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를만한 MP3P, YEPP YP-T9(1)
오래간만에 포스팅을 해봅니다. 그동안 공사가 다망했던지라 포스팅을 할 시간(이라 쓰고 정신이라 읽는다)적 여유가 없어서... 이 리뷰도 써 놓은지 꽤나 오래되었는데 이제서야 올리는군요. 공지사항에 있는 제품들은 언제 또 쓸지...

YP-T9 : Alice in Digital

MP3 업계에 대한 관측과 전망은 물론, 본 필자의 짧은 생각에도 MP3 플레이어 시장은 이미 한계를 넘어 포화 상태다. 이제 MP3 플레이어에서 활용할 수 있는 것은 물론 상상할 수 있는 기능들은 모두 탑재되었고, PMP와 휴대폰은 물론 디지털카메라에서도 MP3 파일을 재생할 수 있기 때문에 MP3 플레이어는 그 입지조차 줄어들고 있는 상황. 그러나 끊임없이 비슷비슷한 제품이 시장에 등장하고 있으며 저가형 중국산 제품까지 가세해 이미 MP3 플레이어 시장은 레드오션이 되어버린지 오래다.

과거 아날로그 시절 경쟁의 주된 쟁점은 성능(음질이나 기능으로 대변되는)이었지만, 성능이 상향평준화 된 디지털 시대에 들어서의 쟁점은 성능대신 디자인을 포함한 콘셉트의 싸움이 되었다. 그렇기에 기능이 아닌 디자인과 콘셉트에 매진한 애플이 다른 면에서 훨씬 뛰어난 기능과 성능의 제품들을 제치고 전세계 시장 점유율 75%를 달성한 것일 듯.
지난달 8일, 삼성동 파크 하얏트 호텔에서는 리뷰어를 대상으로 YP-T9 신제품 발표회가 있었다. 발표회의 주인공은 MP3 플레이어, 손님으로 기자가 아닌 리뷰어가 초대된 적도 처음이었다고 한다. 이 행사는 T9에 대한 개발자들의 자신감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대체 무엇이 그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일까?

제품이라면 콘셉트

한국 최초의 핵무기 개발 프로젝트명이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였던 것처럼 T9에게도 프로젝트명이 있었다. Alice(시끄러운 음악을 하는 그룹, Alice In Chains의 Alice가 아니라)를 기억하는가? 어린 시절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의 그 앨리스 말이다. T9 개발팀은 그 동화에 Alice - 보통 토끼와 함께 모험을 하는 여자아이의 이름이 Alice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그 토끼의 이름이 Alice다 - 처럼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것을 보여주고 들려주는 것을 생각했다고. 그리고 이 프로젝트는 1년 넘게 진행되었으며 오늘의 T9로 결실을 맺었다. 흔히 삼선전자의 MP3 플레이어들에 개성이 부족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공장에서 대강 찍어내는 것이 아니냐'는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T9을 보고 있으면 다양한 요소들이 제품개발 단계에서 고려되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T9의 개발자들은 자신 있게 결과물을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들이 기자들이 아닌 리뷰어들만을 부른 것은 기자들은 콘셉트나 세부 디테일을 만들기 위한 노고에 감동하는 대신 제품의 예상 판매량이나 마케팅 전략에 더 관심을 가질 거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또한 제품을 출시하면서 공지한 출시일정까지 제품을 완성하지 못하거나 급하게 출시를 한 후 버그와 사용자의 원성에 시달리는 제품이 많은 현실에서 제품에 대한 자신감이 없다면 이런 행사에서 제품 증정도 힘들었을 것이다. 대체 얼마나 괜찮길래 이렇게 사실이 기냐고 생각할지 모르겠다. 하지만 제품을 보면 그럴 수밖에 없다. 일단 펌웨어 버전은 1.09부터 시작한다. 출시 전 여러 가지 변화가 있었다는 의미다.

디자인, T8? 아니 T9!

사실 T8을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T9에서 전작의 모습을 찾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T8의 디자인에 휴대폰의 모습이 비친다면 그 후속작 T9 역시 매끈하게 빠진 슬림폰의 냄새가 난다. 스펙상 T9의 두께는 매우 얇기 때문에 손에 쥐는 그립의 맛은 덜 느껴질 것 같지만 실제로 손에 잡은 느낌은 묘하게 손바닥과 손가락 안쪽 공간에 사뿐히 안착한다.

광택 없는 플라스틱 재질의 T8, 무광택 알루미늄의 Z5와 달리 T9은 광택있는 플라스틱 소재. 광택은 피아노 마감으로 보기에는 멋지지만 지문이 많이 묻는다는 단점도 있다. 겉면은 보기보다 강단이 있어 A사의 I제품처럼 스크래치가 많이 생기지는 않는다. 전면의 5방향 버튼 - 가운데 버튼이 돌출되어 있었다면 촌발 휙휙 날렸을 법한 - 의 실버 컬러는 디자인의 방점이며 이 버튼을 둘러싸고 있는 비정형 사각형의 방향키 재질은 무광으로 정반합(조화 그리고 부조화 다시 새로운 어떤 것)의 조화를 이끌어 낸다.
사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것은 YEPP 로고다. 기존의 블루와 레드의 단단한 느낌의 서체대신 유연하고 부드러운 단색의 서체로 바뀌었다. 사실 로고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많은데, 변경된 로고는 T9부터 적용되었고 이 로고는 오직 한국에서만 적용된다(기존 로고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만 사용되었고 그 외 지역에서는 SAMSUNG 이었다) 이제 다른 아시아권 나라에서 판매되는 제품들은 미국이나 유럽과 동일하게 SAMSUNG 로고를 사용한다.
T9의 옆면을 보면 버튼이 강조될 정도로 슬림하다. 여전한 맹위를 떨치고 있는 슬림트렌드를 반영하는 옆면에는 왼쪽에 홀드버튼, 오른쪽 면에는 4개의 조작버튼(위에서부터 녹음, 뒤로 가기, 메뉴, 재생/정지 및 전원)이 있다. 얼마 전 출시된 YP-Z5F에는 이 위치에 볼륨조절 버튼 2개만 있어 심플한 느낌이 강했는데 이 버튼배치에 대해서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그리고 또 한가지 T9은 오른손잡이를 위한 제품이다.

T9을 오른손에 쥐었을 때는 한 손 조작이 가능하지만, 왼손에 쥐는 경우는 한 손 조작이 편하지는 않다. 비슷한 두께에 어느 쪽 손이든 한 손으로 조작이 쉬웠던 Z5F처럼 조작 패드에 테두리를 두르고 기능을 부여했을 수도 있었겠지만 그렇게 되면 심플한 전면 디자인이 망가졌을 것이다. 아쉽지만 제조사로서는 최선의 선택이었을 것이다.


지를만한 MP3P, YEPP YP-T9(2)
by bikbloger | 2006/10/18 00:52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핑백(1) | 덧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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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나름대로의 내공을 쌓고 있던 Z5였고, 그 이후 음의 재해석이란 새로운 경지에 도달한 T9에 이어 P2에서는 전혀 새로운 차원의 소리를 들려준다. 본 블로거는 T9 리뷰에서, '디테일이 향상되어 같은 음악이지만 약간 다른 소리로 들린다. 이는 분명히 이질감을 주는 요소다. 굳이 비유하자면 '기타(guitar) 브랜드가 짐작될 ... more

Commented by marlowe at 2006/10/18 10:50
앨리스가 소녀 이름이 아니였나요?
Commented by Andrea at 2006/10/18 11:18
코드명 앨리스...
갑자기 프로젝트 암즈..가 생각나는군요-.-;;
Commented by 라이브 at 2006/10/18 11:49
참 괜찮은 제품같습니다 가격대도 많이 떨어져서
아이팟나노2세대보다 저렴하게 구입이 가능하더군요
Commented by 뺑덕언니 at 2006/10/19 08:12
Z5F를 가지고 있는 상태에서 T9를 질러서 사용하고 있습니다만 디자인에서는 모르겠지만 기능면에서는 나노를 충분히 잡을 수 있는 녀석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아쉬운 건 사진이나 텍스트 파일을 넣을 때 SMS에서 넣어야만 텍스트뷰어나 포토뷰어를 이용할 수 있다는 게 좀 걸립니다. 이동식디스크에서 사진과 텍스트파일을 넣었는 데 이럴 경우엔 파일 검색기에 들어가서야만 볼 수 있더군요. 다음 펌웨어에서는 이런 문제를 수정해주었으면 하는 생각이 듭니다.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6/10/21 18:13
* marlowe님// 제가 찾은 검색결과로는 토끼의 이름이라고 합니다만... 확실하지는 않다는...
* Andrea님// ㅎㅎㅎ
* 라이브님// 그렇군요. 하지만 여전히 아이팟처럼 문화코드가 들어가 있는 제품이라고 보기에는 힘들지 않을까 싶습니다. SMS(삼성 뮤직 매니저)의 역할 역시 ITMS의 역할을 하기에는 역부족이구요.
* 뺑덕언니님// 지속적으로 펌웨어 수정이 이루어질 예정이라고 합니다. 11월 말 경의 업데이트에서는 마이크와 이어폰을 통해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휴대폰과 페어링시키면 무선 헤드셋으로 쓸 수 있는 기능도 지원(펌웨어 업그레이드를 통해)할 예정입니다. 제 생각에는 SMS를 통해 들어가야 보이거나 읽을 수 있는 것은 저작권때문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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