)의 건반을 두드리는 느낌입니다. 아마 그래서 이름도 Happy hacking 이겠지요.

키보드를 많이 쓰시는 분께 이 물건의 지름을 권합니다.

PS. 일정 기간을 더 사용해보고 다시 리뷰를 올리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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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ikbloger | 2008/05/21 10:18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핑백(1) | 덧글(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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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 5월 21일 올린, [리뷰] 키보드 아닌 키보드, HHK PRO2의 두 번째 리뷰. 오늘로서 이 키보드를 사용한지 한 달이 지났다. 지난 리뷰에서 단점으로 꼽았던 것은 다음과 같다. - 허용입력 100mA가 최대 ... more

Commented by 바스티스 at 2008/05/21 10:30
유닉스 환경에서 vi를 쓰는 소프트 엔지니어를 위해 태어난 물건이 아닌가 싶을 정도군요. 그 사람들이 자기네는 홈~엔드 종류나 방향키나 심지어는 컨트롤 따위도 필요없다고 하면서 "있는데 왜 안쓰고 굳이 저렇게 하지?"했는데, 극대화라는게 이런 방향으로도 가능하군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1 10:45
맞습니다. 용도가 분명한 물건이기에, 그 용도에서 벗어난 사람들은 불편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이런 불편함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용하고 싶게 만드는 매력있는 물건이죠.
Commented by 부엉 at 2008/05/21 10:53
실지로 1년 넘게 Pro2를 사용중입니다.
주 에디팅 환경이 vim이라서..
오히려 작업속도가 빨라진 감도 있구요..
키감 하나는...흑흑흑;;;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0
아. 그렇군요. 저는 주 환경이 워드랍니다. 계속 키보딩을 하고 싶게 만드는 키감, 키감 자체가 즐거움이군요. 이 키보드는...
Commented by 룰루랄라 at 2008/05/21 11:39
개인적으로는 풀 키보드 형태로 나온다면 사고 싶습니다만...아직은 구입을 고려하기 힘들군요. 좋은 키감은 바라마지 않지만 그래도 이건 좀...^_^'''
역시 사람을 타는 형태의 키보드인 것 같군요. 흠.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1
풀키보드에 비해 책상공간을 훨씬 넓게 쓸 수 있다는 장점이 있죠. 그리고 리얼포스 정도는 되어야 하이엔드급 키감이니...
Commented by ozzyz at 2008/05/21 11:47
매일 가방에 넣어 가지고 다니면서 회사와 집 모두에서 사용 중입니다.

정말 다른 걸 못 쓰겠어요. 이거 없으면 글이 안 써져요. 완전 망했음.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2
오옷. 그 훌륭한 글들은 이 HHK에서 나온 것이군요. 저도 이 키보드를 쓰면 멋진 글을 쓸 수 있을까나요?
Commented by akudoku at 2008/05/21 11:48
이런, 제가 취업하면 리뷰할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되었으니 취업은 안해도 되겠군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2
핫. 그게 그렇게 되나요? ㅎㅎ
Commented by 천하귀남 at 2008/05/21 11:55
방향키가 없으면 유닉스 계열은 몰라도 윈도우 계열은 프로그래밍 하기가 좀 불편하겠네요. 여기에 제경우의 프로그래밍에서는 다른 유틸리티를 동원하다보면 방향키 의존이 심한데 없다면 좀 애매 합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2
그렇다고들 하네요. 역시 유닉스 계열의 프로그래머를 위한 키보드...
Commented by 환수 at 2008/05/21 11:58
풀 사이즈에 같은 키감을 원하신다면 리얼포스 같은 걸 쓰시면 됩니다. 이거나 그거나 가격의 압박은 비슷합니다만... ㅎㅎㅎ
Commented by 룰루랄라 at 2008/05/21 13:29
후음, 리얼포스라...정확한 모델명은 어떻게 되나요?
Commented by Aleph-null at 2008/05/21 12:34
리얼이도 좋긴한데 역시 키감면에선 해피가 ㅋ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3
동감 200% 입니다.
Commented by  sG  at 2008/05/21 12:36
햏피햏킹이 키감은 몹시 좋은데, 프로그래머도 아닌 일반인이 쓰기엔 키 배열이 너무 잡종스러워서-_-;; 여러가지 스위치를 쓰는 여러가지 키보드를 써봤지만, 타협의 끝에 체리 갈축으로 정착했습니다...만, 타협이 없었다면 아직도 햏피햏킹 쓰고 있겠군요; 역시 가장 큰 문제는 키 배열과 커서 키의 부재인 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4
음... 잡종스럽다기 보다는 특정 직업군에 너무 편중되어있다는 것이 단점아닌 단점입니다. 체리 갈축까지 가는데 많은 타협의 과정이 있었을듯. 한 이틀 지났는데... 여전히 커서키 부분은 적응이 안되네요.
Commented by hunj at 2008/05/21 13:51
저도 햏피햏킹 라이트2를 맥북에 연결해서 사용하는데, SMK-88도 괜찮을 것 같더라고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5
SMK-88. 좋은 키보드죠.
Commented at 2008/05/21 14:51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5
헉. 그러시군요. 뽐뿌 반사라니...ㅎㅎ
Commented by 로무 at 2008/05/21 15:53
...키네시스 에볼루션을 사버린 이후로 키보드에 대한 애착은 버렸습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5
헉. 그걸 한국에서 구할 방법이 있는 거군요. 뭐. 그 정도라면... HHK 프로2의 뽐뿌 반사용으로는 충분할것 같습니다.
Commented by 두아쓰 at 2008/05/21 23:26
울트라나브로 어찌어찌 버티고 있는데, 급뽐뿌 받아버렸습니다T_T)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2 10:46
IBM 울트라 나브도 갖고 있는데... 역시 급이 다른 물건입니다. 어서 넘어 오세요.
Commented by Rivian at 2008/05/23 15:56
회사에서 위 사진과 똑같은 먹색 각인 사용 중입니다. 작업 대부분이 unix에서 이루어지다 보니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ㅠ_ㅠ
자리에 컴이 두 대라 한 대는 HHK, 한 대는 번들 삼성키보드를 물려 놓았는데...아아 삼성키보드 건드리기 싫어요 ㅠ_ㅠ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3 18:56
저도... 사무실에서는 HHK 프로2, 집에는 삼성 DT-35입니다만... 집에서는 키보드 건드리기가 싫어졌습니다.
Commented by 마늘아빠 at 2008/05/27 13:04
리눅스에서 vi를 써보셨다면
hjkl를 방향키로 매핑하실 것을 권합니다.
아래 사이트를 참고하세요.
http://www.kbdmania.net/board/zboard.php?id=tipntech&page=1&sn1=&divpage=1&sn=off&ss=on&sc=on&select_arrange=headnum&desc=asc&no=825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27 15:08
오옷. 좋은 방법이군요. 다른 것은 불편하지 않은데, 커서 이동키가 영 적응이 안됩니다. 사용한지 일주일이 벌써 지났는데두요. 그런데 현재 리눅스 vi가 아니라는...
Commented by 마늘아빠 at 2008/05/27 16:30
앗! 그게 아니라...
vi를 안 써보셨다면 hjkl 방향 이동에 적응을 못 하실까봐 여쭤본 겁니다.
vi는 명령 모드로 들어가야 방향 이동을 할 수 있는데 반해
해피해킹은 모든 프로그램에서 바로 이동할 수 있어서 더 편리합니다.
물론 왼손 새끼손가락을 더 써야 하기는 하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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