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 스페이스 유감
지난 주에 매봉역 EBS 스페이스에서 열린 라이브를 다녀왔습니다. 이날 출연진은 '비틀 재즈(Beatle Jazz)'라는 팀이었는데, 피아노와 베이스, 드럼(타블라)로 이루어진 팀이며 말 그대로 비틀즈의 넘버들을 재즈로 편곡해 들려주는 팀들입니다. 방송은 6월 중 토, 일요일 밤 9시 50분 EBS에서 방송된다고 합니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프리랜서(라고 썼지만 '후리땐서'라고 읽어 주시길)인지라 7시 30분에 시작하는 공연을 무리 없이 볼 수 있었습니다. 6시 30분부터 배부하는 입장권을 받으러 EBS 청사 1층으로 향했습니다. 도착한 시간이 6시 25분이었는데... 이미 15∼20명 가량이 줄을 서있더군요. 제 차례가 되어 표를 받고 위치를 확인해보니... 아래 그림과 같은 위치였습니다.
#녹색의 큰 동그라미는 카메라 입니다.

S 15, 16번 좌석이었습니다. 원래 공연장을 가더라도 음향 엔지니어 주변(이곳이 소리가 가장 좋습니다) 자리를 좋아하는 편이고 앞자리 좌석에 앉아있다가도 뮤지션 얼굴 잠깐 봐주고 엔지니어가 어느 정도 소리를 잡았다고 판단되면 뒷자리로 이동합니다. 공연을 보는 목적이 '뮤지션 얼굴 보기' 혹은 '사진찍기'가 아니라 '음악을 들으러 가기 때문'입니다. 전에 전제덕 공연을 봤을때도 공연 시작 하기 바로전 뒤쪽으로 옮긴 적도 있었군요.

따라서 이날의 위치는 좋은 소리가 나올 수 없기에 '뒷쪽도 좋으니 가운데 자리를 달라'고 표를 나눠주는 직원에게 이야기 했습니다. 그랬더니 가타부타 없이 '없습니다' - 남는 자리가 없다도 아니고 이러저러 해서 교환해 줄 수 없다 도 아니고 무조건, 자리가 없다는 것인지... 아니면 바꿔줄 의사가 없다는 것인지도 이야기 하지 않고 - 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는 재차, '보조석도 좋고 가장 뒷자리도 좋으니 가운데 자리를 달라'고 다시 이야기 했습니다. 그랬더니 또 밑도 끝도 없이 '없습니다'라고 하더군요. 한바탕 붙으려 하다가(아마 혼자 갔었으면 그랬겠지만) 몇 마디하고 끝냈습니다. 제 바로 뒤에서 표를 받은 친구들은 S 13, 14번 자리 뒤쪽에 앉아 있더군요. 뭐. 공짜로 보는 공연이니 되는대로 봐라 인가요?

재미을 위해서나 일 때문에 극장이나 공연장, 연극을 자주 보러 다니는 편인데... 초대권을 가지고 가던 어떻든 간에 자리교체를 요구하면 대부분 가능한 선에서 수용을 해줍니다. 하지만 '없습니다'라는 한마디*2번으로 끝내더군요.

사실 EBS 스페이스 자체는 음악을 위한 공간이 아닌 '촬영을 위한 공간'입니다. 그림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가장 좋은 자리인 가운데 덩어리의 뒤쪽 좌석은 보조석입니다. 바로 촬영용 카메라를 놓기 위한 공간이지요. 또한 왼쪽 뒤에 조명 콘솔이 자리잡고 조명 엔지니어가 앉아있고, 음향 엔지니어는 오른편의 계단을 올라가는 2층 공간에 있습니다. 쉴새없이 엔지니어는 계단을 내려와 소리를 듣고 다시 올라가고... 사실, 조명콘솔과 음향콘솔의 위치가 바뀌어야만 합니다. 빛의 경우 보는 위치에 따라서 변화가 그리 크지 않지만, 소리는 그와 달리 위치에 따라 많은 차이가 나기 때문이지요. 그리고 가장 중요한 공간 자체도 옆으로 길죽하게 생겼기 때문에 그리 좋은 소리를 내주는 공간은 아닙니다. 다만, 사용하는 음향장비가 상당히 좋은 관계로 평균을 상회하는 소리를 내줍니다(열악한 - 혹은 말도 안되는, 빡신 등 - 환경에서 좋은 소리 만드느라 수고하시는 음향 엔지니어께 박수를!). 물론 방송되는 것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그리 좋은 소리일 필요도 없겠지요.

자신들의 입장이 이렇다고 해서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 모두가 뮤지션이 잘 보이는 자리를 원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분명 오산입니다. 저처럼 음악을 들으러 가는 관객도 분명이 있기 때문이지요. 인력이 없다는 것도 핑계는 안됩니다. 100석 규모의 소극장에서 배우 빼고 달랑 1명이서 표를 나눠주고 자리 배정 해주는 곳에서도 여러 번 자리를 바꾸며 연극을 볼 수 있고 그런 곳도 많으니까요.

보기 쉽지 않은 좋은 공연을 많이 하고 있슴에는 감사하고 있지만, '공짜 공연이니 아무데서나 봐라'(물론 이렇게 말한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만, 표 나눠주는 직원에게서 이런 고압감을 느꼈습니다)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단순히 직원에게 친절 교육을 잘 시켜라라는 차원에서 하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가능한 것은 해달라는 것이지요.

좋은 공연장이란 부대시설 좋고, 교통이 편리한 곳이 아니라 공연을 본 관객들이 물심 양면으로 만족하는 곳입니다.
by bikbloger | 2005/05/30 14:01 | Review, 뽐뿌의 다른 이름 | 트랙백 | 덧글(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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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Null_man at 2005/05/30 14:42
몇일전에 TV에서 공연기획사가 나와서 인터뷰한 아침 방송이 생각 나네요.

성공한 공연이란,
상업적으로 성공한 것이나 좋은 취지에서 열린 공연보다
공연 티켓을 산 관객들이 다시 오고싶어한 공연이라는 말이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5/30 14:45
맞습니다. 그게 성공한 공연이지요. 비단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에 적용된다고 생각합니다. 한번 고객을 끝까지 고객으로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최고로 성공한 것이지요.
Commented by devi at 2005/05/30 18:38
음... 안타까운 일이네요. 관객은 공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하거든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5/30 18:49
예. 공연를 하는 기획사가 먹고 살게 해주는 동시에 음향적으롣 관객이 있음으로해서 어느 정도의 흡음 효과가 있기 때문에...
Commented by Juno at 2005/05/30 20:05
언짢은 일로 마음 상하셨을 듯합니다...그렇지만 이번 포스팅이 좋은 피드백으로 작용할 수 있으면 참 좋겠습니다^^
Commented by stargazer at 2005/05/31 04:51
나도 거기서 공연(아마 '넬'이었을..)본 적 있는데, 드럼이 일반적인 위치를 잡기 힘들 정도로 무대의 앞뒤 폭이 무척 좁더군. 덕분에 드럼은 오른쪽 구석으로 밀려났고 난 그날 거짓말 좀 보태서 빡신 스네어 소리만 들었다는. EBS 스페이스처럼 무대의 생소리와 확성된 소리 간의 밸런스를 고려해야 할만큼 작은 공간에선 참 어이없는 설정이더군. 애초에 좀 널찍하게 만들었으면 더 좋은 곳이 될 수 있을텐데.
Commented by stargazer at 2005/05/31 04:51
그나저나 완전 이오공감 단골로 등장하는군.
Commented by 빨간모자 at 2005/05/31 08:55
EBS 스페이스 공감 저는 집에서 즐겨보는 프로그램인데 보면서 조금 좁아서 힘들겠다 하는 생각은 있었는데 실제 현장은 역시나... 그렇군요.
Commented by 위즈원 at 2005/05/31 09:28
EBS가 사옥으로 사용하는 건물이 방송국을 위한 건물이 아닌 제일목직의 사옥으로 사용하던 것이라 공연장으로는 문제가 많으리라 생각을 합니다. 하지만, 담당 직원의 태도는 심하군요.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5/31 11:48
* Juno님// 예. 이 포스팅의 목적이 바로 그것이랍니다. ^^
* stargazer님// 맞아. 일반적으로 드럼이 무대 가운데를 차지하는 설정이 힘들 정도의 무대 크기지. 이날 공연도 드럼은 오른쪽 구석이었고 드럼과 내 자리의 거리는 약 3미터 정도 였는데... 역시나 드럼은 생으로들리더군. 다행히 머리위에 스피커에서는 피아노와 베이스 소리가 비슷한 음량으로 들려서 음향엔지니어에게 감사를... 이오공감이야 뭐... ^^;
Commented by bikbloger at 2005/05/31 11:49
* 빨간모자님// 그게 티비로 봐도 그렇게 보일 정도군요...
* 위즈윈님// 아. 그랬던거군요. 소강당 이었을까요? 좋은 정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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