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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특이한 영화를 보았습니다. 독일의 한스 바인가르트너 감독의 '에쥬케이터'입니다. 이 영화는 혁명과 전복, 순수, 열정과 이상에 관한 영화입니다. 영화는 4명의 주인공을 통해 이야기를 풀어갑니다.
대한민국의 1980년대는 부의 고른 분배와 계급평등이 실현되는 세상을 꿈꿨던 시절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보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상황은 우리 뿐 아니라 지금의 독일사회 역시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 (스포일러 시작 입니다, 드래그 하세요) 피터와 얀은 돈 많은 사람들의 저택에 침입해 가구를 재배치하고 귀중품을 냉장고에 넣어두는 등의 순수한 방법으로 체제 전복을 원하는 친구들입니다. 이들의 철칙은 금품을 털지 않는다는 것으로, 도덕적으로 정당해야 세상에 자신들의 메시지를 분명히 남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한편 피터의 애인인 욜은 몇 달 전 부호인 하르덴베르그란 남자의 10만 유로(약 1억5000만 원)짜리 벤츠를 들이받아 차 값을 몽땅 빚으로 떠 안게 된 상태고 설상가상으로 저녁때마다 웨이트리스로 일하던 레스토랑에서조차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로 가차없이 해고된 욜은 얀과 함께 자신의 인생을 망친 하르덴베르그의 집에 '침입'합니다. 그러나 공교롭게 하르덴베르그에게 발각된 이들은 피터까지 가세해 한스베르그를 납치해 깊은 산속으로 들어가 인질극을 벌입니다. 그러나 한스베르그가 그들이 존경해 마지 않는 68년 혁명 주세력 중 한명임을 알게된 이들은 점차 인질에서 인생의 선배로 한스를 느끼게 되고 결국 그를 풀어주게 됩니다. 결국 이들은 유럽의 위성 TV 방송을 마비시키기 위해 한스가 마련해준(것이라 생각되는) 옷을 입고 배를 타고 바다를 향해 출발하는 장면으로 끝을 맺습니다. (스포일러 끝입니다) ![]() 이 영화는 지금, 여기, 한국에서는 왠지 '우울한 영화'일지도 모르겠습니다. 80년대부터 90년대 초반까지 순수한 혁명을 꿈꾸는 청년들이 꽤나 있었습니다. 연일 계속되는 집회, 학교 담벼락을 가득 매운 플랭카드에 적힌 선동적인 구호들, 수업시간까지 구호가 적힌 빨깐 머리띠를 하고 들어와 교수와 싸우는 친구들하며... 영화에 가장 인상적인 말이었던 '모든 심장은 혁명의 배터리다'라는 말처럼 젊음의 팔딱대는 심장은 모두 혁명 전차에 전원을 공급하는 배터리 같았습니다. ![]() 다시 여기, 그리고 이제, 집회가 열렸던 도서관 앞은 주차장이 되어버렸으며 플랭카드에는 토익과 토플 수강 신청을 독려하는 글과 수업시간에는 선글래스를 폼나게 머리에 얹고 있는 '대학생' 밖에는 없습니다. 이념도, 평등도, 그리고 순수의 열정 대신 취직이라는 생존의 본능만이 남아 있습니다(물론 이것이 개인적인 잘못은 아니겠지만요). 혁명관련 서적은 '내뇌 혁명'과 같이 개인의 변화와 발전에 관한 것만 찾아볼 수 있을 따름입니다. 그러나 혁명은, 그리고 순수와 열정은 "전복이라 여기던 건 이제 가게에서도 팔아. 체 게바라 티셔츠, 무정부주의 스티커. 이제 더 이상 청년운동은 없어" 라는 대사처럼 그런 시대는 끝이 난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다들 그건 이미 예전에 끝이 났다고 여기지.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게 있어. 비록 더 이상 먹혀들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최고의 이상과 이념은 끝까지 살아남는다는 거지"라는 대사처럼 우리의 어느 구석에 조용히 고동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영화는 처음부터 시종일관 '혁명이 필요하다'는 논조를 가지고 갑니다. 그러나 이들이 증오했던 부르주아 중 한 명인 하르덴베르그가 자신들이 동경해온 68혁명 주역 중 한 명이었음을 알게된 순간부터 영화는 새로운 국면을 보여줍니다. 하르덴베르그와 세 명의 젊은이가 벌이는 사상논쟁은 저예산 독립 디지털 영화만이 보여줄 수 있는 고민을 보여줍니다. 다수 지루할 수 있는 이 장면들 중 하나에서 하르덴베르그는, "모든 일이 천천히 벌어져서 알아채지 못했던 것 뿐이야. 어느 날 낡은 차를 버리고 에어컨이 있는 좋은 차를 갖고 싶게 돼. 결혼해서 가족을 부양하게 되고, 집을 사고, 애들을 잘 키우고 싶어지지. 근데 그게 다 돈이야. 그렇게 살다가 어느 날 누군가가 침입해서 집을 엉망으로 해놓은 걸 보게 되면 주저 없이 보수당에 한 표를 찍게 되는 거지". 이 대사에서 극장 안 모든 사람들은 폭소를 터트렸습니다. 왜일까요? 그가 말한 인생의 수순 위에 있기 때문입니다. 꼰대의 넋두리라 생각하기에는 이제는 뼈저리게 느껴지기 때문이겠지요. 그리고 이 영화의 주제 중 하나는 바로 이 대사입니다. 그렇다면 또 다른 주제는 무었일까요? 하르덴베르그는 납치에서 풀려나면서 욜에게 빛을 탕감해 줍니다. 그리고 이 세명의 에쥬케이터는 위대한 혁명과업을 수행하기 위해 좋은 옷을 입고 멋진 요트를 타고(하르덴베르그가 장만해준 것임이 거의 확실한) 바다로 떠납니다. 이 장면, 세명은 좋은 옷을 입고 있지만 유심히 보면 그들의 신발은 그대로입니다. 스폰서를 만나 조금 더 '땟깔나게' 혁명을 하게되었지만 마음만은 이전 그대로 가져간다는 암시겠지요. 등장인물의 '패션'을 통해 주제를 보여주는 기법이란 최근에 매우 보기 힘든 기법이란 생각입니다. 물론 패션으로 등장인물의 성격은 이야기 하는 경우는 많지만요. 두 번째 주제는 하르덴베르그의 '금전적 지원'이 아닐까 싶습니다. 이제는 돈을 많이번 브루주아가 되었지만, 마음만은 심장 팔딱대는 젊음과 함께 할 수 있다는 것 말입니다. 아. 한가지가 더 있군요. 혁명이건 사랑이건 무엇이던 간에 가장 중요한 것은 소통과 공감이란 생각입니다. 이 영화, 올 5월 초에 잠시 개봉했다가 며칠 후 내린 영화입니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요청에 의해 8월 19일 동숭아트센터에서 했을 때 본 영화입니다. 보실 수 있는 분들은 꼭 한번씩들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혁명에 대한 영화지만, 청춘의 방황과 고민이 있는 혁명영화입니다. PS. 영화포스터 유감 ![]() 이글루스 가든 - 올 여름 개봉 영화 관람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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