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피드레이서 : 나는 왜 코끝이 찡했나
며칠전 스피드레이서를 봤다. 상당히 많은 극장에서 상영중이며, 용산 CGV의 경우는 아이맥스와 디지털 상영이 있었지만 일찌감치 매진. 실사영화지만 애니미에션적인 상상력과 함께 영화전반을 채우고 있는 박진감을 즐기기 위해서는 아이맥스 혹은 디지털 상영관이 필수지만, 영화에 있어서 만큼은 '비 주룩주룩 내리는 시네마테크 스타일'의 화면을 애호하는 변태적 취향자인지라 일반 상영관도 훌륭했다.
다들 아시다시피, 이 영화는 일본 애니메이션인 '마하 고고'가 원작(이라고는 하지만 내용은 판이하게 다르다)이다. 영화의 오프닝 롤은 그것을 설파하려는 듯, 수십년전의 오리지널 스코어를 들려준다. 물론 약간의 오케스트라 연주에 맞는 편곡과 연주 역시 오케스트라지만 그 옛날 감동은 그대로다.

영화 스피드레이서는 수많은 장면에서 '역시 워쇼스키 형제'를 외치게 한다. 원색에 가까운 화면 색상, 미국의 코믹스를 보는 듯한 분할 화면, 도식을 약간씩 비튼 수사, 몰입할 수밖에 없는 시각효과들... 이미 매트릭스에서 '현실에 발을 담근 미래 모습'을 보여줬던 그들이 이런 장면을 만든 이유는 본인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가지고 있던 의문일 것. 그리고 영화를 보는 동안 이 의문은 자연스레 해결되었다.
이미 허지웅이 그의 블로그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스피드레이서는 성장의 영화다. 워쇼스키들이 전착하는 영화적 주제 그대로다. 그냥 '세월과 함께 자라는', '나이가 들어 학년이 올라가는' 류의 시간적 성장이 아닌, 기존의 질서를 파괴하고 뛰어넘어야 이룰 수 있는 성장이다. 영화의 표현 형식 역시 이 주제에 힘을 싣는다. 초반부에서부터 클라이맥스 - 이미 정해진 순위가 뒤바뀌는 순간 - 까지는 현란하고 화려하고, 유치의 극한까지 관객을 밀어부쳤던 영상은 정점에 다다른 이후 약간의 변화를 갖는다. 굳이 설명하자면 담담해졌다고 할까? 즉, 주인공은 성장을 했고, '정의와 실력이 통하는 진짜 세상'을 열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리고 이 정점의 순간, 나는 코끝이 찡했다. 왜였을까.

아마도 금권과 협잡이 판치는, 말도 안되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이곳의 비현실적인 대한민국의 중심을 뚫고 나가며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는 우리의 모습이 곧 주인공의 모습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엔딩 타이틀이 올라가며 다시 한번 변주되는 '마하 고고'의 메인테마. 찡했던 코끝은 결국 눈물을 만들고야 만다. 지금과 마찬가지로 모든 것이 말도 안되는 것은 마찬가지지만, 적어도 희망은 있었던 그 시절이 생각나서다.

아무 생각없이, 보고나서 잊어버리면 그만일 오락영화 한편에서 너무 많은, 너무 큰 의미를 찾는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랬다.



by bikbloger | 2008/05/14 11:49 | Early Editorial - 생각 | 트랙백(3) | 덧글(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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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여름 at 2008/05/14 14:34
워쇼스키의 무한한 상상력과 천재적인 영상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요.
새로운 감각의 영화였고 흥미진진 박진감 넘치는 스릴~
스피드 레이서 저도 재미있게 봤어요.
Commented by 피오나 at 2008/05/14 14:40
잘 보고 갑니다..
즐거운 하루 되셔요^^
Commented by 전자파 at 2008/05/14 17:56
인제 워쇼스키 남매죠..성전환수술한지 한참되었는데..
Commented by ㅎㅎ at 2008/05/14 18:46
↑ 성전환 루머에 낚인 사람 여기 또 있구나 -_-;;;
Commented by 파란나라 at 2008/05/14 19:23
스피드레이서 굉장히 재미있게 봤어요.
색의 마술이라고 할까요? 보는 내내 너무 눈이 즐거웠어요. 레이싱 장면에서는 내 몸이 들썩들썩. 워쇼스키감독의 천재성이 돋보일만큼 영상이 광장하더군요
Commented by 차베스 at 2008/05/14 20:03
ㅎㅎㅎ 스피드 레이서 재밌게 보신분들이 있구나 ;;; 전 지루하고 시간만 길어 정말 간만에 재미없게 본영화로 꼽네요
Commented by 디게재미있음 at 2008/05/14 21:29
알바 아니고 -0-.. 전 보는 내내 가슴이 쿵쾅 거리면서 재미있게 봤는데 어머님의 한마디.." 넌 저게 재미있냐?" ... 죄송해요 전 재미있게 봤어요 +0+!!!
Commented by aa at 2008/05/14 23:21
성전환이 루머란거에 낚인사람있구나..

이런영화보고 코끝이 찡할정도라니..

Commented by 저두.. at 2008/05/15 01:48
코 끝이 찡하게 보셨다는데..전 너무 지루했어요..ㅠㅠ
뭔가 감정이입을 할 만한 스토리도 없는 것 같구..
너무 지루하게 시간을 끄는 듯한 느낌이어서요..ㅠ
Commented by 어지인 at 2008/05/15 02:58
저는 자동차에 열광하는 아기남친이랑 갔는데 처음엔 시각적으론 잼있긴 했지만 플롯이 넘 단순하다고 생각돼 남친이 초딩처럼 집중해서 보는 거 힐끗힐끗 구경했거든요. 근데 어느새 단순하면서도 진실한 호소력 같은게 느껴지더라구요. 마지막에 쥔공이 시작도 전에 미리 정해져있는 부정한 판도를 순수한 의지와 힘으로 부닥쳐 1등을 거머쥐는걸 보고는 찡했어요. 아주 순식간에 일어난 감정이어서 저도 의외였지만 사실이 그랬어요. 옆을 바라보니 남친도 흐느끼더라구요. 아니 흐느낀건 조금 뻥이고 눈물반짝. 남친이 스테키사줘서 맛있게 먹고 저는 극장에서 파는 장난감 마하6 사줬어요. 옆에 샵에선 1만원짜리도있고 4만원짜리도 팔고 있었지만, 1천원짜리 열쇠고리가 젤 예쁘더라구요.^^ 직원이 보라색과 노란색을 내미니 입이 나와서 마하는 영화에서처럼 화이트여야한다고 외쳐 직원이 어디다 쟁여놓은 화이트마하6을 꺼내서 갖다주었어요. 영화평 잘 읽었어요. 재밌고도 시원하게 정리잘하시네요. 허구헌날 기계나 기술얘기하시다가 가끔 영화나 음악 책 얘기하시면 되게 신선하고 더 재밌는거 같아요. 그럼 앞으로도 파이팅!(-.-)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15 09:46
* 여름님// 동감입니다. 스토리의 단순함이 주제를 더욱 부각시키는 그들의 연출력에도 박수를!
* 피오나님// 감사합니다.
* 전자파님, ㅎㅎ님// 두 형제 중 한명의 와이프가 이혼 후에 '원래 내 남편은 여자옷을 입는 취미가 있다'고 한 말이 성전환까지 와전된 것입니다. 여전히 형제죠.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15 09:47
* 파란나라님// 즐겁기는 했습니다만... 색감이 너무 원색이고 화면 움직임이 빨라 클라이맥스 쯤에는 눈이 아프더군요.
* 차베스님// 이 영화는 평이 극단으로 갈리는듯 하군요.
* 디게재미있음님// 뭐. 어머니들이야 다 그러시죠.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15 09:49
* aa님// 영화를 보며 코끝이 찡한 것이 문제지, 어떤 영화를 보고 그랬는지가 중요할까요?
* 저두..님// 그러셨군요. 감정이입이 쉽게 일어나는 것은 아니죠.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15 09:52
* 어지인님// 아. 멋진 남친을 두셨군요. 비싼(?) 스테키를 맛나게 드셨다면 조금 비싼 마하6를 사주지 그러셨어요. ^^ 보라색과 노란색이라면 레이서X와 그 누구냐... 악당의 경주차인 모양이군요. 이니셜D의 주인공이 도요타 AE86인 것처럼, 스피드레이서의 주인공은 마하5, 혹은 마하6죠. 허구한날 기계나 기술 이야기만 하다 보니 조금 지루해져서... 하지만 본성이 어딜 가지는 못하겠죠? 남친과 멋진 사랑 하시길!
Commented by buzz at 2008/05/15 13:14
bikbloger님의 해당 포스트가 5/15일 버즈블로그 메인 헤드라인으로 링크되었습니다.
Commented by 찡하다? at 2008/05/17 03:03
고작 이런 영화에 코끝이 찡하셨다니... 무슨 멜로드라마 찍나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8/05/17 12:49
찡하다?님// 멜로드라마 따위와는 비교가 안되죠.
Commented by 행인 at 2008/05/17 16:36
찡하다?님 / 세상 모든 이치는 다 아는 만큼 느끼고 즐기는 거랍니다. 고작 멜로드라마 말고도 코끝을 찡하게 하는 일들은 얼마든지 있습니다. 더 넓은 세상을 살아보셔야겠군요. 이참에 촛불문화제 참여 권유드려봅니다. 방구석에서 콧물 훔치며 멜로드라마보는 것보다 의미도 있고 더 큰 감동과 여운을 느끼실 수 있을 겁니다. 오늘도 청계천에서 행사가 있습니다. 크고작은 좋은 공연들도 있구요. 대상을 바라보는 시선은 바로 자기 자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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